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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태클 받는 GMO 표시 확대
식약청이 추진 중인 GMO 표시 확대가 시행되면, GMO 원료를 쓴 모든 제품은 GMO 표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식품 업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GMO 표시를 둘러싼 막전막후.
[62호] 2008년 11월 19일 (수) 10:25:13
오윤현 기자
noma@sisain.co.kr
ⓒ뉴시스
지난 5월, 시민·소비자 단체 등이 거리에서 GMO 옥수수 수입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은 유전자재조합(GMO) 곡물 수입 대국이다. 2006년에만 GMO 콩 약 100만t(콩 전체 수입량의 80%)과 GMO 옥수수 약 760만t(옥수수 전체 수입량의 약 75%)을 들여왔다. 이들 GMO 곡물은 대부분 가공식품으로, 가축 사료로 쓰였다. 간장의 경우 30% 이상이 GMO 콩으로 제조되며, 식용유는 거의 100% GMO 콩으로 생산한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소비자가 그 사실을 알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GMO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유전자재조합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표시 면제를 해준다. 간장·식용유 라벨에 GMO 표시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 도넛이나 빵처럼 GMO 원료를 두 번 가공해 쓰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주요 재료 다섯 가지에 포함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의 GMO 표시제 확대 방침으로 GMO 원료를 쓴 모든 제품은 GMO 표시를 해야 한다. 유전자재조합 DNA가 검출되지 않는 간장이나 식용유도 포함된다. 하지만 그 일이 순탄치만은 않은 듯하다. 전분당 업체(옥수수로 전분을 만들어서 과자나 음료수·아이스크림에 단맛을 내는 당을 생산하는 업체)와 식품 업체들이 표시 확대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먹고 싶은 식품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데, 왜 기업들은 확대 저지에 나선 것일까.
11월5일 오후, 이화여대 이화삼성교육관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되었다. ‘유전자재조합식품 표시제 확대 관련 공청회’에 뜻밖의 피켓 시위대가 나타난 것이다. 지금까지 GMO 관련 시위는 늘 시민·소비자 단체의 몫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GMO 작물을 수입하는 전분당 업체 사원들이 피켓 농성을 벌인 것이다. 피켓의 구호는 다양했다. “Non GMO(비유전자재조합)만으로 식량 수급 불가능하다” “어설픈 GMO 정책에 죽어가는 식품산업 노동자” “GMO 표시제보다 Non GMO 표시제로!” 피켓이 겨냥한 목표물은 분명했다. 최근 식약청이 추진 중인 ‘GMO 표시제 확대’였다.
ⓒ시사IN 안희태
지금도 GMO 표시 제도가 있지만 거의 유명무실하다. GMO 콩으로 만드는 식용유 등은 아예 ‘수입산’으로 표기한다.
식품공업협회 “GMO곡물 수입 어쩔 수 없다”
이들, 전분당 업체 사원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온 사연은 복잡하다. 지난 5월1일 전분당 업체들은 GMO 옥수수를 대량 수입했다. 식용유와 간장, 과자와 음료수 등에 쓰일 원료였다. 시민·소비자 단체들이 문제 삼은 것은 당연했다. “전분당 업체들이 국민 건강보다 회사 이익을 위해서 GMO 옥수수를 수입한다”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더불어 GMO 식품 표시제가 부실한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권과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수입을 반대했다.
그러나 식품 업체로 구성된 한국식품공업협회(식품공업협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볼멘소리’로 “국제적인 곡물 가격 상승으로 Non GMO 수입이 어려워졌고, 그 탓에 이제 GMO 곡물 수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라고 항변했다. 시민·소비자 단체들은 결국 행동에 나섰다. GMO 표시 확대 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식약청은 둘 사이에서 ‘좌고우면’하다가 10월7일 ‘유전자재조합식품의 표시 기준’ 개정안 입안 예고를 한다. 개정안의 요지는 간단했다. ‘GMO 표시 확대’였다.
GMO 표시 확대는 식품 업체들에 대형 악재이다. GMO 식품에 대한 국민 정서가 안 좋아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참고로 식약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1500명) 58.4%가 GMO 식품에 대해 “매우 불안하다” 또는 “불안하다”라고 응답했다. 전분당 업체들은 진현정 교수(중앙대·산업경제학)의 연구(GMO 표시 확대가 식품산업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결과 등을 내세우며 적극 ‘공세’에 나섰다.
