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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 治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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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남향창가
 2006/3/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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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한뿌리
파 한뿌리 | 고개가 끄덕... 2005/11/05 12:31
평생 인색하게 살아 온 노파가 죽었다.
일생 동안 오로지 돈 밖에 모르고 살았던 이 노파가
드디어 하나님 앞에서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당연히 지옥으로 가는 열차를 탈 수 밖에 없었다.
가차 없이 지옥 불바다에 내 던져졌다.
그러나 비록 평생을 인색하게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노파는 자신이 지옥 형벌에 처해져야 할 이유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나님이 정말 너무 하신 것 아닌가.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기에 너무 바빠서
설령 남에게 자선을 베풀 수 없었기로서니
그것이 무슨 죄가 된다고 이렇게 뜨거운 곳에다
늙은 나를 던져 넣을 수 있단 말인고...'
노파는 뜨거운 불 속에서 신음하며
여전히 원망과 불평과 불만으로 하나님을 저주 하였다.
말이 쉬워서 불바다에 던져진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형벌이겠는가.
고통과 괴로움으로 몸서리를 치며 허우적거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그 노파 살아 생전의 수호천사가
하나님 앞에 나아가서 엎드려 통사정을 했다.
“하나님, 저 노파가 비록 인색하게 인생을 살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알고 보면 심성이 매우 착한 사람입니다.
제발 좀 선처를 해 주십시오.”
수호천사의 호소가 하도 간절하고 애절하기 이를 데 없었으므로
하나님은 하는 수 없이 그 수호천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좋다, 그렇다면 저 노파가 살아 생전에 착한 일 한 것 단 한 가지라도 있으면
그 선행으로 저 노파를 지옥 불의 형벌에서 면책을 해 주겠다.”
수호천사는 기쁜 마음으로 한 달음에
지옥불의 고통 속에 허덕이고 있는 그 노파 곁으로 달려갔다.
“할머니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생전에 착한 일 하신 것 다 말씀해 보십시오,”
그러나 노파가 아무리 기억을 해봐도 생전에 남을 위해서 베푼 일이라고는
단 한 가지 일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없어...”
풀 죽은 모습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던 노파가
다시 비명을 지르듯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면서 다시 말했다.
“있다!!
나 젊었을 때 지나가는 거지에게 돈 받지 않고
파 한 뿌리를 그저 준 적이 있다!!”
수호천사는 조금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
생전에 노파가 거지에게 파 한 뿌리를 동냥해준 적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하면서
구원의 은혜를 베풀 것을 다시 한 번 더 간절하게 애원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하나님을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때 거지에게 준 그 파뿌리로 저 노파를 지옥 불에서 건져내보도록 하여라.”
수호천사는 기쁜 마음으로 수문장을 데리고 지옥 불에 빠져 있는 그 노파에게
파 한 뿌리를 내려주며 그 파뿌리를 거머쥐고 하늘나라로 올라 올 것을 당부했다.
이윽고 천국의 수문장이 내려주는 파뿌리를 거머쥔 노파는
대롱대롱 그 파뿌리에 매어달린 채 지옥 불바다에서 조금씩 건져져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노파가 파뿌리를 잡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지옥 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있는 노파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들도 뜨거운 불바다를 피해 쾌적한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지옥 불바다에서 파 한 뿌리를 거머쥐고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있는
노파의 발목 아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대롱대롱 매어달린 채
가까스로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있던 노파가 발목이 좀 아파서 아래로 내려보니
자신의 발목을 잡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아래로 이어져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노파는 겁이 덜컥 났다.
“내가 겨우 파 한 뿌리 의지해서 하늘나라로 겨우 올라가게 되었는데,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발목을 잡고 늘어졌으니
자칫 내가 잡은 파 뿌리가 끊어져버리는 날에는 나까지 떨어져서
두 번 다시는 하늘나라 올라가지 못하게 되고 말거야.”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노파는 거세게 몸을 흔들며 소리쳤다.
“놓아라, 이 인간들아!!
너희들은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지옥 불에 떨어진 주제에
왜 하늘나라 올라가는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냐. 놓아라!!
네 놈들 때문에 나마저 떨어져 죽게 되면 어쩌란 말이냐...”
그렇게 몸을 흔들어대는 순간 그 노파가 쥐고 있던 파 뿌리는
뚝!! 소리를 내며 끊어져버렸다.
혼자만 살고 보겠다는 몸부림이 너무 과했던 탓인지... ^^*
위의 이야기는 그 옛날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을 때
그의 어느 소설에선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었다고 기억한다만- 읽은 삽화이다.
문득 이 삽화에 나오는 노파가 혹여 내 전생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오후 늦게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였는데
아침에 안개가 짙더니 날씨가 맑기만 하다.
그러다가 구름이 슬슬 몰려들고 비가 내리겠지.
슈퍼컴퓨터를 가동해도 더러는 일기예보가 틀리기도 하고...
그게 얼마나 인간적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어쟀거나 가을비 한 번 내릴 때마다 옷 한겹 더 껴입는다고 했던가.
그렇게 이 가을은 더욱 깊어져 가겠거니 싶다.
아직까지는 맑고 푸른 하늘을 보니
주식 좀 오른다고 좋아라 하고
내린다고 화가 나는 내가 한심하기만 하다.
때로는 빠진 종목이 더 많은데도
내가 보유한 종목이 좀 올랐다고 두배나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그렇게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내 속내를
저 푸른 가을 하늘에 담그고 씻어내고 싶은 충동이 인다.
하기사...
이런 내 마음이 파 한 뿌리 밖에 적선하지 못한
그 노파와 무엇이 다르랴...
부끄러움에 창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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