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진 것이 없는데다 지식도 짧고 그렇다고 세상을 바꿀만큼 힘도 없으니 선생님들을 달리 크게 도와 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덕이 높아 많은 분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드리거나, 사람의 마음을 끄는 신기한 능력도 없고 세력을 몰아 세상 한켠을 장악할 인물은 더욱 아닙니다. 오지 산골에 사는, 세상에서 가장 비천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도 저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그럴 때마다 그간 제가 드린 말씀 중에 넘치도록 많았을 주제넘음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동물이 아무리 지혜롭다 한들 사람만 하겠습니까? 짐승이 노력한다고 해서 사람의 지혜에 미치겠습니까? 그와 같이 사람이 아무리 지혜로워진다 하더라도 결코 도달하지 못할 지혜가 있을 것입니다. 저의 외모나 배경, 가문 모두 세상적으로 보잘 것 없지만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니 조금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제가 부끄러운 것은 제가 선택하고 결정한 것들과 자랑스럽지 못한 저의 생각과 언행입니다.
산골짜기에 피었다가 지고 마는 이름 모를 꽃과 같은 인생, "우리의 심장 박동은 묘지로 가는 북소리다"고 말한 어떤 시인의 말처럼 곧 종착역에 도착할 열차에 동승한 사람들이 서로 키와 힘 자랑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동생 줄 것은 없어도 도둑맞을 것은 있다"는 말처럼 서로 사랑할 시간은 없어도 싸울 시간은 많은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06/1/14(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