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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불안을 잠재우는 처방 펀글
07-0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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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불안이 심각해지고, 그에 따라 경기까지 하강을 시작하자, 뒤늦게 여기저기에서 난리들이다. 언론은 연일 사태의 심각성을 떠들어대고 경제연구소들은 경제지표 전망치를 낮추기에 바쁘다.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책당국도 사태가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이제야 어느 정도 의식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한다. 정책당국은 물론이고 어느 문제이든 나서기 좋아하는 언론도 감히 나서지 못한다. 경제연구소들도 마찬가지이다. 진단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데, 어찌 적절한 처방을 내놓겠는가! 진단을 정확하게 하지 못할 바에야, 처방을 내놓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이들은 석유가격 급등이 물가불안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GDP의 3.7%에 불과한 석유수입이 어떻게 물가를 지금처럼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것이 오히려 다행스런 일인 것 같다. 이들은 석유가격 급등이 앞으로도 이어지거나, 최소한 현재와 같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므로, 현재의 경제난을 해결할 처방은 어디에서도 찾아질 수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목소리를 모아서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처방이든지 그것이 정확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므로, 반복하거니와, 이들이 섣부르게 대책을 떠들지 않는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석유가격은 하반기 어느 때쯤엔가는 하락으로 돌아설 것 같다. 석유소비가 크게 늘어났던 나라들, 그에 따라 석유가격의 폭등을 불렀던 나라들조차 국내경기가 하강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 나라들은 최근에 10% 이상 혹은 그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해왔는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7~8%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 같다. 이 나라들의 국내경기도 이제는 하강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렇다면 석유 수요의 증가속도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라 석유가격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경제에서는 총량이 아니라 그 증가속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한계혁명).

만약 석유가격이 현재 수준에서 안정된다면 내년의 석유가격 상승률은 0으로 나타날 것이다. 혹시 석유가격이 현재 수준보다 더 떨어진다면 상승률은 마이너스로 나타날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물가불안은 진정되어야 한다. 물가상승률도 전년대비로 나타나지 않던가. 그러나 석유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물가불안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각해질 것이 빤하다. 물가불안을 일으킨 결정적인 원인은 석유가격 급등이 아니라 환율 상승에 있고, 물가불안은 이미 악순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석유가격이 안정되거나 더 떨어져도 물가불안이 계속 이어진다면 언론과 경제연구소들은 그 원인을 또 어디에서 찾으려 할까? 그들은 진단이 틀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그 사실을 인정한 적이 거의 없으므로 내가 굳이 걱정해줄 일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마 석유가격이 안정되더라도 물가불안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으리라고 눈치나마 챈 것은 정책당국인 것 같다. 그들은 이미 물가불안의 결정적인 원인이 환율상승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환율을 하락시키려고 외환보유고 매각을 몇 차례 시도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정책당국조차 멍하게 손을 놓고 있을 따름이다. 외환보유고 매각이 환율을 하락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공연히 환율 인하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책을 펼쳤다가 외환보유고만 소진시킴으로써 나중에 책임추궁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다. 이래서야 어찌 현재의 경제난을 타개할 수 있겠는가. 현재의 경제난이 더 진행하면 민초들은 생활고를 어떻게 견뎌야 하고,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까지 나서서 걱정해줄 일은 아니지만, 이명박 정권은 장차 어떻게 될까?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의 물가불안이 환율을 더욱 상승시킬 것이라는 데에 있다. 물가가 다른 경쟁국에 비해 더 많이 오르면 국제경쟁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국제수지는 더 빠르게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환율이 더 오를 것이고 물가불안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출업체는 물론이고 내수업체의 경영수지까지 악화될 것이고, 경기하강은 더 빨라질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면, 부동산 거품이 터질 것이고 주식시장도 붕괴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경제는 어떤 지경에 처할까? 도대체 정책당국이 이런 위기의식을 가지고라도 있는 것일까?

지금 당장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에선가 끊어야 한다. 그게 어디일까? 당연히 물가불안의 근원인 환율에서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2천6백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가 그것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지 않은가. 다른 부문에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도 없지만, 설령 이것을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뒷받침할 재원이 충분치 않다. 그렇다면 외환보유고 매각을 통한 환율 하락의 유도가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해야 한다.

혹시 외환보유고를 매각하더라도 환율이 하락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당국이 이미 그런 경험을 했지 않은가? 그러나 그것은 지나치게 미약한 대응이었다. 미약한 대응은 내성만 길러줌으로써 사태를 더 악화시킬 따름이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설령 이 처방의 효과가 의심스럽더라도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현재의 경제난을 방치하면 악순환이 벌어짐으로써 사태가 점점 더 악화될 것이 빤한데, 손을 놓고 구경만 할 참인가? 다른 처방을 찾지 못했다면, 이런 처방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경제지표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적응하기 마련이다. 최근의 환율동향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10월에 907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이 그 뒤로는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1천원 미만의 어느 선에선가 안정을 되찾았을 것이다. 실제로 950원 아래 수준에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현 정책당국의 환율방어가 환율상승에 기름을 부었고, 결국 1,050원 대까지 끌어올리고 말았다. 모든 경제지표들이 이 환율수준에 적응을 해갔다. 물가불안이 일어난 것이나 경기하강이 벌어진 것도 그 적응의 과정이다.

그러나 만약 환율을 끌어내려 단기적으로 950원 선에서 안정시키면, 경제지표들은 이 수준에 적응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900원 선 아래까지 환율을 떨어뜨리면 모든 경제지표들은 또 그 수준에 적응할 것이다. 그래서 물가는 안정될 것이고, 경기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다. 제발 그렇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자신하건대, 10억 달러씩 열 차례만 외환보유고를 매각하면, 환율은 떨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연구소의 미래형 진단이 거의 모두 정확했고 가장 빨랐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이제 우리 연구소의 처방을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