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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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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최근 보름 동안 무려 4조원을 끌어들인 인사이트 펀드가 ‘묻지마 펀드’로 세간의 화제와 지탄의 대상이 되자, 14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와 관련한 자신의 의견와 함께 글로벌 증시 전망에 대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최근 글로벌 증시는 변동성이 커졌으나 건전한 조정을 거치는 것으로 본다”며 “특히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이트 펀드에 대해서는 ‘몰빵펀드’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한국 주식비중을 10% 정도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서브프라인 모기지 우려와 중국 중시의 과열 논란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긴 호흡으로 보면 투자 자금이 주식시장과 펀드시장을 떠날 이유가 없다”.......
“국가별로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우량기업을 우선 편입할 계획이고.......
– 한국경제 –
먼저 (본 글의 초점에서 벗어나 있지만 언급할 가치가 있는) ‘몰빵펀드’라는 단어를 살펴 보겠습니다.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에 관련하여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몰빵’이라는 표현은 인사이트펀드 총괄 이준용 미래에셋런던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11월 8일 처음 사용하였습니다. 다름 아닌 미래에셋 임원 스스로가 사용한 말입니다. 이를 세간에서 미래에셋을 공격하는 말로 쓰이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든 후 논란의 본질을 덮어버렸습니다. 대단한 언변입니다. 인지언어학에서 연구하는 프레임의 개념을 이용한 놀라운 언어 구사입니다. 희대의 사기꾼으로 판명된 제이유 그룹의 주수도 회장이 뛰어난 언변의 소유자인 것처럼 박현주 회장도 대단한 언어 구사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간에서 얘기하는 문제의 본질은 ‘몰빵펀드’가 아니라 ‘묻지마 펀드’에 있습니다. 형태만 다를 뿐 8년 전 벤처 광풍이 몰아치던 때 유행하던 ‘묻지마 투자’와 같은 성격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꺼내지도 않은 언어를 만들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박현주 회장이 주장하는 글로벌 증시의 전망에 대하여 논의해봅니다.
“최근 글로벌 증시는 변동성이 커졌으나 건전한 조정을 거치는 것으로 본다”
글로벌 자본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하는 금융그룹의 회장으로서 당연히 글로벌 증시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있어야겠지요. 그리고 사업주이자 경영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사업의 성패와 직결되는 시장의 전망에 대한 견해를 공식석 상에서 피력했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가져가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펀드 고객(투자자)들은 ‘보이는 것만 믿으라’는 미래에셋의 선전 문구대로 미래에셋이 자랑하는 놀라운 펀드 운용 실적(7년 간 최고 수익률 900%)을 ‘보고’ 또한 그 실적의 한가운데 서있는 박현주 회장을 ‘믿고’ 펀드에 가입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래에셋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특징 가운데 하나로 ‘장기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이번 기자 간담회에서도 “단기적으로는 펀드가 손실을 낼 수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접근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인사이트 펀드에 대한 비난의 불식과 투자자의 기대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현주 회장의 말은 결국 (논란을 호도하기 위하여 임시 방편으로 조달한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라면) ‘증시가 단기적으로는 하락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확신하며, 그 전망을 토대로 펀드를 운용할 것임을 표명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더불어 단기적으로 손실이 나더라도 실망해서는 안되며, 장기적인 투자 마인드로 펀드 운용을 지켜봐 달라는 주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장기 투자’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짚고 넘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 대기업 회장이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잉747기는 한번 이륙하면 적정 고도에 이를 때까지 계속 상승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락하고 만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라고 기업 경영의 성격을 비유적으로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다름 아닌 ‘자본주의 경제의 성격’을 잘 표현한 말입니다.
자본주의 경제는 성장하지 않으면 붕괴하므로 자본주의 경제가 돌아가는 한 경제는 성장할 것이고, 따라서 세계 경제 및 한국 경제에 경기 사이클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상승할 수 밖에 없을 것이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미래에셋의 펀드는 그에 따라 좋은 수익을 낼 것이라는 말로 해석됩니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봅니다.
