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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주식에 영향이 있을까요? 코스모스
12-12 15:38



삼성은 2·7 대국민 사과 벌써 잊었나
[오마이뉴스 2006-12-11 14:12:38]







[오마이뉴스 곽정수 기자] "삼성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의 증여 문제와 X파일 같은 문제들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깊이 반성한다."

삼성이 지난 2월 7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 내용이다. 당시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동안 삼성의 현안문제들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적해 온 점을 받아들여 8000억원 상당의 사회기금 헌납과 사회공헌 내용을 발표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로부터 10개월 뒤인 지난 12월 7일. 에버랜드 사건의 항소심 결심공판장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은 "전환사채 헐값발행이 도대체 뭐가 잘못이냐"는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들의 최후진술을 듣는 순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유죄판결을 내린 1심 재판기록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봐도 내가 과연 무엇을 잘못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허태학 전 사장)

"(전환사채 발행은) 일상업무의 하나로 한 것인데, 범죄라니 억장이 무너진다." (박노빈 현 사장)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들은 통상의 피고인들처럼 자기변명을 하거나, 정상참작이나 선처를 호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적으로 왜곡된 평가"라거나 "오히려 회사를 위해 잘한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의 이런 모습은 어쩌면 예고된 것이었는지 모른다. 삼성의 변호인들도 대국민 사과 이후에 열린 항소심에서 1심의 유죄판결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줄곧 펴왔기 때문이다.


10개월 전에 대국민사과까지 해놓고, 이젠 잘못 없다니...


그럼 지난 2월 삼성의 대국민 사과는 도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당시 핵심은 8000억원의 사회기금 헌납이었다. 이건희 삼성회장 자녀들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 계열사 주식을 (헐값으로) 취득해서 얻은 이득을 모두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정작 재판정에서는 잘못한 게 없다니? 대국민 사과는 에버랜드 사건 유죄판결과 X-파일 사건 등으로 국민의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발등의 불을 피하기 위해 짜낸 '8000억짜리 연극'이었다는 말인가!


결심공판의 표면적인 쟁점은 두 가지였다. 에버랜드 전환사채가 정말 실제가치보다 헐값으로 발행된 것인지와, 그로 인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이다. 10년 전인 1996년 12월 3일 이재용씨 등 이건희 회장의 네 자녀들은 주당 7700원의 조건으로 주식전환을 할 수 있는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대량으로 인수했다.


하지만 검찰은 에버랜드 주식의 당시 거래가나 평가액이 높게는 20만원을 넘었고, 상속·증여세법의 평가기준으로 봐도 최소 8만5000원의 가치는 있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이런 헐값발행으로 인해 에버랜드는 최소 970억원, 많게는 27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계산한다.


에버랜드 사건의 본질은 삼성 지배권 이전


하지만 변호인들은 당시 법에는 비상장기업의 전환사채는 액면가인 5000원 이상으로만 발행하면 됐고, 설령 전환사채를 싸게 발행했더라도 회사와는 관계없는 주주 간의 민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검찰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검찰과 변호인 간의 공방은 중요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본질적 문제는 따로 있다. 에버랜드 사건의 본질은 삼성의 지배권이 이건희 회장에게서 아들인 이재용씨에 넘어간 것이다. 즉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아들인 이재용씨에게 세금 부담없이 넘기기 위한 큰 그림 속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의 다른 계열사로 이어지게 됐다. 재용씨가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은 1995~1999년에 걸쳐 다른 계열사에서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과 비슷한 일들을 했다. 그 사례는 서울통신기술, 삼성SDS, 삼성전자, 제일기획, 삼성엔지니어링 등 일일이 꼽기도 힘들 정도다.


