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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유행 임박? 약도 대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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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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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AI) H5N1 바이러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내에서는 아직 닭, 오리에 머물고 있지만 언제 인간을 공격할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 AI 예방약이 124만명분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32호] 2008년 04월 22일 (화) 16:27:01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구로병원 감염내과)
조류독감 바이러스(왼쪽)는 그동안 돌연변이를 거듭해서 현재 10가지로 분화했다. 돌연변이의 종착점은 지금처럼 닭·오리에서 인간으로의 전파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전파 능력을 획득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또다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2003년 이래 세 번째다. 이번 AI 유행은 겨울이 아닌 봄(4월)에 시작되었고, 겨우 보름 만에 전남·전북과 경기 지역 20여 곳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증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오리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한 점도 2003~2004년과 2006~2007년 유행의 다른 특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데, 그 답은 조만간 발표될 AI 바이러스의 전체 유전자 분석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방역 당국이 초기에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가금류 살처분과 이동 제한을 철저히 하지 못한 것이 유행 확산에 한몫을 했다. AI에 감염된 오리를 통제 지역 밖으로 무단 반출하거나, 폐사된 오리를 개 먹이로 준 사례들은 방역에 허점이 있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AI 유행의 심각성을 깨닫고 AI 경계경보를 전국에 내리는 등 방역 조처를 강화하고, 농가에 현실적인 보상과 지원을 약속하고 나선 것은 천만다행이다.
방역 당국은 AI 유행을 종식시키는 노력과 함께 인체 감염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고병원성 AI(H5N1) 바이러스는 이미 동남아에서 인체 감염을 일으키고 있어 국내에서도 충분히 인체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양계농장 근무자와 살처분 요원, 그리고 방역 요원은 마스크와 방역복을 철저히 착용해야 한다. 또 타미플루를 복용하거나 백신 접종을 받는 등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정부는 현재 유행 중인 AI가 다가올 대유행 인플루엔자(PI)의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점을 고려하여, PI에 대한 국가적인 대비책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AI 바이러스가 당장 눈앞에 닥친 PI의 유력한 후보라는 증거는 도처에 있다. 우선 AI H5N1 바이러스는 1997년 홍콩에서 처음 18명 감염, 6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이래 11년째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14개 나라에서 380명 감염, 240명 사망
국제보건기구(WHO)에 의하면, 현재 AI는 아시아·유럽 및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67개국의 가금류와 조류에서 발생했으며, 14개국에서 380명을 감염시켜 240명을 사망(사망률 63%)하게 했다. 이미 AI는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토착화해 연중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PI 바이러스 직전 단계로 여겨지는 사람 간 전파 사례가 인도네시아·파키스탄·중국 등지에서 보고된다. 대유행 발생 우려가 더욱 높아진 것이다.
ⓒ연합뉴스
살처분 등을 통해 닭이 세 번째 떼죽음을 당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조류독감을 예방할 뾰족한 수가 없다. 사람이 감염되어도 상황이 별로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AI 바이러스는 그동안 돌연변이를 계속해 10가지로 분화했다. 결국 유전자 변이의 종착점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파 능력을 획득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는 PI의 시작을 의미한다. PI가 발생하면 닭·오리 농장의 위기 상황과 차원이 다른 인류 전체의 재앙이 될 수 있다. 1918년 스페인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해 전세계에서 5000만명이 사망했고, 당시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환자 760만명과 사망자 14만명이 발생했다.
PI의 인명 피해는 그같이 상상을 초월한다. PI가 시작되면 세계 인구의 4분의 1 내지 2분의 1이 감염되어 사망자가 수천만명 발생하리라 예견된다. WHO와 감염 전문가들이 각국에 늘 PI에 대한 준비 및 대응을 철저히 하도록 경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내 조류독감 백신 개발, 동물실험 단계
PI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제 대비 및 대응책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환자 격리 같은 고전적인 공중보건 조처, 치료와 예방에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 및 대유행 백신 사용으로 대별할 수 있다. 공중보건 조처는 PI 유행의 전파 속도를 둔화시킬 수는 있으나, 단독으로는 피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으며,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와 대유행 백신을 병행 사용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선진 각국은 타미플루와 백신 비축에 열을 올린다.
특히 백신은 PI에 대한 가장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수단이어서, 선진 각국은 적시에 전 국민을 접종하기 위한 대유행 백신 개발과 비축을 서두른다. 미국은 현재 5000만명분의 타미플루와 1300만명분의 대유행 백신을 비축하고 있다. 2011년까지 전 국민을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생산하는 것이 미국의 최종 목표이다. 스위스는 이미 전 국민을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백신을, 이웃 일본은 1000만명분의 백신을 비축했다. 중국도 대유행 백신 개발을 마치고 대량 생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타미플루를 고작 124만명분 비축하고 있을 뿐, 대유행 백신은 전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유행이 지금 막 닥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설혹 많은 돈이 있더라도 대유행 발생시 백신을 구입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일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이 수요에 훨씬 못 미쳐, 대다수 선진국이 PI 발생시 자국민에게 백신을 우선 공급하도록 방침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대유행 백신 개발이 아직 동물실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임상시험 단계를 거쳐 시판 허가까지 받으려면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대유행 백신의 개발·생산 및 비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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