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응원석에서 시작된 파도타기 끊긴 사연 코스모스펀드 01-05 10:19
이름: 오마이뉴스 2006/6/19(월) 프랑스 응원석에서 시작된 파도타기 끊긴 사연     [오마이뉴스   2006-06-19 12:29:56] [오마이뉴스 손병하 기자] 많은 축구전문가는 축구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가 체력·정신력·기술이라고 말한다. 90분을 달리며 상대에 지지 않는 체력, 이기고자 하는 강한 집념,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그라운드에서 실질적인 경기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기술이 승리 요인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 축구대표팀에는 경기를 이길 수 있는, 지던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한 가지 요소가 더 있었다. 바로 '붉은악마'라 불리는 축구팬들의 열광적이고 감동적인 응원이다. 우리가 봐도 놀라운 우리의 응원 한국 축구대표팀은 19일 늦은 새벽(이하 한국 시각)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2006년 독일 월드컵 G조 세번째 경기에서 유럽의 강호 프랑스를 맞아, 후반 36분에 터진 박지성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귀중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사실 이날 경기의 전반적인 내용은 프랑스의 일방적인 리드였다. 슈팅 수 15-5가 말해주듯이 프랑스의 파상공세에 한국 대표팀은 경기 내내 밀렸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귀중한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객관 전력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경기력에서도 한계를 보였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지지 않을 수 있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1만여 명에 가까운 붉은악마들이 경기장에서 내뿜었던 뜨거운 함성과 승리를 향한 집념 때문이었다. 그리고 서울의 광화문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현장보다 더 뜨거운 응원을 펼쳤던 '열두번째 선수들' 때문이었다. # 장면 1 선제골에 터진 함성 "괜찮아! 괜찮아" 이날 경기장에 운집한 한국 축구팬들의 수는 프랑스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한국과 다른 나라의 팬들이 경기장 관중석의 5분의 2 정도를 차지했다면, 프랑스의 팬들의 수는 절반을 훨씬 넘겼다. 하지만, 엄청난 응원과 함성으로 선수들에게 이길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머릿수가 아니었다. 전반전 이운재의 뒤에 자리잡았던 붉은악마들은 프랑스의 응원에 뒤지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대~한민국"을 외쳤으며, 프랑스의 응원단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면 더 큰 목소리로 프랑스의 함성을 덮어버렸다. 전반 9분 프랑스 티에리 앙리의 이른 선제골이 터졌을 때, 붉은악마가 위치했던 관중석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저 멀리 반대편에 있던 프랑스 응원석은 대형 프랑스 국기가 올라가고 이미 승리한 듯한 함성으로 경기장을 뒤덮어버렸다. 프랑스 응원단의 함성이 경기장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을 때,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구호가 들렸다. 붉은악마의 "괜~찮아"라는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도 함께 메아리쳤다. 선수들이 고개를 떨어뜨렸을 때 팬들은 자리에 앉지 않았고, 이전보다 더 큰 함성과 박수로 대표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 장면 2 프랑스 응원석에서 시작한 파도타기 끊겨 전반전이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프랑스 응원단에서 한차례 거센 파도타기가 시작되었다. 프랑스의 골키퍼 바르테즈 뒤편에서 시작된 파도타기는 무서운 속도로 경기장을 돌았고 이내 붉은악마가 있는 곳까지 와버렸다. 하지만, 파도는 더 이상 일지 않았다. 한국 축구팬이 프랑스라는 거센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그 프랑스 팬들이 보낸 파도를 멈춰 세운 것이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파도타기가 왔지만 끝내 한국 응원석을 넘지 못했다. 그러자 파도타기가 중단된 한국 응원석을 향해 "우~"하는 야유가 들려왔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들의 야유는 함께 경기를 즐기지 않는 것에 대한 비난이었을 것이다. 충분히 타당한 야유였다고 본다. 하지만 그 순간 한국 응원석은 그 파도타기에 동참할 수 없었다. 프랑스 응원단은 프랑스가 앞서 가는 분위기를 한껏 더 고조하고 싶었겠지만 1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죽자 사자 뛰고 있는 우리 선수단을 응원하고 있는 한국 응원단이 그들과 함께 환호를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절박했다. 물론 지는 와중에도 여유있게 환호의 장에 함께 하는 여러 나라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꼭 그럴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필자는 그만큼 우리 응원단이 간절하게 우리 팀이 한 점을 넣기를 바란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 장면 3 경기 끝난 뒤에도 그들은 남았다 90분간의 혈투가 끝나고 1-1로 경기가 끝나자 프랑스를 응원했던 팬들은 썰물처럼 빠르게 빠져나갔다. 이길 수 있는, 이겨야 하는 경기를 비긴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붉은악마들은 경기가 끝나고 30분이 다 되도록 관중석에 계속 남아 노래를 부르며 고생한 대표팀을 위로했고 무승부에 감사해 했다. 또 프랑스 선수들은 관중보다 더 빨리 라커룸으로 들어갔지만, 한국 선수들은 모두 모여 열심히 응원한 관중에 정중히 인사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비록 선수들이 펼친 경기는 무승부였지만, 관중 간의 대결에서는 한국의 축구팬들이 승리한 것이었다. 경기는 끝났다. 그리고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했다. 비록 경기 내용에서는 이런저런 비판과 따끔한 질책이 따라야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표팀을 성원한 감동적인 한국의 축구팬들과 그런 축구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넘치는 칭찬이 아깝지 않다.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한국 축구와 축구팬들. 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신화는 다시 시작되고 있다./ 손병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