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외환시장의 환율은 하루 종일 미쳐 날뛰는 것 같았다. 1,40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폭등을 계속하여 오후에는 한 때 1,490원을 넘겼다. 막판에 이르러 갑자기 폭락세로 돌아섰고 결국 10월 8일 종가(1,395원)보다 더 낮은 1,379.5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루 중 등락폭이 무려 120원에 이르렀을 정도로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이것은 외환선물 거래의 경우 투자원금의 두 배 이상을 날릴 수도 있고 벌 수도 있는 등락폭이었다. 물론 상한가에 막혀 이런 거래는 아예 이뤄지지 못했지만 말이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최소한 10월 9일 하루 동안은 전형적인 도박판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시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 없다. 선물시장에 대한 극단적인 규제가 이런 참혹한 현상을 일으켰다. 만약 선물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면, 환율이 이처럼 폭등했다가 폭락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종가기준으로 환율이 1,395원(10월 8일 기록)까지 올랐다는 자체가 상식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10월 8일 각국 통화에 대한 환율의 2007년 말 대비 상승률을 따져보면 이 점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달러에 비해서는 42.3%,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에 비해서는 각각 58.0%와 54.8%, 싱가포르 달러에 대해서도 40.1%, 유로화에 비해서는 31.2%, 영국 파운드에 비해 24.2% 등이나 평가절하되었다.

특히 영국은 경상수지 적자가 2006년에 936억 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2007년에는 무려 1,152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밖에 유로화를 사용하는 스페인은 2007년 경상수지 적자가 1,453억 달러를 기록했고, 프랑스는 306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원화가치만 이렇게 크게 떨어졌는데,  이게 과연 합리적인 일일까?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이런 나라들에 비해 그만큼 추락하여 어려워졌을까? 아니면, 세계 경제상황이 어디로 흘러갈지 몰라서 안정적인 통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일까?

이런 의문들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는 다음과 같은 나라들의 통화에 대한 우리 환율의 상승률을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 대비 39.6%가 상승했고, 말레이시아 링기트 대비로는 35.2%가 상승했다. 정정이 불안한 태국의 바트에 비해서도 23.6% 등을 기록했다.

심지어 국제수지(경상수지)가 계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호주 달러에 비해서도 14.9%나 평가절하되었다. 참고로 호주 경상수지 적자는 2004년 388억 달러, 2005년 410억 달러, 2006년 415억 달러, 2007년 56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것은 수입액의 1/3이 넘는 규모로서, 우리나라에서라면 진즉 ‘외환위기 본격 진행’이라는 얘기 나왔을 것이다.

뉴질랜드 통화에 비해서도 14.1%나 평가절하되었는데, 이 나라 역시 2007년 경상수지 적자가 무려 100억 달러를 넘김으로써 수입액의 거의 1/3에 이르렀을 정도였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경상수지 적자가 1천2백억 달러를 넘는 셈이다. 아무리 경제에 문외한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사정을 안다면, 우리나라 환율이 이런 나라들 통화에 대해서도 크게 평가절하되었다는 사실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누구나 말할 것이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환율 상승률(2007년 말 대비 10월 8일, %) 

구분	미국	일본	유로	중국	홍콩	싱가폴	말련	태국	인니	영국	호주	뉴질랜
상승률	42.3	58.0	31.2	54.8	42.8	40.1	35.2	23.6	39.6	24.2	14.9	14.1

