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방 ::
손끝만 닿아도 깨물어주고 싶은 한 성규
04-27 15:13


내게 손끝만 닿아도 민감한
묘목 시절이 있었다.
새 컴퓨터 화면 속도보다 빠른 젊은 날
푸른 나무 잎 새보다 반들반들한
물 찬 제비였다.
온통 녹색 식물로 덮인 여름날도 잠시
두 달로 된 달력 한 장 뜯어내던 날
가을이 성큼 성큼 다가오고
도토리나무에 다람쥐 오르락내리락
고단한 낙엽 수북수북 쉬는 계절이 되었다.
나무 가죽에 주름진 세월의 무늬 새기고
의지와 인고의 두께 두툼한 몸집 남기고
하늘로 뻗은 수많은 가지들
걸어왔던 생의 골목길이 되었다.
어린 나무와 어른 나무가 모여 이룬 숲.
오늘도
숲의 교훈 들으러 산을 오른다.
어린 묘목 손 붙잡고
아버지 나무와 어머니 나무가
딸랑딸랑 이야기하며 걷는다.
손끝만 닿아도 깨물어주고 싶은
연초록 잎 새 꼬옥 쥐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