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아무리 뛰어난 미인일지라도 몇 가지 약점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약점들만 들춰서 기록한다면, 미인의 잘 생긴 얼굴을 잘 모르는 사람은 흔히 추녀에 대한 기록이라고 볼 것입니다.  이래서 평가의 기준은 중요하지요. 특히 다른 사람의 평균과 비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사나 경제도 마찬가지지요. 아무리 밝아도 어두운 면이 있기 마련이고, 아무리 어두워도 밝은 면이 있기 마련이지요. 만약 어두운 면만 들춘다면 그 경제가 내일 곧 무너질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균형감각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균형감각을 갖추기 위해서는 평가의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지요.

더욱이, 우리 경제가 위기적 상황이라는 근거로 제기한 것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되거나 왜곡되었다면, 그것에 입각한 판단은 틀렸다고 해야 합니다. 퍼오신 글에 나타난 외신의 보도들은 과장과 왜곡과 거짓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우선, 8월13일자 파이낸셜타임즈는 우리 외채가 4천억 달러를 넘는다고 보도했는데, 이것이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외채권을 함께 살펴야 했습니다. 

다음으로, 9월1일자 더타임즈는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IMF 권장수준에 미달한다고 보도했는데, 이것은 사기입니다. IMF는 총 수입액의 3개월분을 적정 외환보유고로 권장한 적이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적정 외환보유고는 약 1천2백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당시 2천5백억 달러가 넘었었지요.

셋째, 10월6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감염의 가능성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고 보도했는데, 이것은 객관성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언론의 자세와는 거리가 멉니다. 정정이 불안한 태국이나, 외환보유고가 거의 고갈된 파키스탄, 외환보유고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인도, 외채가 급증한 베트남 등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세계 어느 금융기관에 못지않게 재무건전성이나 경영수지가 양호한 편입니다.   

넷째, 10월8일자 다우존스 통신이 신용평가사인 피치를 인용하여 '한국계 은행에 지급불능 조짐'이라고 보고한 것도 전형적인 사기수법입니다. 우리 정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피치사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을 따름이라고 합니다. 다우존스 통신은 이 문제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은행의 지급준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하며, 경영수지 역시 아주 양호한 편에 속합니다.

다섯째, 10월10일자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의 보도 또한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리 은행들이 달러로 빌려와 원화로 대출해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은행이 환헷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점은 간과했지요. 보도의 균형감각을 갖추려면 환헷지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했습니다. 

여섯째, 10월10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가장 크다고 보도했으나, 이것은 전형적인 과장수법일 따름입니다. 이 문제를 다루려면 경제규모와 비교해야 했습니다. 단순히 경상수지 적자 규모만으로 국내총생산이 1천억 달러에도 미달하는 나라와 거의 1조 달러에 이르는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욱이 경상수지 적자가 가장 큰 나라도 아닙니다.

일곱째, 10월14일자 파이낸셜타임즈는 우리나라가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것은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전형적인 과장보도라고 해야 합니다. 여러 나라들이 이미 외환위기를 겪고 있거나, 외환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이런 나라들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아직 외환위기의 징후는 보이지 않으나, 스페인이나 호주나 뉴질랜드 등의 외환사정은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조처 없을 정도로 열악한데, 이 나라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여덟째, 10월16일자 포브스는 한국 지방은행이 달러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것은 사실이지만 국가경제 전체로는 그렇게 중요하거나 심각한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지방은행들은 달러유동성과 관련된 업무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홉째, 10월17일자 파이낼셜타임즈는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첫번째 희생자라고 보도했는데, 이것은 사실을 외면한 억측에 불과합니다. 외신들의 악의적인 보도를 계속하여 내보냄으로써 우리나라 환율이 1,300원 대로 상승하기는 했지만, 외환보유고가 고갈될 조짐은 아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파키스탄은 이미 외환보유고가 거의 고갈되어 외환위기 직전의 상태에 몰려 있고, 베트남이나 요르단이나 인도 등의 외환사정이 훨씬 더 긴박한데, 이런 사실들을 파이낸셜타임즈가 외면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세계적으로 신망이 높은 언론기관들이 왜 위와 같은 보도들을 연속해서 내보낼까요? 그 이유를 이제 한 번쯤은 의심해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