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기다리는 곳에서 오지 않는다 코스모스펀드 01-05 10:20
이름: 유리공주 2006/6/19(월) 공은 기다리는 곳에서 오지 않는다               공은 그가 기다리는 곳에서 오지 않았다.         그가 보지 못한 뒤에서 날아 온 공이 그를 쓰러뜨렸고         내가 기대하지 않던 친구의 도움이 나를 살렸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공이 오고 가며 게임이 완성된다.                                                 -최영미- "세상사는 뻔해도 축구는 뻔하지 않다." 가로 세로90-120m의 사각형 경기장은 하나의 거대한 수족관이다,관객은 선수들을, 선수들은 관객을 자유로이(경기에 방해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쳐다 볼 수 있다. 즉 모두가 모두에게 개방되어,모두가 모두를 감시한다. 선수들과 감독 그리고 심판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관중석에 노출되어 있다.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선수들은 각자의 생각을 서로 몸짖으로 표현하며 소통한다.(소리쳐도 시끄러워 잘 들리지 않는다.) 육체의 언어는 구체적이며 솔직하다. 둥근 공 하나가 하얀 금 안에 던져지면 ,22명의 선수들이 공을 향해 돌진한다. 팔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분을 사용해 공을 이동시켜 상대방 골대안에 집어넣으면 이기는, 축구는 경기규칙이 매우 간단한 스포츠이다. 심판의 판정 시비가 있기는 하지만,경기의 흐름을 바꾸지는 않는다. 운동장안에서는 외모도 학력도 배경도 필요 없이 실력이 최고이다. 실력으로 상대를 막기어려우면 반칙으로도 끊기도 하지만, 고의적이고 위험한 반칙을 자주 범하면 아예 경기장 밖으로 쫓겨 나기도 한다. 선수들의 자질보다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워 선수들은 기용하는 감독은 큰 경기에서 이기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떤가, 사회라는 무대가 경기장만큼 진실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언어가 운동장의 언어와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말'이 있는 건 속마음을 감추기 위해서라는 격언이 있듯이,소통 수단이 오히려 원할한 소통을 방해한다. 우리나라처럼 겉과 속이 불투명한 사회는 더욱 그러하다. 실력보다 인간관계가 사람들을 움직이는 동네에서 '공'은 늘 우리와 가까운, 우리가 기대하는 곳으로부터만 온다. 나와 친교가 없고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나 조직은 내게 공을 절대로 넘겨주지 않는다. 오로지 이기기 위해 90분 동안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만 선수들이  움직인다면, (사실 이건 불가능하다.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도 공의 흐름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얼마나 재미 없겠는가. 기다리지 않는 곳에서 공이 와야 경기의 수준이 높아 지는 법. 내가 기다리는 곳에서,기다리지 않는 곳에서도 공을 주고 받아야 사회도 게임도 아름다워진다.                                        - 최영이의  동아일보 기고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