투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주식투자에 있어서 장기(투자)란 통상 10년쯤의 기간을 의미합니다. 장기 투자는 향후 10년을 내다 보는 투자라는 의미로 건전성을 어필합니다. 이는 경제가 통상 10년의 상승기와 그보다 짧은 하락기를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경제 사이클을 분석하면, 외환 위기가 발발한 직후인 1998년 초를 최저점으로 경제는 상승하기 시작하여 10년째인 올해 2007년에 이르렀습니다. 경제 사이클대로라면 내년 초를 정점으로 경제는 하락 국면에 접어듭니다. 실제로 그것을 뒷받침할 여러 징후들이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국제 유가 상승, 그리고 저금리 정책 간의 모순된 역학관계입니다.(유가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저금리 정책을 구사하는 모순에 처해진 상황)
현재의 상황을 진지하게 고찰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으로 증시 버블이 어떠했는지 – 버블의 원인과 결과를 -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에드워드 첸슬러의 ‘금융투기의 역사’는 1920년대와 1990년대 경제 호황기의 증시 버블 상황을 비교 설명하면서 버블의 원인과 결과가 어떠했는지 흥미진진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현 상황에 투영시켜 보면, 현 시점에 대한 올바른 판단의 단서와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1920년대 미국증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빚을 내서 주식 투기를 벌이는 차입투기의 일반화였다. 당시 투기꾼들은 마진론을 끌어와 요즘 유행하는 ‘묻지마 투자’를 벌였다. 묻지마 투자의 실상은 25만 달러에 이르는 마진론을 끌어다 주식투기를 벌렸던 영화배우 그루초 막스의 일기에 잘 묘사되어 있다. “증시가 대세상승을 보이면, 투자자문은 전혀 필요 없다. 그저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시세판을 찍어 그 주식을 사면 무조건 오른다”
차입투기는 개인투자자들만이 벌인 게 아니었다. 이는 당시 ‘주식회사 미국의 금융구조가 돼버렸다. 가스와 철도 등 공익성이 강한 기업들이 지주회사에 의해 인수합병되었고. .......
지주회사 개념은 투자신탁회사를 장악하는 단계까지 확장되었다. 1925년 아메리칸 투자신탁의 위탁자산이 5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별볼일 없던 투신사들은, 증시가 호황이 맞자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3년 뒤인 1928년 200개가 넘는 새로운 투신사가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끌어 모았고, 1929년에는 하루에 한 개꼴로 투신사가 설립되어 25억 달러의 수탁고를 올렸다. ........
투신사들은 당시 유행했던 온갖 허풍으로 옹호되었다. 어빙 피셔는 1929년 여름에 발표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투신사를 옹호했다.
“투신사는 주가가 고점이나 저점에 이르렀을 때 흔히 발행하는 투기적 변동성을 바로잡는 기능을 한다. 주가가 실제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때에만 매입하고 내릴 전망이면 팔기 때문에, 주가가 실제 가치에 근접하게 하는 구실을 한다” 이에 따라 투신사들의 빈번한 주식매매는 ‘건전한 투자’라고 환영 받았다.
하지만 투신사들의 매매는 주식시장의 심한 변동성을 야기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우량주만을 골라 집중 투자했고, 여윳돈은 마진론 형태로 대출했다. 이는 주식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투기를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수익 레버리지 효과를 올리기 위해 차입금을 끌어와 투자에 활용하는 바람에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높여 놓았다. .......
1929년, ‘주식시장의 투기꾼들이 군중심리를 드러내 보여준다’고 말한 버너드 바루크의 진단대로, 군중들은 ‘새시대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주가가 대세 상승할 것이라는 환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1928년 12월과 1929년 3월 주식시장이 한 차례씩 휘청거리는 순간에도 주식시장의 세력들은 군중들을 다시 주식 투기판으로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투기꾼들이 자신들의 통념과 어긋나는 경고에는 귀를 막고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신념을 구축했을 때, 그 세력들은 과거 어느 때 보다 강한 힘으로 지수를 끌어올렸다. ........
