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눈에만 보이는 것 코스모스펀드 01-04 15:55
이름: 이기섭 2004/9/29(수) 어린이의 눈에만 보이는 것   초롱하게 빛나던 초등학교 친구의 눈속에 하늘이 있고 구름이 있고 내가 들어 있었습니다. 바지를 걷어올린 어린 무릎 아래로 물고기들이 스쳐가는 시냇가에 모래가 흘러가듯 벌거벗은 친구들의 머리 위로   그렇게 세월은 무심히도 흘러 갔나 봅니다. 마음 시리게 하던 소녀는 떠나가고 바람에 밀려가는 동구밖 낙엽처럼   우리의 소중한 것들이 그렇게 멀어졌습니다. 자전거로 힘겹게 오르던 말고개 자갈 구르던 먼지 나는 신작로 두꺼비 맹꽁이 기어가고 개구리 폴짝이던 동네 고샅도 지금은 다시 찾을 수 없는 곳에 있습니다. 어리다고 사납게 달려들던  장닭 작은 손바닥과 고무신 속에 담긴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했던 시절 높고 크고 선명하던 자연의 색과 맛과 냄새는 같은 장소 같은 모습이건만 우리 앞에서 사라지고 보이지 않으니 아마도 산천은 눈이 맑은 어린이에게 마음을 열어주지만 어른이 된 다음에는 단지 그 사실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은 아닌지.  Cusco-Aur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