자료 : 한국은행 통계시스템

그 뿐만이 아니다. 우리 연구소 [이용자 참여]에 옮겨진 Darknalt님의 글에 따르면, 10월 8일 기록한 환율을 3월 3일과 비교하여 그 상승률을 따져봤더니, 국내 은행이 환전해주는 세계 모든 통화에 비해서 우리나라 원화가 다음과 같이 평가절하되었다고 한다(외환은행 사이트에서 이 자료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우선, 국제수지 적자가 계속 누적되어 외환보유고가 감소하거나 그런 우려가 대두한 나라들을 이 자료에 입각하여 먼저 살펴보자. 우리 환율은 남아공(2007년 경상수지 적자 206억 달러) 통화에 대해 28.2%, 헝가리(2006년 적자 74억 달러) 39.9%, 폴란드(2007년 158억 달러 적자) 34.9%, 인도(외환보유고 급속 감소 중) 21.7%, 파키스탄(2007년 83억 달러 적자) 19.4%, 멕시코(2006년 20억 달러 적자) 25.3%, 요르단(2007년 28억 달러 적자) 48.7%, 베트남(외채 급증) 42.6% 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밖에 우리나라 경제보다 안정적이라고 볼 수 없거나 훨씬 더 취약한 나라들의 통화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평가절하되었다. 필리핀 25.8%, 방글라데시 49.3%, 이집트 48.9%, 브라질 9.0%, 이스라엘 10.6%, 대만 45.8%, 러시아 36.8% 등을 기록한 것이다. 참고로 러시아는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달러화가 넘쳐나나, 이에 따라 루블화의 가치가 폭등하여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심각한 타격을 이미 입었고, 때마침 석유가격까지 크게 하락하고 있어서 장차 심각한 경제난이 닥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 이제 종합적인 관점에서 판단을 해보자.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최근 몇 달 사이에 보여준 상황이 과연 정상일까? 10월 9일 종가 환율이 1,379.5원을 기록한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9월 외환위기설’이 나타나기 직전인 7월말에 비하여 불과 석달 사이에 환율이 무려 36.3%나 상승한 것이 과연 자연스런 현상일까? 이런 물음에 스스로 답을 해보면, 우리나라 환율이 장차 어디로 흘러갈까를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환율이 폭등한 것은 달러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시간이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장차 이것은 또 어떻게 변할까? 혹시 달러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시간이동이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수요는 더 미래로 옮겨지고, 과거와 미래의 공급은 현재로 집중하는 것은 아닐까? 이 경우에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요는 부족하고 공급은 넘쳐남으로써 환율이 다시 폭락하는 것은 아닐까?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냉정한 자세를 되찾아 스스로 판단해볼 일이다.

그거야 어떻든, 최근 몇 달 동안 환율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또 한 번 크게 한 탕을 한 것 같다. 경제위기설은 이명박 정권이 스스로 창출했지만, 그것을 '9월 금융위기설'로 변형시켜 처음 퍼뜨린 것은 국제금융기관들이지 않은가 말이다. 여기에다, 국내 자칭 경제전문가들마저 이들의 터무니없는 금융위기설에 부화뇌동한 것이 우리 국부를 결정적으로 유출시켰다. 제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정책당국이라도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겠다. 정책대응이 적절치 못하여 우리 국민들이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자꾸만 외국계 금융기관에 빨리고 있으니, 이것은 어찌 답답한 일이 아니겠는가?! 국제금융기관들의 컨설팅을 자청하여 받아가면서 말이다. 

	08-10-10 07:55
소장님, 그런데 환율이 폭락하면서 정부가 또 다시 달러 방어 개입을 하면 어떻게 하죠 ?

	08-10-10 09:56
소장님의 명철한 분석과 전망에 큰 도움을 받고있습니다. 늘 경의를 표합니다. 금융분야에 대한 경제지식이 부족하여 여쭙고자 합니다. 우리 선물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고 활성화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08-10-10 11:03
EJ님, 반갑습니다. 환율방어하다가 뜨거운 맛을 봤으니까 그런 일은 하지 않기를 바래야지요. 민국연님, 반갑습니다. 엔화 선물이나 유로화 선물 등 선물거래 품목을 다양화하고, 그 기간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투기적 거래도 완전히 허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국내 외환선물 거래자들이 국내 외환시장에서 거래하기보다는 역외시장이나 외국시장에서 직접 거래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국내 시장은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고, 역외시장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짐으로써 국내시장은 더 왜곡될 수밖에 없지요. 또한 경제가 중대한 질병에 걸리지 않는 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일을 최대한 자제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의 자정기능이 살아날 수 있지요.

