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에게서 배우는 기다림의 미학 코스모스펀드 01-04 16:09
이름: 코스모스펀드 2004/12/15(수) 이창호에게서 배우는 기다림의 미학   매일경제 기자와 이창호 9단과의 인터뷰 내용중 발췌한 부분입니다. 첫 느낌은 "저런 돌부처와 어떻게 인터뷰를 하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첫 질문을 '기다림'으로 시작했다. 이창호의 바둑은 인내의 바둑, 끈기의 바둑이기 때문이다. "왜 기다리느냐"고 물었다. 먼저 움직일 수도 있는데. 그의 대답은 대부분 모든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매우 짧다. "때를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기사는 이창호 9단이 장고 끝에 턱 한 수를 던졌을 때 숨이 막힌다고 한다. 내공이 깊지 않은 대다수 기사는 당황하고 참을성을 잃는다. LG정유배에서는 한번도 패하지 않고 15연승을 달릴 수 있는 힘을 그는 끈히와 기다림에서 얻었다. 이창호 9단의 '선생님'은 조훈현이다. 그러나 조훈현에게서 '기다림'을 배우지는 않았다. 조훈현은 예리하고 날렵하다. 그의 별명은 전신(戰神)이다. 그런 선생님을 넘어서기 위해 그는 '기다림'이란 자신의 철학을 터득한 것이다. 기다림은 간혹 예상치 못한 상황을 몰고올 수밖에 없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전단을 일으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것은 승부를 의외의 방향으로 틀수 있다. 이세돌이 그렇다. 그는 이창호와 함께 한국 바둑사에 조서(조훈현과서봉수)시대를 잇는 이이(이창호와이세돌)시대를 열었고, 지금은 이창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이창호는 그런 이세돌을 병법의 '출기불의(出其不意)'에 능하다고 평가했다. 예측불허의 일을 벌인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이창호의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즐긴다."이다. "바둑을 이끌어 나가는 방식의 차이이지요. 나와 같은 스타일이라고 편하다는 법은 없습니다. 두가지 다 즐겁습니다." 그렇다. 이창호는 불확실성을 즐긴다. 어떤 상황ㅇ서도 자신은 움직이지 않는 태산이 되고자 한다. 바람이 간혹 태산의 나무가지를 꺾을지라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태산이고자 한다. 또하나. 잔재미도 있다. 어려움을 타개하는 묘미다. 그것이 바둑의 맛이라고 이창호 9단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