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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하경 기자 입력시간 : 2009.04.2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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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달 초 아버지가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딸의 사채 빚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한 번 빠져들면 전 재산을 다 사채업자에게 바치고도 헤어나기 힘들다는 사채가 단란했던 한 가정을 파국으로 몰고 간 겁니다.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이유로 사채의 덫에 걸려든 사람들이 겪는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또, 이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부 김 모씨는 지난해 여름 살던 아파트를 팔고 월세방으로 이사 했습니다. 아파트를 팔고 받은 돈은 1억 8천만 원, 하지만, 정작 손에 쥔 돈은 천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집을 판 돈을 모두 사채 빚을 갚는 데 썼기 때문입니다.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집을 판 돈 거의 전부를 사채 갚는데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사업이 기울면서 처음엔 백만 원씩 빌려 쓰기 시작한 사채는 2년여 만에 2억 원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돈을 빌린 사채 업체만 모두 20여 개. 사채를 갚기 위해 또다시 사채를 끌어다 쓰는 악순환이 불러 온 결괍니다. 

<인터뷰> 김 모씨 (주부) :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어요. 항상 눈을 뜨면 오늘은 돈을 어떻게 갚나, 어디에서 받아서 어떻게 막아야되나, 그 자체가 너무 싫은데... 안 갚을 수 없으니까.”

돈을 갚으라며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사채업자들의 협박전화와 문자메시지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못난 부모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김 모씨 (주부) : “이런 상황을 큰 애는 대충 알죠. 작은놈도 그 어린것이 ‘엄마, 돈 받으러온 아저씨야?’ 낯선 사람들이 오면 ‘돈 받으러 온 사람들이구나’ 가끔 이런 말을 하면 가슴이 아프고.”

이처럼 사채는 한 가정을 거덜내기도 하고,심하면 죽음으로 내몰기도 합니다. 지난해 11월, 한 50대 가장이 이곳에서 목을 매 숨진 채발견됐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 유흥업소에 나갔다는 딸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뒤였습니다.부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건,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 3백만 원이었습니다. 경기도의 한 반지하 주택. 이곳에서 불법 사채업자들은 최고 연 680%의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줬습니다. 부녀를 죽음으로까지 몰고간 사건 뒤에도 이들의 위험한 사채놀이는 계속됐습니다. 경찰이 이 사채업자를 붙잡을 수 있었던 건, 죽은 이 모 양과 함께 돈을 빌렸던 친구 강 모 양의 진술 덕분이었습니다. 

<인터뷰> 이광수 (광역수사대 강폭력 3팀장) : “그(죽은) 친구의 늘어난 빚까지, 네 빚도 갚고, 네가 어차피 보증 섰으니까죽은 사람 빚도 네가 갚아야될 거 아니냐, 그러니까 걔가 거기서 고민하고, 도저히 내가 해결할 수 없구나...이래서 결국 담당 형사한테 자초지종을 얘기하기 시작한 거예요.”

강 양은 친구의 죽음 뒤에도 끊임없이 사채업자들의 욕설과 협박에 시달렸습니다.

<녹취> 사채업자 : “분명한 건 너 일수 밀렸다, 알지? 알아, 몰라?
(오빠가 그만큼 이자 물린다고 하셨잖아요?) 너, 이 XXX! 너 그렇게 돈이많아? 이자를 팍팍 줄 만큼? 너 이자를 그렇게 줄 만큼 돈이 많아?“

<녹취> 사채업자 : “전화하지 마라. 내가 알아서 찾아 갈테니까. XXX..야, XXX. 나랑 장난하냐? 십 원도 안 넣은 X이 10만 원이 있다고 나한테 얘기하면... 전화하지마!”

그렇다면, 죽은 이모양과 강양은 어떻게 사채의 수렁에 빠지게 된 걸까요?
사채업자들은 강 양과 죽은 이 모양에게 처음 3백만 원을 빌려주면서 수수료로 35만 원을 가져갔습니다. 그리고는 하루 4만 원씩 일수 방식으로 90일간 갚도록 요구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갚아야 할 돈은 360만 원이 됩니다. 연이율 345%의 살인적인 고금리입니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이른바 ‘꺾기’라는 수법으로 원금과 이자를 불려나갔습니다. 3백만 원을 빌려 제때 갚지 못하면, 원금을 5백만 원으로 다시 설정해서 백일동안 6백만 원씩 갚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빚은 1년여 만에 천오백만 원 넘게 불었습니다. 사채업자들은 강 양과 이 양이 불어난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자 유흥업소에라도 나가서 돈을 갚도록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강 모양 : “소개를 직접 시켜주는 거죠. 몇 시까지 어디로 나와요. 나오면 마담이 보고 ‘얼굴 괜찮네. 이 정도 스타일이면 괜찮은 것 같아. 내가 쓸게.’ ‘그래, 네가 써라, 너 내일부터 여기 출근해라, 출근 안 하면 너 돈 왜 안갚냐...’”

학비와 생활비로 쓰기 위해 빌린 사채는 평범한 여대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인터뷰> 강 모양 : “제가 대인기피증이 많이 생겼어요. 누가 지나가도 아래위로 훑으면 그냥 쳐다볼 수 있는 건데, 꼭 내가 2차 다니는 거 봤나? 애들이 어디에서 봤나? 이런 죄책감 때문에 친구들하고 제대로 어울릴 수 없었어요.”

사채업자들은 그렇다면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올가미를 씌우는 걸까요? 취재진은 현직 사채업자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는 사채이자는 부르는 게 값이란 말로 운을 뗐습니다. 

<녹취>사채업자 : “처음 빌리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높게 불러요. 신규 고객 같은 경우에는 거의 다 그대로 먹혀요. 높은 이자를 부를수록 그대로‘그렇군요'하고 넘어오는 거죠.”

