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집사람이 시어머니 때문에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를 모시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82 세 되신 어머니께서 젊은 며느리의 생각을 헤아려 주시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신경이 좀 날카로워져 있어서인지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에 위태로운 대화를 나누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어름산이(줄타기 광대) 이기섭이 나설 때입니다. 제가 웃으면서 어머니에게 말씀드렸습니다. " 어머니, 요즘 제가 봐도 잔말씀이 무척 느셨어요." 정색을 하시는 어머니, "내가 무슨 잔소리를 한다고 그러냐? 내가 어디 해로운 소리 한 적이 있느냐?"
그러나 저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집사람 쪽을 힐끗 보면서 조금 더 큰소리로 어머니에게 말씀 드렸습니다.
" 제가 봐도 어머니 요즘 많이 심해지셨어요."
이쯤 되면 집사람의 종합지수는 하락추세는 마무리 되고 확실하게 상승전환 하였을테니 이제 막 대세 상승기를 지나 하락기에 접어든 어머니주가지수의 부양책이 문제입니다. 그 것은 집사람의 종합지수를 폭락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니, 자칫 실수로 줄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저는 중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집사람에게 어머니의 잔말씀이 오히려 반가운 존재로 부각 될 묘안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어머니와 집사람이 모두 듣고도 남을 만큼 목소리를 약간 높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 그런데 어머니, 머리를 많이 쓰시면 치매예방에 도움이 많이 된다네요. 잔말씀처럼 머리 많이 쓰시는 것도 한편으로 크게 유익하니 앞으로 계속 머리 더 많이 쓰세요. 아셨죠?"
2004/7/17(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