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참여자 수가 하루 100만 명에 육박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반발로 시위가 점점 더 격화되면서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가 한 자릿수를 오락가락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던 지난 5∼6월.
이명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제 위기론'을 제기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경제위기론'은 퍼지고 퍼져 사람들이 그 출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희석된 끝에 마침내 '9월 위기설'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되어 되돌아 왔고, 실제 9월초 외환시장과 주식시장도 정부의 통제범위를 벗어나 아비규환의 수라장으로 변해 폭주했다.
 
9월로 접어들면서 <더 타임즈>와 <파이낸셜타임즈>, <로이터통신> 등의 주요 외신들이 한국 경제의 '위기설'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자 정부는 '9월 위기설'이 근거없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해명을 내놓기에 급급했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폭주하기 시작한 지난 9월1일 오후 서울 강남에 있는 21세기경제학연구소 사무실에서 최용식 소장을 만났다.
 
가장 정확한 경제 예측으로 정평이 나 있는 최 소장은 '9월 위기설'에 대해 "아직까지 우리 경제는 체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근거가 희박하다"며, "최근의 물가불안만 적기에 잡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최 소장은 "경제에 관한 모든 예측은 자기실현성이 크다"는 말과 함께 현 정부의 정책 운용에 대해 "답답하다"는 말을 수 차례 반복했으며, 주가전망과 관련해서는 증권가에서 바닥으로 보는 코스피 1300∼1400선 보다 훨씬 낮은 1000선 이하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지금 같은 물가불안 2년 이상 지속되면 구제불능
 
8월 소비자 물가, 소폭 하락했지만 앞으로가 걱정
물자 부족에 의한 인플레이션마저 우려되는 상황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 김경탁 기자

 
다음은 최용식 소장과의 일문일답.
 
- 오늘 아침에도 주가나 환율이나 심각하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현재의 경제상태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 같은 상황은 1974년과 1980년 그리고 91-92년에 버금갈 정도로 심각하다.
 
- 1974년과 1980년은 오일쇼크 시기인데.
 
△ 이때가 어려웠던 원인을 오일쇼크 때문으로 알고들 있는데, 오일쇼크가 경제난을 심화시켰다는 것은 맞지만, 근본원인은 아니었다.
 
경제난만 오면 정책 당국이나 경제관료들은 희생양이나 책임회피를 할 것이 필요하니까 자꾸 석유파동, 석유파동 하는 것이다.
 
오일쇼크가 터지기 전에 이미 경제난은 시작했었고, 오일쇼크가 터진 다음에는 오히려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경제정책의 실패로 경제가 거의 파탄직전까지 갔었다.
 
환자가 병에 걸렸는지 여부를 판다할 때 제일 먼저 체크하는 것이 체온과 혈압인 것처럼 경제에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제일 먼저 체크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물가와 국제수지인데, 우리나라의 60-70년대나

미국의 90년, 프랑스나 스페인, 영국처럼 국제수지는 다년간 적자를 기록하더라고 경제가 고도성장을 할 수가 있지만 물가불안이 2년 이상 지속되면 거의 구제불능상태로 가게된다. 지금은 그 정도로 어려운 상태이다
 
- 물가불안이 시작된 것은 올해부터이지 않나.
 
△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금년 연초부터인데, 물가불안이 왜 문제이냐가 문제인데, 앞에서 말했듯이 석유는 원인이 아니다.
 
석유는 재수출한 것을 제외하고 순수입분만 따지면 GDP(국내총생산)의 4% 밖에 안 된다. 그게 어떻게 두 배 세 배 올랐다고 물가불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나.
 
실제 일본은 여전히 1%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대부분의 서유럽국가들은 3%대이다.
 
미국만 달러화 약세 때문에 4%대 후반에서 5%대 초반을 왔다갔다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심각한 나라는 많지 않다. 경제정책이 결정적으로 실패한 나라들만 이렇다.
 
문제는 환율이다.
 