두 번째는 이같은 세금없는 대물림을 실제 누가 주도했느냐는 문제이다. 검찰은 에버랜드의 전현직 사장 두 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은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실제는 이건희 회장 그리고 그 지시를 받아 그룹 전체를 통제하는 삼성 구조본이 주역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사전계획을 수립, 지시, 실행한 증거는 이미 상당수 드러나 있다.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1996년 12월 3일 당일 이건희 회장은 50억에 가까운 거액을 딸들에게 증여했다. 이 돈은 전환사채 인수자금으로 쓰였다. 이재용씨는 불과 십여일 전에 보유주식 수십억원어치를 팔아 역시 인수자금을 준비했다. 미리 짜지 않는 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삼성구조본과 이재용씨의 서로 다른 진술



결심공판 당일에도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이재용씨가 검찰 서면조사에서 "전환사채 인수요청을 삼성 임직원에게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구조본은 에버랜드 주주들이 전환사채를 안 사겠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이재용씨에게 말했고, 이재용씨가 동의를 해서 인수한 것으로 설명해왔다. 이재용씨 본인이 삼성구조본의 거짓말을 확인한 셈이다.


지난달 2일 항소심 공판에서도 중요한 증거가 확인됐다. 당시 삼성 비서실장이었던 현명관씨가 검찰진술을 통해 "나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건을) 몰랐고, 비서실 재무팀이 다 알아서 했다"고 밝힌 것이다. 또 하나는 홍석현 <중앙일보> 전 회장의 진술이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직전에 <중앙일보> 역시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당시 이건희 회장과 삼성 계열사가 모두 인수를 포기했다. 대신 홍 회장이 이를 인수해, 명목상 <중앙일보>의 소유권을 확보했다. 홍 회장은 대신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이건희 회장과 홍 회장이 서로 주고받기를 한 것으로 설명한다. 홍 회장은 검찰 진술에서 "1997년초 이건희 회장에게 신년인사를 갔는데, <중앙일보> 전환사채 발행 건을 이미 알고 있더라"고 말했다. 삼성구조본은 그동안 이 회장은 전환사채 건을 전혀 모른다고 주장해왔다.


삼성에서 고위 임원을 지낸 한 인사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건은 에버랜드 경영진이 알아서 한 것이고, 그룹은 전혀 몰랐다는 삼성의 주장은 코미디"라고 말한다. "흔히 재벌 총수를 황제에 비유하는데, 삼성의 주장대로라면 황제가 모르는 사이에 신하들(에버랜드 사장과 임원)에 의해 왕권이 왕자에게 넘어간 것이다. 옛날로 치면 반역에 해당하는 것인데, 그게 말이 되느냐."


법원, 검찰 모두 이건희 회장 눈치보기?


사정이 이런데도 검찰은 에버랜드의 전현직 사장만 기소하고, 정작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구조본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적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소환방침만 흘리면서, 조사조차 못하고 있다. 법원도 뒤에서 이런 검찰을 비웃는다.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 구조본에 대해서는 손도 못 대면서, 하수인인 월급쟁이 사장들을 기소해놓고 유죄를 주장하는 것은 비겁하다는 것이다.


검찰도 법원에 대해 쓴소리를 한다. 법원이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아주 골치아파한다는 것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 전에 에버랜드 사건의 변호인이었던 것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건의 선고공판은 내년 1월18일로 잡혔다. 검찰과 법원의 분위기, 그리고 삼성의 자신만만한 태도로 볼 때 무죄로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판결 여부와 관계없이 많은 국민들은 삼성이 대국민 사과 이후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궁금해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이 진정 거듭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삼성은 대국민 사과 때 8000억원의 사회기금 헌납, 정부와의 소송 취하, 사회공헌 확대,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운영, 구조본 기능 일부 축소 등을 약속했고, 형식적으로는 이를 모두 이행했다.


하지만 에버랜드 재판에서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근본적으로 바뀌었는지는 의문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의 현 체제에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게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당시 사건의 책임자들이 그룹의 최고 사령탑에 그대로 앉아있는데, 가능하겠냐는 것이다./곽정수 기자

덧붙이는 글곽정수 기자는 한겨레신문의 대기업전문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