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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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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땐 "집값 미쳤다" 난리 찔끔 떨어지니 "경제파탄" 딴소리



[오마이뉴스 2007-02-13 15:23:42]




[오마이뉴스 김연기 기자] '부동산이 미쳤다'

2006년 11월 13일자 <조선일보> 1면 톱기사 제목이다. 이 신문은 정부의 11·15 부동산대책 발표를 앞두고 이런 제목의 시리즈 기사 3편을 잇따라 내보냈다. <조선>은 이 시리즈를 통해 정부의 안이한 사태 진단과 대처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정부의 무능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른바 '정권 무능론'이다.


그로부터 두달 뒤 정부의 잇따른 정책에 힘입어 부동산 시장은 차츰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조선>의 '정권 무능론'이 일정 부분 무색해진 셈이다. 그러자 이 신문은 '정권 무능론'에서 '위기 과장론'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선>의 1월 15일자 사설 '부동산 정책에 올인하다 경제 결딴내나'는 이렇게 태어났다. <조선>은 이 사설에서 "정부가 민간 아파트의 분양 원가를 공개한다는 '1·11 대책'을 내놓자마자 곧바로 또 다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더 많은 대책과 더 많은 규제를 계속 생산해 내려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결국 "가계발 금융 위기가 터질 수도 있으며 부동산 정권의 부동산정책에 경제가 결딴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신문의 경고다.


불과 두달 전 집값이 오를 때는 "부동산이 미쳤다"며 정부 정책의 무능을 탓하다가,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서자 이번에는 '경제파탄' 운운하며 딴소리를 낸 셈이다. 보수신문의 부동산 기사를 1년 넘게 분석해 온 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조선>의 이 같은 태도를 놓고 "이래도, 저래도 정부 탓만 하고 앉았다"고 꼬집었다.


"이 정도로 집값 잡히겠느냐"며 비난하더니...


이런 주장은 이 신문뿐만 아니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들은 지난해 정부가 11·15 대책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집값이 잡히겠느냐'며 정부 정책을 비난하다 이제 정반대로 무리한 정책의 결과로 곧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위기론과는 달리 집값 하락세는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은행의 조사결과 1월중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오히려 전월에 비해 0.9% 상승했다. 이 기간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분당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은 겨우 평균 0.08%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들 지역은 평균 10% 이상 급등했다. 오를 때는 하루아침에 '억, 억' 오르다가 내릴 때는 찔끔 내렸지만 보수신문은 이를 위기로 규정했다.


이들 신문의 과장된 위기론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제한에 집중됐다.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곳은 <동아>다. 이 신문은 지난 한달 내내 정부의 대출규제에 대해 그 부작용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정부의 소나기식 금융정책으로 부동산가격이 급락하고 결국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1면 톱기사(경제섹션 포함)로 주요하게 다룬 것만 세차례가 넘는다. ('실수요 대출까지 직격탄 위기의 가계' 1월 3일자, '집값은 놓치고 서민만 잡았다' 1월 18일자, '주택대출 1건 전환 규제대상자 20배 늘었다' 1월 30일자) 하지만 그 기간에 정부의 금융정책에 힘입어 투기 수요가 한풀 꺾이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선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이승우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최근 <청와대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정책을 비판할 때는 정확한 사실에 기초해 예상되는 효과와 문제점을, 부분적인 논리가 아닌 종합적인 시각에서 해야 한다"며 "대안도 없이 발생가능성이 적은 부작용만을 과장해 위기감을 부풀리는 것은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쪽에선 투기비판, 또 한쪽에선 투기조장



이들 신문의 이 같은 이율배반식 보도태도는 있지도 않은 강남대체 신도시마저 만들었다. <조선>은 지난달 22일 "강남 가까운 곳에 분당급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이용섭 건교부장관의 발언을 1면에 비중있게 다뤘다. 이 신문은 이 기사에서 정부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일부 지역을 유력한 후보지로 점찍었다. 급기야 이튿날엔 '스스로 점찍은' 경기 광주 오포와 용인 모현 지역 르포기사를 실으면서 이 지역에 때 아닌 투기광풍을 불렀다.


그러나 이 신문은 지난해 추병직 전 장관의 섣부른 신도시 계획 발표로 부동산 시장이 요동을 치자 1면과 사설을 통해 "건설장관의 한마디에 신도시 예정지역은 물론 수도권 일대가 온통 거대한 투기판으로 변해 버렸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한쪽에선 비판하고, 또 다른 한쪽에선 투기를 슬쩍 부추기고 나선 셈이다.


<조선>의 보도 이후 이들 지역은 하루아침에 벌집 쑤셔 놓은 듯 변했다. 하지만 현지주민들은 "언론에서 신도시 얘기가 한번 나오면 외지 중개업소들이 대거 몰려들어 땅값만 들썩이고 가는 것 말고 뭐가 있겠느냐"며 "평생 농사만 하고 살던 이곳 주민들 가슴에 바람만 잔뜩 집어넣었다"고 걱정할 뿐이다.


그렇다면 보수신문이 이제와서 경제 위기론을 부각시키며 집값 하락을 걱정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시민단체 등에선 그 이유를 이들 신문의 부동산 광고 비중에서 찾는다. 민주언론운동연합(민언련) 조사에 따르면 이른바 <조중동>의 전체 광고지면 중 부동산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한 해 각각 22.7%, 21.9%, 22.1%로 전체 광고의 5분의 1을 넘어섰다.


"부동산 광고 전체의 20%, 건설족 보호위해 사실왜곡"


최영재 한림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부동산 광고가 이들 신문의 부동산 기사 논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조·중·동 등 일부 보수신문들은 건설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실을 과장하거나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보수신문의 무분별한 정책 흔들기도 이 같은 기사 왜곡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승우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과장된 위기론이 오히려 위기를 만든다"며 언론의 무조건적인 정부 정책 깎아내리기에 유감을 표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1년간 보수신문의 부동산 보도 태도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민언련과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이들 신문이 부동산에 관한 이해관계를 넘어 심지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논평을 낼 정도다.


남기업 토지정의연대 사무처장은 "언론이 부디 부동산에 관한 사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부동산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고 모든 국민이 내 집 걱정 없이 맘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고 이들 신문에 당부했다./김연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