지금 물가의 내용이 아주 안 좋다. 7월 달에 생산자 물가가 12.5%를 기록했고, 8월에는 소비자물가가 5.6%로, 약간 떨어졌다니 다행스럽기는 한데, 과연 이게 안정이 되겠느냔 말이다.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한 결코 안정될 수가 없다. 앞으로는 물자부족에 의한 인플레이션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생산단가는 올라가는데, 상대적으로 소비자가격은 낮아지면 경영지수는 악화된다. 그러면 기업인들로서는 최적 생산규모로 생산량을 축소해나간다.
 
시설용량에 맞게끔 한계생산비가 최소화될 때까지 축소해가야 하는데, 그러면 당연히 물자부족에 의한 물가상승도 일어날 수가 있다.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최적생산을 맞추기 위해 생산규모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이다.
 
- 국내 소비재 생산이 줄어드는 가운데, 환율 때문에 수입하기도 어려워지는 상황…. 좀 황당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강만수 장관이 올해 물가가 6% 미만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데.
 
△ 오늘 발표된 5.6%도 사실 잘 믿기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는 것이지 않나. 한국은행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을 봐야 한다.
 
어제 제가 시골을 다녀왔는데, 작년에 비해 비료값이 3배가 올랐다. 농약 값도 2배 오르고, 올 겨울에 비닐하우스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하더라.
 
그러면 당연히 물자부족에 의한 물가불안이 일어난다. 우리 국민들의 기초생활에 필요한 물자들이 그런 상황이다.
 
난방비나, 경운기, 트랙터 움직이는 비용이 엄청나게 올라있지 않나. 만약에 겨울에 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되는 채소 같은 물품들이 더 이상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정부가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박재완 수석이 우리 경제에 대해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말했다고 하던데 답답한 노릇이다. 뭐가 잘못되었는지도, 상황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 그래도 정부에 물가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 자체는 있는 것 같다.
 
△ 그래서 그렇게 심각하다는 인식을 했으면 원인부터 제대로 파악을 하고, 뭘 잘못했으니까 어떤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방향 재정립을 하는 것이 순서이지 않나.
 
- 그런데, 정작 원인 분석을 하는 것을 들어보면 '다른 것이 올라가니까 눈치보고 올리는 악덕업자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평가를 하더라.
 
△ 꼭 그런 식으로 희생양을 만들어낸다. 바보 같이.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개선이 안 된다. 그리고 강제로 억누르려고 한다.
 
미국의 닉슨이 배급제 시행하고 가격과 임금을 통제했을 때 얼마나 인기가 좋았나.
 
최초로 민심을 제대로 읽었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물가불안은 더 심각해지고 물자부족이 생기면서 주유소 앞에 수백 미터 씩 줄을 서야하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민심이 확 돌아섰다.
 
- 자본주의국가에서 공산주의방식을 동원하려니까 안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 시장을 위에서 통제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독일이 세계대전 후에 한순간에 물가통제를 다 없애버리고, 배급제도 다 없애버렸다.
 
그 직후에는 마르크화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가 하루사이에 몇 퍼센트씩 뛰었지만 딱 1주일만에 정상화되었고 그때부터 생산이 늘어나면서 물가가 안정되었다.
 
그 정책을 폴란드의 자유노조 바웬사 정권이 그대로 모방해서 성공을 거뒀고, 폴란드가 성공하니까 체코슬로바키아도 그 정책을 써서 성공한다.
 
소위 말해 소련경제권에서 시장경제로 이양해서 성공을 거둔 나라들은 다 똑같은 방법을 썼다. 통제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물가도 마찬가지로, 시장이 오르려고 하면 풀어줘야 한다.
 
- 정부에서는 틈날 때마다 품목을 정해서 통제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물론 통제는 안되고 있지만.
 
△ 경제가 악순환으로 가는 경우에는 강력한 정책 처방이 필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악순환이 아니고 풀어줬을 때 선순환으로 갈 것 같으면 풀어줘야 한다. 악순환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강력한 처방을 해야 한다.
 
- 어떤 처방이 있나.
 
△ 환율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 현재 상황은 달러가치가 점점 떨어지니까 한국으로 많이 들어왔었던 외국자본이 앞으로 원화가치가 점점 떨어지면 환차손이 날 것 같으니까 서로 나가려고 하는 상황인데, 진짜 이래서는 안 된다.
 
