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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위해 ‘대재앙’ 불러들이나 코스모스펀드
03-11 08:07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이 있다. 그런데도 외통부는 인수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조기 해결하고, 이를 한·미 FTA 이행 법안의 미국 의회 제출과 연계되도록 하겠다”라고 보고했다.

[21호] 2008년 01월 31일 (목) 15:11:34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뉴시스
환경운동연합 회원이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미국은 광우병 위험을 막기 위한 쇠고기의 검역 기준을 적용할 때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미국은 침대의 길이에 사람을 맞추어 몸을 늘이거나 잘라냈던 프루크루테스처럼 자의적으로 국제 기준을 적용해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 등급 판정을 받은 뒤, 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속셈은 ‘30개월’이라는 연령 제한과 ‘뼈 없는 살코기’라는 부위 제한을 모두 없앰으로써 광우병 위생검역 조처를 아예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 정부는 국제 기준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 지난 1월7일, 주미 EU 대표단의 존 브루턴 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에 따르면,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는 광우병 발생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교역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에게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할 때 이러한 국제 기준을 이용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현재까지 EU에서 생산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중 기준에 해당한다”라고 성토했다.

한국 정부, 미국의 ‘이중 기준’ 쳐다보기만

더군다나 미국 정부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우기는 국제수역사무국 기준도 의무사항이 아니라 단순한 권고지침에 불과하다. 2007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 총회에 참석한 도시로 가와시마 일본 대표는 미국의 광우병 통제국가 판정과 관련해 “WTO 위생검역(SPS) 협정에 따르면, 회원국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이 권고하는 조처보다 엄격한 위생검역 조처를 적용할 수 있다. 일본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따르지 않을 방침이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이중 기준을 비판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연장 협상 마지막 날 밤에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국제 기준과 권고를 존중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 재협상에 성실히 임할 것이다”라고 약속 함으로써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는 굴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는 “쇠고기 수입 문제는 한·미 FTA와 관계없다. 단지 통상 현안일 뿐, 4대 선결조건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해왔다. 하지만 4대 선결조건에 대해 명시적으로 표현한 2005년 9월12일자 대외 경제장관회의 문서와, 2006년 2월9일에 발표된 미국 의회조사국의 보고서 따위가 공개됨으로써 이러한 해명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Reuters=Newsis
존 브루턴 주미 EU 대사(위)는 미국이 30개월 미만 쇠고기에 대해 ‘이중 기준’을 가졌다고 말했다.

최근 척 코너 미국 농무부 장관 직무대행, 카를로스 쿠티에레스 미국 상무부 장관, 슈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은 “한국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은 한·미 FTA 비준의 선결 요건이다”라고 압박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인수위도 이러한 사실을 노골적으로 인정했다.
농림부는 지난 1월4일 인수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30개월령 미만 소에서 생산된 뼈를 포함한 쇠고기까지 수입을 확대하되, 미국 측이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를 이행하는 시점에 월령 제한 조처를 해제할 수 있다”라는 기본 협상안을 보고했다.

외교통상부는 같은 날 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FTA 이행 법안의 미국 의회 제출이 불가능하다. 한·미 FTA 미국 측 비준을 촉진하고자 쇠고기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되, 이를 한·미 FTA 이행 법안의 미국 의회 제출과 연계되도록 추진하겠다”라고 보고했다. 인수위는 “한·미 FTA 비준의 걸림돌인 쇠고기 문제 해결을 위해 1월11일까지 구체 대안을 보고하라”고 외교통상부에 요구했다. 이것은 인수위가 한·미 FTA 4대 선결 조건과 광우병 위험까지 인수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드러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2006년 10월부터 최근까지 미국이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례는 갈비통뼈 적발 9회, 등뼈 적발 2회, 다이옥신 검출 1회 등 모두 12차례에 해당한다(55쪽 표 참조). 특히 카길 사는 수출 승인 작업장 다섯 군데 중 네 군데에서 갈비통뼈와 등뼈가 적발되었으며, 스위프트 사는 수출승인 작업장 네 군데 가운데 세 군데에서 중대한 위반 사례가 적발되었다. 또한 카길 사의 86E, 86K 작업장과 스위프트 사의 969G 작업장은 2회 이상 반복해서 중대한 위반이 적발되었다.

