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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먹거리와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뒷북 행정'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베이비 파우더로 촉발된 이번 석면 사태는 좀 심했다. 식약청이 '석면 공포'를 차단할 수 있는 기회를 지난 5년 사이 세 번이나 놓쳤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지난 1일 베이비파우더에서 발암(發癌) 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베이비 파우더의 원료로 쓰인) 탈크(활석)의 위험성을 지난달 말에야 알았다"고 했다. 그전엔 탈크에 석면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약청은 이미 5년 전 탈크의 위험성을 파악하고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석면이 나온 베이비파우더는 탈크를 원료로 사용했는데, 탈크는 자연 상태에서 석면과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 성분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고, 역시 탈크를 원료로 쓰는 파운데이션 등 여성 화장품도 석면 경보가 켜졌다.
3일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중앙대 약대 김창종 교수는 식약청에 '기능성화장품의 안전성 평가연구'라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탈크 등을 "외국에서 사용 금지되거나 문제시돼 이른 시일 내에 안전성 재평가가 이뤄져야 할 원료"라고 명시했다.
식약청이 이때 탈크 사용 실태에 대한 조사를 벌여 조치를 취했다면 큰 박수를 받고 석면 사태도 일찍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식약청은 아무 조치 없이 넘어갔고, 김 교수에게 관련 내용을 물어보지도 않았다.
김 교수는 "그때 탈크에 대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면 이번 사태를 3~4년 앞당겨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김 교수가 보고서를 낸 이후에도 기회가 두 번 더 있었다. 2005년 유럽이, 2006년엔 미국이 차례로 '베이비파우더 등 영·유아 제품에 들어가는 탈크에서 석면이 검출되면 안 된다'는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이때라도 신속하게 대응해 탈크 규제에 나섰다면 문제를 조기 차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식약청은 세 번 모두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해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 식약청 홈페이지에는 "우리 아기에게 파우더를 발랐는데 불안해 잠을 잘 수 없다. 책임져라"는 등의 글이 200건 가까이 올라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베이비파우더 제품을 사용한 피해 소비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당시 보고서는 위험성이 구체적이지 않고 안전성 재평가가 필요한 원료 리스트만 나열한 수준이라 주목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식약청이 늑장 대응 비판을 받은 것이 이번만은 아니다. 멜라민, 생쥐머리 새우깡, 기생충알 김치 등 파문이 생길 때마다 뒷북 대응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국내 학계의 석면 연구도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독성학회 등은 2일 식약청에 보낸 의견서에서 "석면과 관련한 전세계 SCI(Science Citation Index) 논문 5539편 가운데 국내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은 10여편에 불과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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