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청원군 오창면 양곡창고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사건의 유족들이 56년만에 공개적인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16일 오창면 유가족 100여명은 오창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오창창고 학살 진실규명을 위한 증언대회'를 열고 희생유족위원회 창립과 임원선출, 정관 결정에 합의했다. 또한 당시 팔에 총탄을 맞은 채 살아남은 김상근 옹(82· 당시 26세·오창면 성산1구)의 증언을 들었다. 오창 양곡창고 학살 희생자들은 오창면 중신·신평·일신·탑리와 진천군 진천읍·문백면 등에서 소집된 보도연맹원(좌익단체 가입전력자) 370여명으로 한국전쟁 당시인 50년 7월 6일 퇴각하는 국군에 의해 집단학살당했다.
오창 학살사건은 지난 89년 '한겨레신문' 이 생존자 최진향씨(93년 작고)의 증언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당시 시체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는 20여명이었으나 군사정권하에서 피해사실을 숨긴채 지내왔다.
이날 서면 증언을 한 임만호씨(92·오창면 유리)는 "보도연맹은 억지로 가입했고 모이라고 해서 창고로 끌려가서 열흘정도 갇혀있었다. 처음 사흘은 집에서 날라다준 밥을 주더니 나중엔 먹을 물도 없고 밥도 굶었다. 나중에 날이 저물때 군인들이 기관단총을 쏴대서 많이 죽었다. 살아있는 사람들한테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고 일어나면 살려준다고 해서 그렇게했다가 또 총을 쏘는 바람에 더 죽었다"고 말했다.
정부, 관련법따라 민간인학살 피해 접수중
현재 도내에는 충북민간인학살대책위원회의 주선으로 괴산군 사리면 유가족회가 결성돼 지난 2004년 위령비를 건립했으며 오창면 유가족위원회도 충북대책위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 통과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들의 피해내용을 접수받고 있다.
충북대책위 박만순 운영위원장은 "오창 양곡창고 학살사건은 북이면 옥녀봉에 이어 최대 규모의 피해를 당한 곳이다. 현재까지 도내 전역에서 3천여명이상이 보도연맹이라는 이유로 소집돼 집단학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도내 피해자는 대부분 좌익 농민단체 가입자로 특별한 활동도 없이 도장 한번 찍었다는 이유로 희생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정부의 진상규명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피해자와 가족들이 적극 참여해 은폐된 역사의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2/18(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