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문은 10월 11일자로 ‘외신, 도를 넘어선 한국 딴죽 걸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몇몇 해외 언론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경제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저널(WSJ) 10월 9일 인터넷판은 ‘한국은 아시아의 아이슬란드인가’라는 황당한 제목의 기사에서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크고 은행들의 예금 대비 대출 비중이 높은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위험 리스트의 가장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우존스는 ‘지급불능’이라는 제목이 붙은 보도를 통해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계 은행이 지급불능 위험에 처했다는 내용을 던졌고,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은 한국은행들이 달러 유동성을 달러로 조달해 원화로 대출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파이낸셜타임스조차 아시아에서 한국이 가장 높은 금융위기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게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외신에 이런 기사가 뜰 때마다 1980년대 초 석유파동 때의 개인적 경험이 자꾸만 떠오른다. 다른 글에서 이미 밝힌 바 있지만, 일본의 유력 일간지가 석유가격이 장차 6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보도를 내보낸 직후, 일본 종합상사 하나가 36달러짜리 판매 오파를 우리나라에 보냈다. 만약 우리가 이 오파를 잡았더라면, 그 뒤 석유가격이 계속 하락하여 18달러 선까지 떨어졌으므로 엄청난 손실을 입어야 했었다. 보도의 신뢰성을 생명으로 여긴다는 세계적인 신문조차 국익이나 자국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이런 파렴치한 보도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최근에 위와 같은 보도를 한꺼번에 내보낸 것도 뭔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다시 말해서, 미국계 금융회사의 이해와 직결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 경상수지 적자가 심각한 문제라면 경제 규모와 비교해야 했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다른 나라들을 먼저 거론해야 했다. 다음으로, 국내 은행의 예대비율도 미국 은행들보다는 양호하다. 끝으로, 은행을 비롯한 기업의 부채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는 미국의 유력 신문이 이런 사실들을 모두 간과했다는 것은 다른 숨겨진 목적이 없다면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미국계 금융회사들은 국내에서 ‘9월 금융위기설’을 전파하여 환율을 폭등시킴으로써 엄청난 이익을 챙겨 갔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에서 경제위기감이 팽배할수록, 그리고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수록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더 큰 돈을 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아니다. 어쩌면 이들은 국내에서 달러선물을 엄청나게 사뒀는데 환율이 하락세로 반전되어 엄청난 손해를 입을 처지에 놓여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더욱 안달이 났을 수도 있고, 미국의 유력 신문들까지 동원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공정성과 정확성과 신뢰성을 생명으로 여긴다는 미국의 언론도 국익 앞에서는 그 원칙을 쉽게 저버리곤 했던 것이 과거의 경험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