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군 성내면의 한 작은 마을의 동네 길옆 느티나무 아래에는 허름하기 그지없는, 시멘트로 네모반듯하게 만든 시멘트로 만든 평평한 쉼터가 있습니다. 제가 스무살 되던 해 쯤 그 길을 지나다가 그 곳에 글씨가 있어서 가까이 가 보니, 누군가 새겨놓은 한문으로 된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召友臺 (벗을 부르는 곳)
과거 천하의 명사들, 시인 묵객들이 세상 경륜을 논했다는 풍광 수려한 곳에 서 있는 유명한 정자와 누각들의 이름을 많이 들어보았지만 그렇게 아름답고 마음에 감동을 준 경우는 없었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소우대에서 동내의 장기친구, 죽마고우를 손짓하여 부르는 모시적삼을 입은 편안한 눈빛의 노인이 보이는 듯합니다.
저는 이곳을 탐욕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참매미 소리가 여름 더위를 쫒는 한가한 농촌 길가의 소우대 처럼 세상의 힘든 발걸음을 멈추고 쉬어 갈 수 있는 곳으로 남아서, 돈과 명성 그리고 화려한 세상 복장에 울고 웃는 곳이 아닌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으로 존속하기를 바랍니다.
얼마 되지 않는 우리의 삶이 각박한 세상의 인심과 시름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추기면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에 시선을 고착하고, 여유롭게 세상을 건너 갈 수 있을 정도의 물품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이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005/10/28(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