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賞 春 꽃비 내리는 호수
일렁이는 봄
내마음도 울렁울렁
봄이 한껏 무르익어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난분분 날린다.
금오산 유원지 입구에 있는 금오지에는 도로를 따라 벚꽃나무가 심어져 있다.
상춘객들이 여기저기 포즈를 잡고 카메라를 누른다.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고 싶어서일까.
'내마음도 울렁울렁'은 그저 시어일 뿐.
기실은 '봄날이 오며는 뭐하노 그쟈...' 가 내겐 격에 맞을 듯 싶다.
봄이라고 마음 설레고, 가을이라고 또 어떻고 하기엔
내 사는 모양새가 너무 팍팍하기만 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산행코스를 칼다봉 쪽으로 잡았다.
작년 가을에 한번 오르고 한번도 가지 않았던 등산로.
금오산 15개 등산로가 하나같이 만만한 코스는 없지만
칼다봉 코스는 시간도 많이 걸리는 만큼 힘이 든다.
산에는 산벚꽃이 아무도 보질 않는데도 절로 만개해 있다.
하기야 꽃이 어디 누구 보라고 피었겠는가.
때 되면 꽃 피고, 꽃 지면 잎이 나고
그 잎이 푸르러지다 어느듯 낙엽이 되고...그러면 또 나이테 하나 보태는 거지.
진달래도 고운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다.
작년 이맘 때는 저 진달래꽃을 따다 약을 담갔었지.
햇살에 역광으로 쳐다보니 연 분홍빛이 곱기만 하다.
햇빛 투과되는 아기 진달래의 속살이 갓난아이 맑은 피부 같다.
칼다봉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가 능선에 오르면
그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염없이 가는 길이다.
아래로 굽어보니 해운사와 폭포, 장난감 같은 케이블카도 보인다.
할딱고개가 저 아래로 보이니 칼다봉도 상당한 높이이다.
주등산로를 병풍처럼 둘러싼 것이 이 칼다봉 등산로이다.
오른쪽으로는 김천에서부터 금오산을 돌아 성주, 현풍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의 공사 현장이 보인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마지막 공사 구간이다.
평일 산행인지라 산에는 등산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칼다봉을 지나 정상 쪽으로 가다가 아늑한 곳을 발견하고는
목이라도 축일 작정으로 쉬어가기로 했다.
앉으니 나도 모르게 아까 본 고시조가 입에서 중얼거려진다.
주차장 옆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시작되는 등산로 초입에는
야은 길재의 회고가(懷古歌) 를 커다란 바위에 음각해 놓았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야은의 고향이 이곳 금오산 자락인 모양이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그렇지, 산천은 변함없이 계절을 맞이하고 또 보내지만
사람 수명이야 그 장구한 세월에 비하면 그야말로 찰라일 뿐.
그래도 이봄, 꽃도 보고 산도 보고 물도 볼 수 있음을
나는 감사히 생각하자.
지나고 보면 다 꿈같은 세월이 아니던가.
그렇게 봄 한 가운데를 걸어 금오산 정상 현월봉에 올라
달 대신 걸어두었던 내 마음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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