하지만 운명의 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갖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올라가기만 하던 다우존스 지수가 1929년 9월 3일 최고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은 목요일’로 불린 10월 24일의 대폭락 후 유수 은행장들이 J.P 모건 사무실에 모여 주식매수 결의와 함께 증시 안정화 노력을 천명하자 잠시 진정되는 듯 하던 증시는 10월 28일 다우지수가 38포인트가 빠지며 260으로 주저 앉았다. 최대 폭락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다음 날인 10월 29일은 장이 열리자마자 마진론 상환을 요구 받은 투기꾼들이 보유주식을 집어던지는 바람에 투매와 공황이 뉴욕 증권거래소를 휩쓸었다. 거래소의 각종 설비가 고장을 일으키고 주가표시기가 작동을 멈췄다. 장이 끝나고 겨우 작동된 주가표시기에는 다우지수가 30포인트 폭락한 230을 가리켰다. 검은 화요일로 불린 이날 이후 증시 폭락은 11월 중순까지 계속됐다. ........
1920년대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 투기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저금리 정책에 기인한 것이다. 또 자동차 산업이 1920년대 미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듯이,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이 1990년대 성장의 견인차 노릇을 하였다. 그리고 두 시대 모두 노동조합이 무력화되어, 임금상승률이 어느 때보다 낮아 기업들의 이익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따라서 1920년대 노동자들이 할부구매를 통해 소비를 유지했듯이, 1990년대 노동자들은 신용카드를 통해 미래 수익을 담보로 소비를 유지했다. ........
1990년 1,100개이던 뮤추얼펀드가 1997년에는 6,000개로 늘어났다. 1997년 말 현재 뮤추얼펀드의 수탁고는 4조 2,0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는 미국 전 은행의 자산 합계와 맞먹는 규모다. ........
1990년대 차입투자는 1920년대 만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규모는 엄청나다. 1990년 300억 달러였던 마진론이 1998년 7월에는 1,540억 달러로 폭증했다. 또 담보주식가치의 50% 이상 대출해주지 못하도록 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규정을 피하기 위해 여러가지 편법들이 동원되었다. 투기꾼들은 마진론의 상환을 지연시키거나,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1990년대와 1920대 투자자들은 주가하락을 ‘저점매수의 기회’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떨어진 주가는 곧 회복했고, 투자자들은 증시를 ‘불침항모’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경향은 ‘검은 월요일’인 1997년 10월 27일 극에 달했다. 아시아 증시붕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우지수가 하루아침에 7% 폭락한 이날, 미국 재무장관은 1929년 허버트 후버가 했던 “미국 경제의 펀더맨틀은 국건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
1920년대와 1990년대 호황의 유사점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주식에 대한 전통적 가치평가 기준이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1920년대와 마찬가지로 증권투자로 얻은 수익 때문에 인플레이션 기간 동안에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지 않았고, 기업경영이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주장이 1990년대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1920년대 벤저민 그레이엄과 데이비드 도즈가 ‘주식분석’에서 “새 시대에는 기존 가치 기준으로 주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의 시장가치에 근거해 주식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듯이, 1990년대 증시 전문가들도 이와 비슷한 ‘시장가치가 부가된’ 가치평가 방법을 주장하고 있다.. ........
심지어 그 동안 투기꾼들이 즐겨 사용했던 주가수익배율(PER)조차도 너무나 보수적인 분석도구가 되고 있다.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것만이 급증하는 주가를 분석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1996년 10월 말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는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했던 다음과 같은 묘한 질문과 답을 보도했다. “주식이 고평가가 되었다구요? 주가가 계속 오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
어떻습니까? 현재의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지요. 그 중 하나인 펀드로의 돈 쏠림 현상은 오늘 조선일보 신문 기사가 증거해 주었습니다. 다음이 그 기사의 일부입니다.
