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방 ::
무풍의 고독한 날에 한성규
04-11 13:23

가지 끝에 바람 하나 걸린다.

내 마음 예리한 모서리 끝으로 널 붙잡았지.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너의 옷자락
왜 이리 붙잡고 싶은지.

살갗을 스치며 넌 말했지 날 자유롭게 놔달라고
내 마음의 등줄기를 쓰다듬으며 넌 말했지
사랑은 바람 같은 거라고.
돌풍처럼 때론 미풍처럼 불다 사라지는 너.
무풍의 나날은 잔잔해서 나뭇잎 하나 소곤대지 않았지.
꽃들도 웃음을 잃고 새들도 날지 않았지.
하늘은 우울한 회색이었지.

창문 덜컹거리던 노을 아름답던 저녁
너는 잠결처럼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마음의 허전한 구멍 속으로 쏴하고 밀려들었지.
너에게 바다를 달려온 푸른 해초의 냄새와
비릿한 슬픔의 얼룩이 발자국 끝에 묻어있었지.
너의 검은 머릿결이 숨결처럼 휘날리고 있었지.

내일 비오고
다시 네가 빗줄기들과 함께 떠날 줄 알지만
쓸쓸한 항구처럼 널 보내야 하지만
사랑의 등고선이 내게
따뜻한 바람으로 불어오기를 믿으며
젖은 마음 통풍 잘되는 창가에 널고
나부끼듯 다시 널 기다리겠지.

바람 끝에 사랑 하나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