한 번잡은 고객은 돈이 바닥날 때까지 놓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녹취>사채업자 : “그 사람이 점점 갚을 여력이 없으면 사채 사무실에서도 다 알지 않습니까? 이 사람이 힘드니까 잘라버려야겠다, 더 이상 붙들고 있으면 돈 갖고 도망가겠다, 그렇게 예측하고 끊을 때 한 번에 끊는 식이죠.”

한 40대 남성이 사채를 쓰면서 작성한 대부거래 계약서입니다. 계약서에는 이름과 인감도장만 찍혀 있을 뿐 나머지 칸은 모두 비어있습니다. 사채업자 마음대로 조작이 가능한 겁니다. 계약서뿐만 아니라 차용증과 위임장 같은 서류들도 서명과 인감도장만 찍은 채 사채업자에게 넘겨줬습니다. 돈을 빌리는 조건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작성한 이런 서류들은 돈을 빌린 사람들에게 칼날이 되어 돌아옵니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 그녀는 얼마 전 사채업자가 빌린 돈 2천5백만 원을 갚으라며 아버지 명의의 부동산에 가압류 신청을 해 놓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돈을 다 갚았다고 생각했지만, 하루 24만 원인 일수 가운데 일부를 현금으로 준 게 화근이었습니다. 현금을 주면서 확인을 받은 일수 통장을 업자에게 맡겨버려서, 돈을 갚았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김 모씨 : “진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어느 때는 내가 진짜 남아있는 금액도 얼마인지 모르고, 이 사람들도 얼마라는 얘기도 안 해요. 무조건 남은 돈을 달라는 거예요. 사채업자들은 아침, 저녁으로 찾아와 돈을 달라며 막무가내로 버텼습니다. ”

<인터뷰> 김 모씨 : “돈 달라고 소리지르고, 이런데 치는 거예요. 금고도 치고, 금고 문 열려고 손짓하고, 나 보고 앞치마, 주머니 꺼내봐라, 이러고, 오면 한 시간 정도 여기 앉아 있다 가고 그랬어요.”

결국, 김 씨는 돈을 나중에 갚게 해주겠다는 달콤한 말에 속아 백지 약속어음에 아버지 명의의 도장을 찍어줬습니다. 하지만, 사채업자들은 이 어음을 근거로 다시 2천5백만 원을 갚을 걸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김 모씨 : “어느 때는 못 먹는 술도 먹고, 어느 때는 애들한테 주정을 할 때도... 소리지르고 울고 싶을 때 있으면 울고 그랬어요.”

현재 대부업체를 관리, 감독하는 건 지자체의 몫입니다. 이달 말까지는 1년에 두 번 있는 대부업체 실태 조사 기간입니다. 그런데, 실태조사는 대부업체에 직접 가서 하는 게 아니라, 대부업체에 서류를 보내고, 업체가 서류를 작성해 다시 보내는 식으로 사무실에서 진행중이었습니다. 

<인터뷰> 정신영 (서울시 대부업관리팀장) : “가장 우리가 편한 방법을 택해서 한다면 역시 팩스를 이용하거나 우편으로 받는 것이 가장 편하지 않나... ”

업체들이 얼마든지 허위로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서울시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모두 6천여 개. 하지만, 담당 직원은 다섯 명에 불과합니다. 이렇다 보니 대부업체 등록만 받을 뿐, 사후 관리는 거의 손을 놓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단속에 나선 대부 업체는 모두 백 10개에 불과합니다. 단속 결과 4개 업소가 ‘소재지 불명’으로 등록 취소됐고, 돈을 빌린 사람에게서 중개 수수료를 받았다며 수사의뢰한 것이 3건, 주의 촉구 명령을 16개 업체에 내린 것이 전부였습니다. 법정 이자율인 연 49%를 넘는 고금리나 채권 추심 문제는 민원이 들어오기 전엔 파악조차 못하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정신영 (서울시 대부업관리팀장): "우리한테 민원 신고를 내던가, 아니면 그런 게 통지가 되기 전에는 우리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행정처분 해달라고 경찰 관서에서 통보는, 그런 공문이 가끔씩 있어요. 공문에 의해서 우리가 행정처분하게 되죠."

현재 전국엔 모두 만 7천여 개의 대부업체가 등록돼 있습니다. 살인적인 고금리와 추심 피해를 부르는 불법 대부업체는 3만여 개로 추정만 하고 있을 뿐, 뾰족한 관리 대책은 없습니다. 구로동의 작은 사무실에 위치한 한 시민단체. 사채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무료로 법률자문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채 피해를 보면 신고하라는 정부의 말을 듣고도 마땅히 하소연할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인터뷰> 송태경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 "법률적으로 무지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비용 조달 능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변호사, 법무사의 도움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종합적인 무료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현재 한국 사회에선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민들이 악덕 사채업자들에게 입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이들을 위한 대출 프로그램이 절실합니다. 자산관리공사에선 지난해 12월부터 고금리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이 20%대의 은행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전환 대출’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지금까지 모두 3만여 명이 문을 두드렸지만, 실제로 혜택을 본 사람은 오천여 명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남효성 (자산관리공사 신용회복기금부 과장) :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손님 중에 연 30% 이상 고금리로 빌리신 분들이 정상적으로 연체 없이 잘 값고 계신 분들 중에 신용 등급이 7에서 10 등급인 저신용자들이 대상이 되겠습니다."

사채업자에게서 빌린 돈 3백만 원이 부른 부녀의 죽음. 그리고, 악덕 사채업자가 친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합니다. </TD></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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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 style="PADDING-TOP: 24px" align=right>[사회] 이하경 기자 입력시간 : 2009.04.26 (22:39</TD></TR></TBODY></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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