진 교수에 따르면, 기업이 GMO 원료 대신 프리미엄이 10~20% 붙은 Non GMO 원료를 쓰면 기업·소비자 모두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표시 변경으로 인해 시설·기계 교환비 약 58억2800만원, GMO 검사비 약 154억8000만원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GMO 원료의 50% 정도를 Non GMO 원료로 들여오면, 중간원료를 생산하는 기업의 이익은 2300억원 정도 감소한다. 이같은 수치를 들어 진 교수는 “GMO 표시제는 사회적 편익과 비용 두 가지를 다 고려해서 신중히 시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식약청이 추진 중인 GMO 표시 확대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Non GMO 곡물가 상승으로 GMO 옥수수(위) 등의 수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송성완 식품공업협회 차장의 주장은 좀더 공격적이다. 그에 따르면, GMO 표시 확대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지 않고 오히려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Non GMO 식품 가격이 똑같은 GMO 제품의 가격에 비해 20~30% 높아져 소비자 간에 계층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포장비도 늘어나 주요 25개 식품업체에서만 추가 비용이 50억9000만원 들어간다. 손 차장은 표시 확대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GMO 표시 확대’ 대신 ‘Non GMO 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MO 대신 Non GMO를 표시하면 추가 비용도 줄고 사후 관리도 용이할 것이다.”
“식품업체의 원가 상승 주장은 허구다”
식품공업협회는 여러 자료와 경규항 교수(세종대·식품공학) 등의 주장을 내세워 GMO 식품의 안전성도 강조했다. 경 교수는 GMO 식품은 전문성과 정보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투명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굳게 믿는 학자다. 그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52개국 인구 44억5000만명 이상이 GMO 식품을 섭취한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가축이 GMO 사료를 먹는다. “그런데도 10년 넘게 아직 인체나 가축에 피해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그만큼 GMO 제품이 안전하기 때문이다”라고 경 교수는 말했다.
시민·소비자 단체는 식품 업체들의 ‘공세’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GMO 표시만 하면 되는데, 무슨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말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의 황선옥 이사는 “생산비가 늘어난다기에 식품공업협회에 GMO 제품의 원가 공개를 서너 차례 요구했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답변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GMO 식품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떳떳하게 표시하고 국민부터 설득하라고 그는 덧붙였다.
꽤 오래전부터 GMO 식품 반대 운동에 참여해온 김은진 교수(원광대 법대)는 “진현정 교수와 식품공업협회의 손해 주장은 허구다. 나쁘게 보면 소비자를 겁주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GMO 표시 확대로 인해 업체나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렇게 예를 들었다. 식품공업협회 주장처럼 GMO 원료를 Non GMO 원료로 바꾸면 가격이 20% 정도 오른다고 치자. 그러면 3000원짜리 0.9ℓ 식용유 가격이 3600원으로 상승한다. 만약 하루에 식용유를 한 병씩 소비하면 엄청난 부담이 된다. 그렇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한 달에 보통 한두 병 쓰지 않을까. “결국 한 달에 많아야 1200원 정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유기농 식품처럼 소비자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Non GMO 식품을 사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유예 기간 1~2년에서 3년으로 늘어
GMO 안전성에 대해서도 시민·소비자 단체는 할 말이 많았다. 경규항 교수 등이 GMO 식품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환경연합 이지현 처장(벌레먹은사과팀)에 따르면, 크고 작은 연구에서 GMO로 인한 면역체계의 이상 반응(알레르기 등)이나 신장 손상 같은 이상이 확인되었다(딸린 기사 참조). 물론 다국적 GMO 곡물 기업 몬산토 사와 경규항 교수 등은 실험 방법과 자료에 문제가 있어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으므로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시민·소비자 단체가 보기에 이같은 주장은 자못 위험하다. 가령 GMO 식품을 여섯 달 먹인 쥐의 몸에 이상이 나타났다면, 생체 주기로 봐서 사람의 경우 적어도 30년은 지나야 확인이 가능하다. 그런데 인간이 GMO 식품을 섭취한 기간은 1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GMO 안전성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하다. GMO 표시 확대 제도를 막으려고 성급하게 안전을 강조하는 것 같다”라고 김은진 교수는 말했다.
전분당 업체들의 ‘확대 저지’ 운동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듯하다. GMO 표시 확대제 실시 유예 기간이 1~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황선옥 이사는 “처음에 식약청이 우리에게 설명할 때는 유예 기간이 1~2년이었다. 그런데 업체들과 협의한 뒤 3년으로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그 기간도 짧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식약청은 유예 기간을 늘릴 계획이 없다. 식약청 바이오식품팀의 최규호 담당(GMO 안전관리)은 “12월5일까지 GMO 표시 확대제에 대한 의견을 접수한 뒤, 빠르면 1~ 2월에 계획대로 고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식약청이 GMO 표시 기준 개정안을 확정하면 그 안은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심사를 한 뒤 식품위생위원회에서 입법화를 결정한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그 사이에 또 무슨 변수가 등장할지 지금은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GMO 표시제가 식품 업체의 로비 등으로 또다시 유명무실해지거나 확대되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식탁’이 더 불안해질 거라는 사실이다.
*GMO는 유전자변형식품·유전자조작식품으로도 쓰인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식약청 해석을 따라 ‘유전자재조합식품’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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