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젊음!!! 코스모스펀드 01-04 15:39
이름: 클럽먼데이(lmscgj) 2005/12/27(화) 애매모호한 젊음!!!     난 언제 쯤 진정한 어른이 될까? 둘째아이 자모회에 다녀왔다. 마지막 자모회라서 남은 회비로 우아하게 일식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럴 때 대화는 필수. 세상 돌아가는 음양의 이치로 가볍고 즐겁게 말문을 튼 후, 인류에 관한 글로벌한 관심으로 먼 나라 배우의 동태도 서로서로 보고했다. 난 내가 좋아하는 ‘데니슨 퀘이드’의 그 삼빡하며 느끼한 미소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을 은밀하게 브리핑했다. 그러다 신변잡기로 둘째 아이의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 큰아이에 관해서 말했을 때다. 내 옆에 있던 젊고 발랄한 ‘희태’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 유재가 늦둥인 줄 알았더니 형과의 터울을 보니 그렇지도 않네요” ‘늦둥이?’ 내 나이로 보면 늦둥일 수도 있지만 난 한 번도 그리 생각해 본적 없다. 충분히 아줌마임직한 나이의 미혼인 여자가 ‘아줌마’라고 불렸을 때 느끼는 기분 나쁜 맘과 똑 같다면 이해가 될까. 암튼 갑자기 식욕이 ‘탁’ 떨어지더니 활달하고 명랑해서 좋아보이던 희태엄니가 웬일인지 방정맞은 촐랑이처럼 보였다. 몰래 손거울을 꺼내보았더니 눈 옆의 잔주름이 오늘따라 더 깊어 보인다. 잔주름을 굵은 마음주름으로 새기며 우울하게 시내버스를 탔다. 헌데 중학생아이가 ‘벌떡’ 일어나며 내게 자리를 양보한다. 그 아이의 웃어른에 대한 공경심이나 예의바름을 칭찬하기에 앞서 또 다시 가슴이 철렁한다. ‘아니, 이젠 늦둥이도 모자라 내가 할머니로 보이는겨?’ 난 아직도 버스를 타면 어르신들께 기꺼이 자리를 양보할 새댁(?) 마음인데 이게 뭔 일여. 다시 몰래 손거울을 꺼내보았더니 눈 밑의 잔주름이 뿌연 거울 속에서도 선명했다. 선명하게 새겨진 마음의 상처를 달래며 서럽고 슬프고 춥고 떨리는 가난한 맘으로 내 집에 들어섰다. 그리곤 서둘듯이 남편 닮아서 언제나 정직하고 진지한 큰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먼데이 : (약간 긴장하며) 넌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할 때         엄마들에게 양보하니? 아님, 할머니들에게 양보하니? 큰 아들: 엉? 난 첨부터 버스에서 아예 자리에 앉지 않어요. 먼데이 : (휴~ 긴 숨 한번 쉬고)아니 글쎄, 앉았다고 생각하고 한번 말해봐. 큰 아들: 아이 참, 한 번도 앉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말해요. 먼데이 : (신경질적으로) 아니, 넌 상상도 못하냐?         안했지만 생각은 할 수 있는데 넌 그렇게         융통성이 없어서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갈래 엉!!! 큰 아들 : ???? 그 때, 옆에 있던 오늘 일의 원천줄기인 둘째 놈이 ‘낼름’ 한마디 한다. “에구 엄마, 오늘 버스에서 아무도 자리를 양보 안 해줬지? 그래서 화난 거지?” 오늘 같은 날이면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빨리 노인이 되고 싶다. ㅠㅠ 간당간당하게 중간지대에 걸쳐서 포기하지 못하는 지금 같은 애매모호한 젊음과 집착이 싫다. 언제쯤이면 ‘탁’ 내놓고 삶을 지그시 쳐다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올해는 틀린 일인데 이 아이러니를 좋아해야하나 슬퍼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