『 요즘 은행 지점에 가보면 예금 창구는 썰렁하고 펀드 판매 창구에만 사람이 몰린다. 증권사 지점은 펀드 상담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샐러리맨은 물론이고 가정주부들도 친구들끼리 만나면 “펀드에 가입했느냐”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에 펀드 광풍(狂風)이 일고 있는 것이다.
광풍이라는 단어가 과장이 아닌 것은, 펀드 시장에 몰린 엄청난 돈을 보면 알 수 있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판매한 주식형 펀드 잔액은 11월 중순 현재 102조원에 달한다. 사상 최고액이다. 작년 말 판매 잔액이 46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에 무려 56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주식형 펀드 계좌 수는 무려 1300만 개에 달한다. 한국인 4명 가운데 1명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해 있다는 얘기다.』
요즘 한국을 방문 중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 교수는 회견을 통해 최근의 글로벌 경제 상황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위기의 진원이 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연준위의 지속적인 저금리 정책이 그 원인이라고 단언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누구도 정답을 내놓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한창 버블이 확산될 때는 그 흥을 깨고 싶지 않은 게 정책 당국자들의 심리이며, 미국도 흥을 깨고 싶지 않아 적절한 타이밍에 대처하지 못한 게 요즘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힌 스티글리츠 교수는 본 글의 논의와 관련하여 기억해 두어야 할 중요한 충고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버블은 언젠가 붕괴되기 마련이며,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터뜨리는 게 낫다”
1920년 대 주식 투기의 광풍 한 가운데를 휘졌고 다니며 막대한 부를 챙겼던 수퍼 거물 투기꾼 윌리암 듀란트는 1936년 100만 달러의 빚을 갚지 못해 파산선고를 받고 접시 닦이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그 이야기가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 등의 책으로 번역 출간된 전설적인 주식투기꾼 제시 리버모어는 이 때 3천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고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다가 결국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온갖 경고를 무시하고, 오직 자본의 힘으로 달려가는 펀드 기관차를 멈추지 않는다면 한국에서도 이러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이 중심이 되어 일어나고 있는 ‘묻지마 펀드’ 광풍이 가져올 위험을 줄이는 길은 스티글리츠 교수의 충고를 따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어 보입니다.
1997년 11월 21일, 이틀 전 대한민국의 경제 수장으로 새로 기용된 임창렬 경제부총리는 기자 회견을 통해 대국민 발표를 했습니다.
“...... IMF의 권고를 받아들여 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하였습니다”.
한국 현대사에 국치일로 선언된 이 날이 어제로 10년을 맞이했습니다. 일요일인 지난 18일 저녁 KBS는 ‘IMF 10년 기획, 2만 달러 국가와 88만원 세대’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특집 방송 인터뷰에 나온 임창렬 전 경제부총리는 당시의 경제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선진국형 경제로 바뀌어 가는 단계에서 경제운용시스템이 제대로 준비도 안됐고 작동도 안됐기 때문이죠.”
‘선진국형 경제’라는 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임창렬씨 그리고 주류 경제학자들이 얘기하는 ‘선진국형 경제’는 무엇으로 설명되고 있나요?
KBS 특집 방송 제목이 시사하듯이 IMF 조치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한국 경제에는 뚜렷한 명암이 드리웠습니다. 주류 경제학자와 주류 언론을 중심으로 보수 엘리트들은 한결같이 한국 경제가 선진국형으로 변모하고 있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고 말합니다. 반면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비주류 경제학자로 알려진 몇몇 지식인들은 IMF 처방으로 드리운 그림자가 점점 커지는 것을 우려하며 처방 이면에 숨겨진 사악한 의도를 비판합니다.
