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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 治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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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구름길
 2006/2/2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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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나는 말이 별로 없는 편이지만
간혹 입을 열면 늘 진중하고 무거운 말만 하는 것이 아니다.
뒷북 새해 인사를
이렇게 농담같은 이야기나 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상황이나 사람에 걸맞는 농담이나 유머로써
상대방에게 엔돌핀이 솟게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능력이다.
물론 내가 그런 능력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 능력자가 부러워서 딴에는 흉내를 낸다는 것이
자칫 분위기만 썰렁하게 만들어서 머쓱해지곤 한다.
그렇게 어설픈 농담을 습관적으로 하다 보니 같이 사는 아내도
간혹 내가 하는 말이 어디까지가 농담인지 아직도 헷갈려 한다.
때로는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뉘앙스를 풍기며 내 뜻을 전달하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가끔 나사 풀린 사람으로 대접 받기도 한다.
나는 어쩌면 그것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빡빡하게 살아본들...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농담같은 것이 아닐까.
간혹 나와는 정반대의 사람,
즉 농담을 진담처럼 하는 사람을 본다.
그럴 때는 정말 내가 뒤집어 지는 날이다.
내 친구 중에도 그렇게 농담을 진담처럼 하는 사람이 있다.
술을 좋아하는 그 친구,
며칠 전 점심시간 무렵에 와이프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다음 날 병원에 건강검진을 가야 하니
술 마시지 말고 일찍 들어오라는 당부였다.
"아라따..."
그러나 그말을 어이 믿으리오...
아니나다를까,
새벽 4시 쯤에 딩동이다.
문을 열어주자 눈웃음치며 헤롱헤롱 한다는 말이,
그 시간에 택시 타니 할증이 없어서 좋다나...
검진 가려면 일찍 서두르고 잠 설치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었건만
새벽4시 넘어 들어와서 부인에게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어이,일루와봐...내가 오늘 18억짜리 빌딩하나 샀다."
"그랬어?, 근데 왜 이제 그걸 얘기해?"
"오늘 잔금 다 치루었거든..."
그리곤 베시시 웃고는 숨넘어 가게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그 부부는 결혼 22년째.
친구가 술 마시고 사들인 빌딩을 손으로 꼽을라치면
대한민국 큰 빌딩 절반은 모두 그집 꺼다.
"그 중에 하나라도 진짜 우리 것이 있으면 얼매나 좋을꼬..."
그러면서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 친구 와이프도 무던한 사람이다.
신혼 초에 술 마시고 들어와서 땅 사고 계약했단 소리를 듣고는
황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밤을 꼴까닥 새우고 직장엘 가면서 가슴 부풀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저께 산 빌딩은 서면 롯데백화점 건너편에 있는 18억원짜리 빌딩이란다.
"해가 바뀌었으면 좀 바뀌려나 했더니 그냥 그대로예요."
웃으면 눈이 반달같이 되는 그녀는 그저 태평이다.
부부란 그렇게 서로에게 길들고 길들여지는 것일까.
언뜻 보면 오누이같기도 한, 친구처럼 마음 편하게 사는 부부이다.
친구도 이젠 나이가 들었은지
새벽4시는 두어 달에 한번 정도로 횟수가 줄었다고 한다.
나도 가끔은 황당한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내 친구는 나보다 한참 고수이다.
나중에 친구가 나에게만 한 진담은,
병원에 가기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혹시나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거나,
정말로 몇개월 시한부 선고라도 받을까봐 차일피일 미룬다고.
그러면서 농담처럼 하는 말이
가슴 어딘가가 뜨끔한 것 같기도 하다면서 덧붙인다.
"이 좋은 세상을 두고...우짜노...난 못간다...하모."
병원을 못간다는 것인지 못 죽는다는 것인지...뭔가 뭔지 모르겠다.
이럴 때는 어디까지가 진담인지 농담인지 내가 헷갈릴 지경이다.
친구는 술 담배를 남보다 많이 했으니 캥기기도 하겠지만,
스트레스가 더 문제라니 술 약하고 금연한지 8년째인 나도 두렵기만 하다.
밀란쿤데라의 농담을 읽었다.
농담 한마디로 그의 인생이
자신이 걷잡을 수 없는 길로 빠져 들게 되는 이야기인데...
사는 모든 존재는「농담」처럼,
'우연같은 운명이 우리들 일생의 태를 감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질문을 남긴다.
예정조화설이란 것이 있긴 있었지...
농구경기처럼 스피드하게 소설이 진행되지만
충분한 사색의 갈피와 쉼터를 제공하는 소설이었다.
소설 농담 속에는 인간생존의 기본적인 슬픔,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인간의 양면성, 시간과 우연, 섹스등이 탄복하리 만큼 감칠맛 나게 그려져 있다.
내가 하는 농담처럼 시시껄렁하게 지껄이는 책이 아니었다.
- 쿤데라의「농담」중에서
삶은, 아직 미완인 그들을,
그들이 다 만들어진 사람으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완성된 세상 속에 턱 세워 놓는다.
그러니 그들은 허겁지겁 이런저런 형식과 모델을,
당시 유행하는 것, 자신들에게 맞는 것,
마음에 드는 것 등을 자기 것으로 삼는다.
그리고 연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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