답답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순리이다. 순리대로 가야하는데,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성장지상주의, 물론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정권을 잡았으니까 경제를 살리는 것은 좋지만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이 어디에 있나.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더 확충하지 않고는 높은 성장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나.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피와 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가 마라톤 선수라면, 더 빨리 달려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으면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더 많은 인내를 해야 하고, 고통을 참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노력은 하나도 없이 "이번 구간에서 13분대에 뛸 거야"라고 맘먹고 뛰면 어떻게 되나.
 
탈진해서 더 이상 못 뛰게 된다. 지금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답답한 이야기이다.
 

▲21세기경제학연구소 최용식 소장     © 김경탁 기자

 
마라톤 선수가 훈련 없이 구간 기록에만 집착하는 꼴?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탈진해 더 이상 못 뛰게 된다"
 
-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이나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민영화는 어떻게 보고 있나.
 
△ 그것은 해주는 것이 좋다. 공공부문은 최소한 성장을 억제시켜주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중에서 비교적 우수한 사람들이 그쪽을 지원하지 않나.
 
그러면 국제경쟁의 현장에서 뛰는 일자리에는 어떤 사람이 가겠나. 상대적으로 덜 유능한 사람들이 가게 되어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성장력과 경쟁력이 점점 더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 부분과 관련해 제가 마치 소위 말해서 '민영화지상주의자'처럼 알려져 있는데, 저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공공부문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말해 직장인의 꿈이 안정성과 성장성 두 가지인데, 억제되어 있으면 10년이 되어도 진급을 못하지 않겠나. 그러면 유능하고 도전적인 사람들은 안 간다.
 
그런 정도만 하라는 이야기이다. 공공부문을 전부 다 민영화하고 전부 타파하라는 것이 아니다.
 
-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문제와 별도로 국책연구기관을 폐지하거나 통폐합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나.
 
△ 진짜 생산성 없는 곳이 거기이다. 지금 KDI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봐라.
 
- KDI를 폐지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본 것 같은데, 기초과학부분의 연구소들을 통폐합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분위기여서 하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원하는 방향의 정책보고서들을 잘 내줘서 그런지 KDI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는 없더라.
 
△ 해야할 일은 하지 않고 안 할 일만 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만 생각하면 참 답답하다. 문제는 뭐냐하면 앞을 내다보지는 못할망정,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언론도 그렇고 경제전문가들도 그렇고 정책당국도 그렇다.
 
자기들이 모르겠으면 아는 사람한테라도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아닌가. 기회는 놓쳐버리고 시간이 지난 다음에 후회만 하고 자기들이 편리한 식으로 교묘하게 해석을 한다.
 
석유가격이 147달러까지 갔을 때 제가 조만간 석유가격은 장기간 약세로 갈 것이라고 이야기했었다.
 
장기적으로는 50달러 전후로 안정될 것이라고 최근에 모 경제관료 앞에서도 말했고, 그런 표현을 계속 했는데,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후회된다.
 
석유가격이 안정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미친놈들이 어디에 있나.
 
국제수지도 조만간 개선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8월에 조금 악화되기는 했지만 9월과 10월, 11월에는 또 호전될 것이고, 최소한 무역수지는 흑자로 간다는 말이다.
 
그것도 자기들 편리하게 "아 걱정 안 해도 되는구나"하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명분으로 삼는다.
 
- 최근까지 정부가 환율을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약발이 먹히지를 않아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 뒤따라 다니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다. 지금은 환차손 우려 때문에 외국 자본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안 되지 않나. 들어오는 것이 안 되니까 나가는 것만 생기는 것이고 그것이 환율상승 요인으로 작용을 하고 있다.
 
제가 봤을 때 주가지수가 조만간 1000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으니까, 1000 밑으로 떨어져서 한 700∼800 정도로

가면 외국인들이 환차손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서 주식을 사면 돈이 조금 들어올 것이다. 그때는 환율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 환율은 최고 얼마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나.
 
△ 그것은 이야기를 못한다. 흐름만 이야기할 따름이지, 어디까지냐, 어디까지 올라갔다 어디까지 빠지고, 어느 때 그렇게 되냐고 물어보면 그건 모른다. 저는 아는 것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자기들이 원하는 것은 제가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