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경영 펀글 12-06 12:22
독일에는 장수 기업들이 많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생활산업용품기업 헨켈 역시 올해 창립 130주년을 맞이했다. 이런 이야기를 외부 사람들에게 하면, 대부분 가장 먼저 ‘기업의 장수 비결’에 대해 묻곤 한다. ‘장수 기업’은 모든 기업의 바람일 것이다. 장수 기업은 어떻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일까?첫 번째 비결은 아마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있다. 현재 영국은 ‘Look Behind Label(라벨 너머 진실을 보라는 뜻)’ 캠페인이 한창이다. 영국 대표 유통기업 막스&스펜서(M&S)는 1999년부터 자사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개도국 공장 직원들의 인권문제에 관여해왔다. 판매되는 모든 제품이 노동착취와 인종차별, 동물학대 없이 생산됐음을 공표하는 ‘Look Behind Label’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과 두터운 신뢰를 쌓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잊혀졌던 브랜드 M&S는 이 캠페인을 통해 착한 기업 이미지로 거듭나면서 매출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소비자의 의식 변화는 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이윤만 추구할 수 없게 됐다. 주주, 소비자, 협력업체, 국제사회, 지역사회, 정부 및 비정부단체(NGO)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영속성에 대한 끊임없는 위협 요인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2년 유엔 결의에 따라 환경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지속가능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다. 지속가능경영이란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이슈를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영활동을 말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선사업과 기부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공익캠페인, 사회공헌활동, 지역사회 자원봉사, 사회책임 경영 프랙티스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 범위는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착한 기업만이 장수할 수 있으며 성공할 수 있다. 필립 코틀러가 쓴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는 책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 경영 성과도 더 우수하고 훌륭한 인재를 쉽게 확보할 수 있으며 협력 회사에게 우호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도 유리하다. 지속가능 환경경영은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핵심 이슈로 떠오르며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환경부가 지정한 147개 환경친화기업의 공정개선은 물론 환경신기술 개발과 그린마케팅 등 기업의 환경경영 혁신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큰 기업의 유명 브랜드 또는 가격 대비 제품 성능이 선택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제품의 질과 가격이 점차 비슷해지는 요즘,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기업의 좋은 ‘평판’이다. 필자 회사의 ‘2005년 지속성장가능 보고서’ 첫 장에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수치들이 있다. 지난 5년간 이산화황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각각 47%, 13% 감소하고 쓰레기양을 35% 감소시키고도 같은 기간 매출액과 이익이 각각 27%와 50% 증가한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회사가 참여한 각종 사회공헌활동, 환경경영시스템 구축과 유지발전, 환경친화적 제품개발 등 모두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선행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당장의 영업이익을 고려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이 영업이익과 무관한 지출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처럼 장수 기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사회적 신뢰를 받는 진정한 장수 기업이 되고 싶은가? 그럼 우선 착한 기업이 돼야 한다. [새미 루트피 헨켈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