중대한 검역 위반에도 ‘인간적 실수’일 뿐?

그런데도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는 이 모든 것을 ‘인간적 실수’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무마를 시도했다. 2007년 6월, 카이스 윌리엄스 미국 농무부 대변인은 “미국산 쇠고기의 일시 수입 중단 사태를 촉발한 내수용 쇠고기의 한국 수출 경위를 파악한 결과 수출입 관리업체 아멕스와 농무부 관리들의 ‘인간적 실수’로 빚어진 일이다”라고 해명했다. 한 달 뒤 광우병 위험 물질인 등뼈가 들어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적발되었을 때도 미국 정부는 “포장기계의 고장 및 교육받지 못한 종업원의 부주의로 발생한 ‘인간적 실수’이기 때문에 수입중단 조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압박했다.


ⓒ뉴시스
농림부는 인수위원회(위)에 미국 측의 태도에 따라 ‘30개월령 제한 조처를 해제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동일한 작업장에서 반복해서 등뼈와 갈비뼈가 검출되고, 동일한 회사 소속 작업장에서 갈비뼈와 등뼈가 계속해서 나온 것은 2006년 1월13일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체결한 수입 위생조건 21조 다 항의 ‘수입 위생조건의 위반 사례가 반복하여 발생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것은 사소한 ‘인간적 실수’가 아니라, 미국 도축장의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양국이 합의한 수입 위생 조건에 명시된 대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했어야 마땅하다.

광우병은 잠복기가 상당히 긴 전염병이기 때문에 나이 든 소일수록 감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광우병 위험 물질이 뇌나 골수 같은 신경조직에 고농도로 들어 있기 때문에 등뼈나 갈비 부위가 훨씬 더 위험하다. 미국의 축산업자조차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다. 지난해 11월17일, 미국 농무부는 30개월령 이상 캐나다산 생우와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미국 농무부의 이러한 조처에 대해 목축업자행동법적기금(R-CALF)과 전국우육생산자협회(NCBA) 등 미국 축산단체들은 미국 내 ‘광우병 위험 증가’를 이유로 30개월령 이상의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반대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수입 금지 품목인 소 갈비뼈가 발견되었다(위).


어떤 ‘실용주의’도 국민 생명·안전보다 못해

캐나다는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미국과 똑같이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 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현재 미국보다 더 엄격한 광우병 예방 정책을 실시 중이다. 캐나다는 모든 농장 동물에 반추동물 유래의 동물성 사료를 급여하지 못하도록 하며, 쇠고기 이력 추적제가 의무적으로 실시된다. 아울러 미국보다도 훨씬 더 많은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다. 그런데도 캐나다에서는 광우병이 계속 발생했으며, 아직까지 한국 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므로 30개월령 이상 캐나다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이 높다고 한다면, 당연히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이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축산업자들은 캐나다산 쇠고기에 적용한 안전기준을 자기에게도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

현재 우리 국민은 미국 정부와 대규모 축산기업,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가 과연 ‘제 눈의 들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어떠한 ‘실용주의’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한·미 FTA 비준의 걸림돌을 제거하겠다고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했다가는 반드시 가까운 미래에 광우병이라는 대재앙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캐나다는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미국과 똑같이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국가’ 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현재 미국보다 더 엄격한 광우병 예방 정책을 실시 중이다. 캐나다는 모든 농장 동물에 반추동물 유래의 동물성 사료를 급여하지 못하도록 하며, 쇠고기 이력 추적제가 의무적으로 실시된다. 아울러 미국보다도 훨씬 더 많은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다. 그런데도 캐나다에서는 광우병이 계속 발생했으며, 아직까지 한국 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므로 30개월령 이상 캐나다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이 높다고 한다면, 당연히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이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축산업자들은 캐나다산 쇠고기에 적용한 안전기준을 자기에게도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현재 우리 국민은 미국 정부와 대규모 축산기업,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가 과연 ‘제 눈의 들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어떠한 ‘실용주의’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한·미 FTA 비준의 걸림돌을 제거하겠다고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했다가는 반드시 가까운 미래에 광우병이라는 대재앙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