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한국은행 펀글 10-24 18:14
- RP 매입 통해 2조 지원..주가폭락 따른 불안심리 진정 - 앞으로도 과감한 지원 계속..연속적 금리인하 기대 증폭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한국은행이 결국 `직접 자금 투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가가 950선을 깨고 내려가고 채권가격과 원화가치마저 바닥을 모르고 동반 추락하자 단기자금을 투입해 금융시장을 질식시키고 있는 불안심리 잠재우기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이 예상치 못한 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금리인하 속도와 폭도 기대 이상일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 과감하고 신속하게.."앞으로도 계속" 한국은행이 금융시장에 투입키로 한 금액은 2조원.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28일물 환매조건부증권(RP)을 사들여 판매대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환매조건부`가 붙은 채권을 사고 파는 것인 만큼 28일 후에는 금융기관이 다시 빌린 만큼의 돈을 되갚아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은행이 금융기관들에 한달짜리 자금을 빌려주는 셈이다. 예상치 못했던 자금지원 결정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기간이 파격적이다. 한국은행이 RP를 28일물로 매입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한은은 필요하다면 앞으로도 계속 과감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정희전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주식 뿐 아니라 채권시장도 동요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비정례적이고, 시기적으로나 규모나 기간면에서 과감하게 유동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가 폭락 일파만파..불안심리 진정 의지 이날 한국은행의 자금지원을 이끌어 낸 단초는 41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주가였다. 경기둔화와 통화정책 완화기대로 강세를 만끽할 만한 채권시장도, 유례없는 주가 대폭락에 휩쓸리며 동반 약세를 면치 못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 국장은 "주가가 폭락하면서 이에 수반한 불안심리가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불안심리 진정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자금지원 결정을 밝히면서 "이번에 지원되는 자금은 대부분 증권금융 등을 통해 증권관련 기업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권의 경우 넉넉한 지준 상황을 유지하고 있어 자금을 빌려갈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원자금의 대부분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 한은 관계자는 "증권관련 기관들로 자금이 가면서 주식시장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채권시장도 안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통화완화 행보 속도 붙었다..50bp 인하 전망↑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신속하고 과감한 행보를 보이면서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금리인하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25bp씩 움직이는 `베이비 스텝(baby step)` 관행에서 벗어나 50bp인하를 점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0월 금통위에서 이미 연속적인 금리인하가 예견됐다"며 "폭이 문제인데, 자금지원 결정을 내릴 만큼 통화완화 의지가 강하다면 50bp 인하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 기능을 확인시켜 준 조치"라며 "다음달 정책금리 결정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키웠으며, 폭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