최근 펀드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특정 펀드로 단기간에 엄청난 자금이 몰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펀드를 만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얼마 전 출간한 자신의 저서에서 외환위기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 외환위기로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줄도산을 하고 세금이 공적자금으로 투입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외환위기 이후의 일이다. 우리보다 앞서 외환위기를 겪었던 영국, 수웨덴 등에서 IMF가 했던 궤적, 즉 고금리 정책, 공적자금 투입, 부실채권 처리 등을 잘 알고 있던 외국 자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헐값에 거래되는 국내 우량주, 도심 곳곳의 수익성 높은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 주식시장에서만 무려 300조 원 가까운 평가 차익을 얻었다. 60년대부터 박토 위에서 이룩한 경제의 과실이 단숨에 외국인들에게 넘어간 것이다.』
세계를 무대로 이른바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자본주의 현실과 그 방식을 꿰뚫어 보면서 그 와중에 알게 모르게 빼앗긴 국부(國富)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음이 느껴집니다.
박현주 회장은 (본인의 사업과 직접 관련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외환위기의 뼈저린 교훈을 바탕으로 선진국 진입을 위한 조건으로 ‘자본시장의 육성’과 ‘금융 경쟁력 확보’가 절실함을 힘주어 말합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반도체, 철강, 조선 등의 제조업 경쟁력처럼 금융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때 비로서 외환위기를 극복하게 되는 것이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습니다.
필자는 이전의 몇몇 글을 통하여 미래에셋과 박현주 회장을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았습니다만, 최근의 증시 폭락을 두고 ‘그것 봐라’고 조소하지 않았습니다. 다만‘잘 된거야’라고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떨어질 바에야 정신차릴 수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폭락하는 것이 미래에셋의 비전 성취가 쉬워지고 그 만큼 국부 손실이 적어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떨어지면 장기 침체로 가기 쉽고, 그렇게 되면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외인들이 줄기차게 팔기 시작할 때부터 외인들이 팔 때 기관들이 같이 팔아 폭락하기를 바랬습니다. 그게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어제 보십시오. 투신이 매물을 쏟아내자 외인들은 평소에 훨씬 못 미치게 파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한푼이라도 비싸게 팔아 먹으려는 것입니다. 외인들은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자본 투자 곧 머니 게임의 목적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박현주 회장은 ‘펀드 자본주의’의 명암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IMF 요구로 인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지난 10년 동안 외국 자본이 대한민국에서 갈쿠리로 돈을 긁어가느라 할퀴고 간 상처를 누구보다도 가슴 아파하는 사람임이 자신의 저서에 잘 나타나있습니다. 또한 진정한 투자는 머니 게임의 속성을 넘어 투자자는 물론 투자하는 기업과 그 직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몇 개의 사례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탈 --> 1999년 제일은행을 풋백(사후 손실 보전) 옵션을 걸고 5000억원에 인수, 2005년에 스탠다트차타드 은행에 매각(1조 2천억 이익)
영국계 사모펀드 소버린 --> 2003년 SK㈜의 지분 15%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된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면서 약 2년 동안 총 1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챙기고 한국을 떠남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 --> 설명이 필요 없음
(제일은행은 풋백 옵션으로 인해 뉴브리지가 인수한 후에도 공적자금이 18조원이나 들어갔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로 하여금 이 게시판에서 격한 논쟁을 벌이게 만든 원인으로, 외인들이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번 돈의 규모는 실현이익과 미실현이익을 합쳐서 물경 500조원이 넘습니다. 500조원은 우리나라 상위 100대 기업을 통째로 사들일 수 있는 금액입니다. 증시 독립 얘기가 아니 나올 수 없습니다.
이곳 토론게시판의 뜻 있는 많은 분이 말씀해오신 것처럼, 우리나라 증시가 하루빨리 외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주도권을 찾아야 함에 동의하지 않을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겁니다. 문제는 그 주권 쟁취 과정에서 최소한의 피를 흘려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대의를 생각하신다면 폭락해도 마음 아파하시지 마십시오. 또한 미래에셋을 향하여 ‘그것 봐라’고 조소하지 마십시오. 현재로서는 사실 미래에셋 만큼 증시 주권 탈환에 앞장서는 회사는 없습니다.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 직원들에게 격려를 보냅니다. 힘 내시고, 최선을 다해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에 놓여 있는 ‘금융강국’의 고지를 반드시 넘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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