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7일 오후 겨울방학을 맞아 어린이 10여명이 광주 A패밀리랜드에서 지상 1m 정도 높이로 전후좌후 고속회전하는 놀이기구인 ‘나는 썰매’를 타고 있었다.
어린이들 환호를 뒤로한 채 기구가 점점 속도를 줄이던 중 갑자기 중심 회전축과 탑승기구를 연결하는 철재 구조물이 부러졌다.
이로 인해 노모(10)군 등 2명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얼굴 등에 찰과상을 입고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조사 결과 이 놀이기구는 6개월여 전인 지난해 6월 외부기관이 실시한 정기점검에서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 점검이 이뤄졌던 셈이다.
이처럼 안전점검에 합격한 놀이기구에서 사고가 빈발해 엉터리 점검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놀이시설 업체와 지자체 등이 관광수입에만 눈이 멀어 안전점검을 등한시할 경우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인파가 몰리는 스키장과 눈썰매장 등 겨울철 놀이시설에서도 유사한 안전사고가 잇따를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시설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하나 마나한 엉터리 점검=2일 국회 문화체육방송통신위 한선교 의원(한나라당)이 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 등에서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 6월까지 전국 놀이기구시설 업체 169개 중 정기 안전검사에서 운행에 문제가 없다고 판정받았으나 사고가 난 곳은 12개에 이른다.
경남 양산 통도 환타지아에선 2006년 3월8일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18일 뒤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시설 허가 등을 맡고 있는 일부 지자체 담당자들조차 “나 같으면 그런 시설에 가지 않겠다. 너무 위험하다”고 할 정도로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주관하는 안전관리실태 점검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산 월드카니발의 ‘대관람차’는 지난해 상반기 문광부 점검에서 적합판정을 받았지만 그해 8월 관람창과 함께 이용객 5명이 떨어져 숨졌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매년 받아야 하는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곳도 16개(9.5%)에 달하고 안전점검 결과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난 업체도 2004년 1곳에서 올해 10곳으로 늘었다.
◆대형참사 부르는 점검시스템=현재 놀이기구시설 안전점검은 전국 유원시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가 문광부 위탁을 받아 독점 수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사업자 단체가 놀이기구 시설을 점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산업대 이근오 교수(안전공학과)는 “안전점검 업체로 등록하려면 과거 2∼3년 검사 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처럼 진입 장벽이 높아 독점이 계속되면서 부실 점검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생활안전연합 정윤경 정책개발국장도 “협회의 경우 비전문가들이 많아 현장에선 육안으로 안전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며 “보다 전문적인 점검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예방 핵심인 안전관리원 교육에 대한 관심도 낮아 8월 말까지 114개 업체가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관계당국은 손을 놓다시피하고 있다. 문광부 관계자는 “놀이시설 허가 등 관리는 지자체 소관이며, 사고 원인은 대부분 기계 결함보다 승객 부주의 등 운영상 문제”라고 말했다.
시설협회 측은 “정기검사를 했다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엉뚱한 말만 했다.
전문가들은 “보고된 사고 12건 중 9건의 원인은 기름 유출 등 기구 결함이었다”며 “어른들의 상업주의와 안전불감증이 우리 아이들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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