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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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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줄박이 할아버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준이는 아빠와 한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날마다 개천가 산책길을 4km씩 걷는다는 약속이었습니다.
4km라야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습니다.
집 앞 둔치에서 저 아래 다리 밑까지 갔다오면 되는 거리니까요.
처음 며칠 동안은 신나게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다리
밑까지 갔던 준이는 겁이 잔뜩 나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다리 밑 양지쪽에 거지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것을 본 것입니다.
날씨가 따뜻한데 아직도 검은 겨울 점퍼를 입고 털 벙거지 모자까지
쓰고 있었으니까요.
그 할아버지에게 잡히면 왠지 큰일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준이는
가까이 가 보지도 않고 돌아온 것입니다.
집에 와 그 얘기를 하자 다음날은 아빠가 따라나섰습니다.
“이 녀석아, 무섭긴 뭐가 무섭니.
어디, 같이 가 보자.”
아빠와 함께 다리 밑까지 온 준이는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할아버지가 어제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앉아 있는데 손바닥에
웬 새들이 내려앉아 모이를 쪼아 먹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
아빠도 신기한지 주춤주춤 할아버지 곁으로 가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그 바람에 새들은 푸드득 날아가 버렸습니다.
“영감님, 새가 어떻게 사람 손바닥에 와 앉지요?
비둘기도 아니고…….”
아빠가 신기해 어쩔 줄 모르자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서로 믿으면 안 될 게 없지요.
저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믿으니까 내려와 앉는
게 아니겠소?”
그래도 아빠가 신기해하자 할아버지는 점퍼 주머니에서 쌀 한 줌을
꺼냈습니다.
“어디, 댁도 한번 해 보시려우?”
할아버지는 아빠의 손바닥과 준이의 손바닥에 쌀 대여섯 톨씩을 놓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도 한 손에 쌀알을 들고 개천 건너편을
향해 휘파람 같은 소리를 냈습니다.
“쓰이 쓰이 휘요…… 쓰이 쓰이 휘요…….”
그러자 건너편 어느 집 울 안에 있는 큰 향나무에서 새 세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새들은 낯선 사람이 있기 때문인지 개천 위를 몇 바퀴 돌다가
할아버지 손바닥에 내려 앉아 부지런히 모이를 쪼아먹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 그거 참새지요?”
준이가 불쑥 묻자 할아버지는 새가 날아갈까 봐 조심조심 말했습니다.
“아니다. 이건 곤줄박이란 샌데, 사람과 금방 친해
지지. 참새는 워낙 의심이 많은 놈이라 사람 곁에
잘 오려고 하지 않는단다.”
그런데 곤줄박이는 할아버지 손바닥의 쌀알만 쪼아 먹을 뿐,
준이나 아빠의 손에는 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준이는 눈을 감고
간절히 빌었습니다.
‘새야. 내 손에도 와 봐. 절대로 해치지 않을게.
정말이야. 응?’
그러자 정말 새들이 준이 손바닥으로 옮겨와 앉았습니다.
딱딱한 발톱으로 손바닥을 잡고 뾰족한 부리로 콕콕 쪼는 것이
여간 짜릿짜릿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곤줄박이는 이번에도 준이 손바닥의 쌀만 쪼아 먹고
그냥 날아가 버렸습니다.
아빠 손바닥의 쌀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체. 새들도 나를 못 믿을 사람으로 아는 모양이지?”
아빠는 서운한지 손을 내리며 피식 웃었습니다.
“허. 그럴 리야…….”
준이를 바라보고 껄껄 웃는 할아버지의 두 눈이 조금 전에 본
곤줄박이의 눈처럼 맑고 순해 보였습니다.
준이는 할아버지를 무서운 거지라고 생각한 게 미안해 얼른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목마르거든」 제공. 글 : 조대현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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