	08-10-10 11:53
안녕하세요. 소장님.  독자입니다. [거짓말 경제학]을 읽고, 지금은 [돈버는 경제학]을 읽고 있는데, [거짓말 경제학]은 제게는 좀 어려웠지만, [돈버는 경제학]은 책 덮기가 어렵습니다. 경제학 지식이 미천한 관계로 천천히 읽으며 뒤씹어보아야 하는데, 재미가 있어 빨리 읽게 되네요. 엉뚱한 질문인지 모르지만, 정부가  외환시장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해야 하더라도, 사용가능한 외환보유고를 국내 시중은행에다 $예금를 하던가, $대출해주어서, 간접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나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08-10-10 11:55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이 돈을 버는 구조는, 1) 3개월 전에 1달러=1,000원의 환율에서 십조원을 투자해 100억 달러를 매입해 두었다가 2) 3개월이 지난 현재 1달러=1,300원의 환율에서 100억 달러를 13조원에 팔아   3조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게 되면 한 몫 단단히 챙기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논리대로 한다면, 우리 정부도 지금 상당히 돈을 벌고 있지 않나요? 1) 연초에 환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십조원을 투자해 100억 달러를 사 두었다 2) 현재는 환율을 끌어 내리기 위해 100억 달러를 매각해 3조원의 수익을 얻는다. 이렇게 된다면, 외국계 은행만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도 돈을 벌었고 재정지출을 늘리더라도 재정적자가 발생하지 않을 만큼의 자금을 확보한 것은 아닐까요?

	08-10-10 11:59
안녕하십니까, 소장님. 이곳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번 글도 정말 멋진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경상수지 부문에 치우친 것이 아닐까 걱정이 듭니다. 노컷뉴스에 실린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이번 환율상승의 핵심요인이 외국인의 주식매도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전세계적인 달러 유동성의 위기로 외국인은 달러 확보에 비상이 걸려있고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외국인의 비중이 높은 한국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7월 1일부터 10월 9일까지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11조 5천억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만한 금액이 달러로 바뀌어 유출되었다면 충분히 환율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경상수지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자본수지 관점에서의 접근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08-10-10 12:57

지금 외환시장이 패닉현상을 보이는 원인은 최소장 표현대로 수요는 미래의 수요까지 현재로 이동하고, 공급은 현재분이 미래로 이전되기 때문이겠지요. 이걸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면, '신호'를 시장에 주어야 합니다. 최소장께서 주장하고 계신 것처럼 경상수지 적자규모나 우리 경제규모로 볼 때 외환위기 가능성은 없다라는 걸 '믿도록' 해 주는 신호를 보내야죠. 이걸 아무도 안 믿거나, 아니면 자기는 믿지만, 다른 사람이 안 믿을 거라고 믿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걸 심리학에선 제3자 효과라고 하는데, 금융시장에서는 이 이론이 작동할 때가 많죠.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사실을 알리는 것' 못지 않게, 사실이 어떠하든 간에 '나는 못 믿겠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은 믿을 것 같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몇 가지 해야 하지요. 첫째, '외국'이 신뢰할 수 있는 경제수장을 내세워야 합니다. '한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짓은 하지 않을 사람'을 경제수장으로 앉혀야 합니다. 이명박씨가 그를 신뢰하건 말건 상관없습니다. 이미 국내 환율 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그렇게 '믿을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면 됩니다. 외국인들이 그렇게 '믿는다'는 것이 다른 시장 참여자들에게 알려지면, 미래로 이동했던 공급은 현재로 돌아오게 되고, 현재로 몰린 미래 수요는 다시 미래로 돌아가게 될 것이니까요. 둘째, 당연히 차후에도 절대로 환율을 인위적으로 건드려서는 안됩니다. 특히 외국 투자가들에게 치명적인 것은 한국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무역수지보다 사실 더 직접적으로, 단기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본수지, 특히 외국인 주식및 채권 투자자금이 된 지 오래입니다. 한국 경제 성장률을 위해 원화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정부가 들어선 것이 지금 주요 통화에 비해 유독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 사실을 외면하고, 다른 대책은 백약이 무효인 이유가 여기 있죠. 이명박씨가 스스로 걸어내려 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안된다면 최소한 환율 만큼은 '시장이 알아서' 정하도록 해야 하고, 특히 '인위적으로 원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됩니다. 주식시장이 글로벌 약세니,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긴 하나, 우리나라 약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다른 이유도 물론 있지만, 한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원화가치를 떨어뜨리겠다'는 신호를 줬던 게 치명타였습니다. 돈 벌려고 이국만리 시장까지 투자하러 온 외국인자금들이 가만히 있는 게 더 이상하죠. 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됩니다. 하여간 외국인 투자가들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런 엄연한 사실도 모르고 함부러 환율을 건드린 강만수 일당은 결코 용서되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