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자들은 세금을 깎아준다고 정치권에서 제안하면 상당수가 반대한다. 큰 부자들은 대부분 자기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기도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회지배계층부터 먼저 자원하여 입대하곤 했다. 우리나라나 제3세계 일부에서는 악덕 금융업의 성징으로 여겨지는 JP모건은 1907년 금융공황 당시에 자신을 파멸로 이끌지도 모를 대대적은 구제금융을 다른 금융기관에 제공했다. 미국 국력의 밑바탕에는 이런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르다. 세금을 어떻게든 내지 않으려고 별짓을 다한다. 특히 부자들이 더 하다.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 온갖 영화를 누린 높은 장군 출신일수록 그 자식들은 군대에 가지 않는다. 이러고도 어떻게 나라가 번영하기를 기대하겠는가? 사회 양심이라 자처하는 자칭 진보들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초와 나라의 장래는 안중에도 없다.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경제체력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미국은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라더스나 AIG와 같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도산했고, 세계적으로도 벌써 외화위기를 겪는 나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아직은 이런 나라들처럼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대통령을 포함한 우리 사회지배계층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거나, 일본의 초장기 경기부진 때와 똑 같다고 떠든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설령 우리 경제가 그처럼 어려운 것이 사실이더라도, 여론선도층이나 사회지배계층이라면 자신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경제가 진짜로 그처럼 어렵더라도 그것을 까발리는 일은 제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나마 논객으로 활약하는 정도라면, 우리 사회에서 그만큼의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할 것이 아닌가. 거듭 강조하거니와, 경제는 자기실현성이 매우 높다. 특히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은 더욱 그렇다. 시장 참여자들 대부분이 파국이 올 것으로 믿으면, 시장은 파탄을 향해 달려가기 마련이다.

지금 국민들의 불안심리 내지는 공포감은 극에 달해 있다. 주가지수가 1천을 돌파 당한 것만 보더라도 그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독단적인 판단에 입각하여 극단적인 저주를 여기에 퍼붓고 있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이게 과연 여론선도층이나 사회지배계층이 해야 할 일인가? 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밉더라도, 우리 경제에 대한 저주를 이제 멈춰야 한다. 빈대를 없애겠다고 초가삼간마저 태워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