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을 운영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저는 그 분을 좋아합니다. 마음이 온유한 형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제가 미혼이었을 때, 그 분께서는, 저에게 당신이 소유한 집 이층에 그냥 와서 지내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런 호의를 감사한 마음으로만 받았으며 같은 도시의 산 기슭의 축사를 방으로 개조한 곳에서 월세로 산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의 아들이 셋 있는데 저는 장남과 둘째아들을 좋아합니다. 제가 그 곳을 떠가기 전까지 세째 아들은 어린이였으니까요. 첫째 아들은 지금까지 저와 여러가지로 교류가 있습니다.
부유하지 못한 저를 위로하시기 위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분께서 2003 년 언젠가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 아들이 그러더구만, 다른 회사의 수 백억의 큰 자금을 관리해 주면서 십억 정도는 쉽게 챙길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고... 자네는 주위의 신용을 가지고 있으니 그 신용이야말로 가장 큰 재산이지. 그거야말로 수 백억 수 천억의 가치가 있으니까"
그 말씀을 들은 뒤로 저는 제가 가진 신용의 크기를 가늠해 보았습니다. 그 신용에는 인간적인 것과 능력에 대한 신뢰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가난한 사람입니다. 제 앞으로 된 집 한 채 없으니 말입니다.
"어머니, 좋은 옷을 꺼내 입으세요. 어머니 연세에 옷을 아껴서 어쩌시려구요?" 어제는 수술 후 치료를 위해 병원에 모시고 가는데 누비바지와 허름한 옷을 입으신 채로 집을 나설 준비를 하시는 어머니를 보고 제가 한 말씀 드렸습니다. " 내게는 가볍고 편한 옷이 제일 좋은 옷이다." ".........."
옷과 같은 우리의 소유물들은 우리의 몸과 정신이 쇠약해지면 점점 거추장스런 복장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옷은 추위와 질병으로 부터 몸을 보호하고 우리의 부끄러움을 가릴 정도면 족하겠지요.
오늘 아침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 장례식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오실까? 단지 아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진정한 벗으로....
2005/11/26(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