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인 결정의 결과 "한국 헐값에 판 광산, 일본이 사들여 코스모스펀드 05-14 01:19
[매일경제 2007-05-13 17:43:01] 지난해 정부와 한국전력 관계자들은 캐나다 시가레이크 우라늄 광산이 물에 잠겼다는 소식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작업 중 폭발 사고로 피해를 본 이 우라늄 광산은 87년 한전이 지분(2%) 참여 방식으로 개발에 참여했던 곳. 그러나 한전은 외환위기 이후인 99년 지분을 매각하고 완전히 발을 뺐다. 생산 지연에 따른 피해를 보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안도는 다시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시가레이크 광산 피해 소식에 국제 우라늄 가격이 더욱 폭등하기 시작한 것. 파운드당 50달러 전후에 거래되던 우라늄은 불과 8개월 만인 현재 120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시가레이크 광산 가치를 새삼 절감케 한 사건이 되고 말았다. 시가레이크 광산은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우라늄을 매장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광산에서 생산되는 우라늄 품위(광석에서 우라늄 정광이 추출되는 비율)는 다른 광산에 비해 최소 20배에서 최대 200배까지 높다. 한전은 결국 투자비에도 훨씬 못 미치는 헐값에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세계 2위 우라늄 광산에서 거둘 이득을 스스로 포기해 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이 광산은 현재 캐나다 회사 주도 아래 일본이 적극 지분 참여한 상태로 내년부터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런 현실은 비단 우라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관리하고 있는 석탄, 구리, 아연, 철광석, 아연, 니켈 등 6대 전략 광종이 대부분 비슷하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집중돼 1998~2000년 3년간 국내 기업들이 투자 지분을 매각한 광산은 24개에 달한다. 심지어 잘 팔았다는 평가를 받은 광산이 큰 아쉬움을 주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LG상사가 97년 칠레 로스펠럼브레스 동(구리) 광산을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LG상사는 매각대금으로 투자금액의 2배를 받았다. 하지만 곧 엄청난 후회를 해야 했다. 지분을 인수한 일본 기업들이 13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이 동광을 연산 75만t 세계 5위 동광으로 변모시킨 것. 매각 당시와 비교하면 생산 규모가 15배로 확장됐다. 일본 기업들은 국제 구리 가격 상승에 따라 이 광산에서 연간 2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면서 막대한 배당 수익도 거두고 있다. 자원개발 사업을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는 정책과 경영마인드의 결과는 통계 수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40% 이상을 원자력으로 충당하는 우리나라의 우라늄 자주개발률은 현재 0%다. 연간 우라늄 사용량 4000t을 단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구리의 자주개발률은 고작 2%에 불과하다. 유연탄(38%) 철광석(11.8%) 아연(31%)은 이보다 사정이 낫지만 장기 전략에 따라 꾸준하게 해외 광산을 확보한 일본과는 차이가 크다. 특히 아쉬운 대목은 우리나라가 매각한 지분을 일본이 사간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초기에 진입해 터를 잘 닦아 놓은 광산을 뒤늦게 매입해 간 일본 기업들이 요즘 자원개발 특수를 누리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혁훈 기자 / 박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