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방 ::
강변을 달리며 추억을 서랍에서 꺼내다. 한성규
04-22 22:40
솔숲 사이로 흐르는 강물이 녹색이다.
물비늘 반짝임은
떠나간 이의 목걸이에서 나는 빛과 같다.
한 방울 툭, 구름의 비늘이 떨어진다.
강변 넓적한 바위에 앉았던 두 남녀
강물처럼 느릿느릿 시간을 밟으며 걷는다.
구름이 슬픔을 쏟아내면 하늘은 청명하지만
아픈 추억은 붙박이 된 장롱처럼
마음 한 구석에 붙어 가끔 서랍을 연다.
나뭇가지에 앉은 새
깃털을 털며 물방울을 튕겨낸다.
그에게도 떨쳐버리고 싶은 젖은 추억이 있는 걸까.
달리는 굽은 도로변 나무들
손을 뻗어 연두 빛 인사를 하지만
나는 휙휙 모른 척 뿌리치며 달린다.
그 날, 헤어지던 날
늘 푸를 것만 같던 사연
더는 푸를 수 없음을 보내고 난 뒤로
푸른 건 없다는 습관이 생겼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빗방울
가버린 이의 마지막 말처럼
빗금 그며 달려왔다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