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벗고 사는 사회에서는 통통하게 살찐 여자가 미인이고,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늘씬하고 마른 여자가 미인이다.

풍요로운 사회에서 아무리 통통한 여자를 미인이라고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늘 상대적이다.

아주 오래전에 ‘TV문학관’이란 TV프로가 있었다. 그 중 생각나는 한 편이 있다.

결혼할 친구의 함을 팔기 위해 서울에서 시골까지 내려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함을 팔러가는 친구들은 거의 다 최고 학벌이 고등학교인 직장인이었다.

그 중에 유일하게 직장인이 아닌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대학생이었다.

가장 가방끈이 길었던 그는 친구들 사이에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나이 서른이 되도록 졸업을 못한 가난한 대학생이었다.

친구들이 시골의 어느 술집에 들른다.

술집여자는 ‘대학생’에게만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대학생은 너무 난감하다.

다른 친구들은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가져서 벌써 결혼도 하고 돈도 벌지만,

자신은 등록금이 없어서 휴학을 밥 먹듯이 하고 군대 갔다 오고 하니 10년째 대학생이다.

대학생이 술에 취해 지껄인다.

“대학생이 뭔데? 나, 초등학교 때 시골 마을 천재였어.

중학교 때는? 군내 우등생.. 그럼 고등학교 때는? 중상이었지. 그래서 대학에 갔어. 대학에 붙었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 보니, 난 거의 꼴찌 수준이었어. 그게 내 인생이었어.”

어릴 적 그는 천재였고, 천재로 대접을 받았다. 시골 마을에서...

그러나 서울에 와 보니 너무나 초라했고, 그 천재라는 딱지가 너무 싫었다.

서울에서 빌빌대는데, 시골만 가면 천재라고 추켜세운다... 

사회 현상은 대부분 상대적이다. 그 상대성을 원만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단지 ‘호재’ 때문만은 아니다.

주가가 내리는 것도 무조건 ‘악재’ 때문만도 아니다.

경제와 사회 그리고 투자자가 처한 환경을 바탕으로 하여 주가는 움직인다.

지금 이 시점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이 더 유리하다면 주가는 오른다.

환경이 시골이면, 꼴찌 대학생도 천재다.

환경이 바뀌면 그는 나이 서른에 대학도 졸업 못한 낙오자가 된다.

사회 현상이 상대적이지 않으면, 이 사회는 파괴되고 만다. 상대성은 ‘생존본능’이다.

요즘 주식시장을 보면서 ‘상대성’에 대해 더욱 더 실감하게 된다.

‘상대성’을 포함하여야만 유연성과 순응하는 힘이 길러지는 것 같다.

설령 나중에 폭탄이 터지더라도, 현재의 주식시장은 제 갈 길을 가보겠다는 심산이다.

그것이 현재의 환경인 것 같다.

이 세상 萬有는 존재 자체와 존재의 변화라고 하는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존재는 ‘有’이며,

존재의 변화는 ‘易’이다.

예로부터 ‘易’을 중시했던 것은 삼라만상이 머물러 있지 않고 늘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는 ‘Stock'과 “Flow'라고 하는 개념과 거의 일치한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규모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이는 절대적 개념이며, 작

년 11위에서 올해 10위가 되었다면 이는 1위 상승이라는 상대적 개념이다.

무역수지가 30억불 흑자라고 하면 이는 절대값이고, 전월대비 10% 늘었다면 이는 상대값이다.

코스피의 지수 수준은 절대값이지만,

지수의 변화율을 상대값이다.

지수수준이 아무리 높더라도 투자수익을 안겨주지 않는다.

지수의 변화율이 커야 수익도 커진다. 이를 투자에서는 ‘성장성’이라고 부른다.

이에 비해 절대값은 ‘수익성’이다. 수익성의 변화가 성장성이기 때문이다.

투자 수익률은 성장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듯이,

사회 현상은 변화율, 상대값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주로 상대적 변화 때문이다.

반드시 절대값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황이 나쁜데, 왜 주가가 오를까? 절대적 개념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상대값[Flow, 易]의 개념으로 보면 수긍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