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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 治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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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구름길
 2006/2/2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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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열차
완행열차 차창가
흘러가는 파노라마
대사없는 세월극장
며칠 전에 무궁화호 열차를 탔습니다.
KTX가 개통되면서 통일호가 없어지고 새마을, 무궁화 열차가 한단계씩 격이 낮아진 듯.
업그레이드의 반댓말이 다운그레이드이던가...
그나마 무궁화열차는 통일호처럼 역마다 정차를 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그럼...무궁화호 열차도 서지 않는 수많은 그 역들은 이제 무엇일까.
물론, 내가 하지 않아도 될 걱정거리입니다.
멍하니 차창가에 앉아 스쳐지나가는 초겨울 풍경을 바라보면서
내가 정지되어 있는데 풍경들이 달리는 듯한 느낌도 들고...
그래서 저런 하이쿠를 긁적였습니다.
다음 날 조선일보 대문에 약 30시간 걸렸었습니다.
무궁화호 열차는 발로 누르면 의자를 180도 돌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4명이 마주 앉을 수 있지요.
그건 무궁화호 열차가 KTX보다 나은 유일한 장치입니다.
깔방의 몇몇 분들과 완행열차를 타고 느긋하게 함께 여행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홍익회 판매원에게 이것저것 먹을거리도 사서 같이 나눠먹으며 세상사는 이야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눈빛만 보며 입꼬리로 웃는 웃음을 지으며.
선행열차를 보낸다며 10여분씩 예정에 없는 정차를 하기도 하는 무궁화호 열차에 앉아서
쌩~하고 추월해가는 고속열차를 바라보아도 이젠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돈 많이 내고 바쁜 사람들은 빨리 가렴.
돈보다 더 귀한 시간이 남아도는 나는 하나도 바쁘지 않아.
어젯밤 sbs의 앙콜드라마 '홍소장의 가을'을 보았습니다.
흠,
홍소장의 자랑이었던 동생 상준이 했던 말들...
"고속도로에서 엔진고장으로 갓길에 멈춰 선 차, 내가 그 차 같아요.
씽씽 지나가는 차들을 멍하니 쳐다보는..."
"가족보다 회사일이 먼저였는데..."
"내가 잘난 줄 알았는데...이제 보니 내 자리가 잘 났던 거였어요."
마지막 장면,
한강에서 건져올린 상준의 시신,
모래 묻은 발가락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이 나이에 드라마를 보면서 새벽 1시에 눈물짓다니...
900원 아끼려고 구포역에 내렸다가 버스를 기다리느라 근 30분을 허비했습니다.
퇴근시간이고 지하철 공사 구간이 목전이라 모든 차들이 거북이호가 되었습니다.
다음부터는 무조건 부산역으로 가서 전철을 탈 것입니다.
그래도, 또 어디론가 여행할 일이 있으면 꼭 열차를 탈 생각입니다.
열차가 훨씬 싸고 편안합니다.
멍하니 창밖을 보고 앉아 있으면 좀 청승스럽고 처연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차창가 풍경만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게 아니지 싶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인생이 흘러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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