아빠의 마음 코스모스펀드 12-29 09:33
이름: 백두산 2002/2/18(월) 11:47 아빠의 마음   여행에서 돌아오다가 우리 가족은 큰 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사고로 나는 두 개의 보조다리(목발) 없이는 걸을 수 없게 되었으며, 나보다는 덜했지만 아빠도 보조다리 없이는 정상적으로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사춘기를 보내며 죽고 싶을 정도의 열등감에 시달렸습니다. 내가 밥도 먹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을 때, 위안이 되어 준 사람은 아빠였습니다. 아빠도 나와 꼭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아픔을 낱낱이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빠의 지극한 사랑으로 나는 무사히 사춘기를 넘기고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입학식 날, 아빠는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셨습니다. 입학식을 끝내고 나올 때, 우리 눈앞에는 아주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한 어린 꼬마아이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모두들 깜짝 놀라서 멈칫거리고 있는 사이에 내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보조다리를 팽개친 채 아이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며 아빠가 그 아이를 안고 인도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아빠……" 나는 너무 놀라서 소리쳤지만 아빠는 못들은 척 보조다리를 양팔에 다시 끼고는 서둘러 앞장서서 가고 있었습니다. "엄마? 엄마도 봤지? 아빠가 걷는 거……" "놀라지 말고 엄마 말 잘 들어.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되리라 생각했어. 아빠는 사실 보조다리가 필요 없는 정상이야. 그 때 아빠는 팔만 다치셨어. 그런데 4년 동안 보조다리를 짚고 다니신 거야. 같은 고통을 가져야만 아픈 너를 위로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왜 그랬어요? 왜 아빠까지……"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울지 마라. 아빠는 너를 위로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셨는데…… 오늘은 그 어린 것이 교통사고로 너처럼 될까 봐서 그만…" 앞서 걸어가시고 있는 아빠를 보고 있는 나의 파카위로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 내렸습니다. 평소에는 잘 몰랐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아빠가 나의 방패막이가 되어 주신다는 것을 알고 깊은 존경과 사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