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閑담] '현주엽 사건'에 흉흉한 증권사 직원들

• 안재만 기자 hoonp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증권사의 상품 판매 담당 직원들 분위기가 흉흉합니다. 증시 급락으로 하소연을 넘어 화를 내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점점 더 강화되는 '투자자 보호' 조항이 그들을 힘들게 한다고 합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암행어사가 돼 직접 펀드에 가입해보고 설명이 조금만 미흡하면 경고를 내립니다. 펀드 하나 가입시킬 때마다 줄줄이 유의사항을 읊고 수십장의 종이를 복사하다보면 오히려 고객이 "빨리 해달라"고 투덜대는 일도 많다고 합니다.

최근엔 현주엽 사건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 프로농구선수 현주엽이 삼성선물 직원에게 24억4000만원을 투자했다가 17억원을 되돌려받지 못해 삼성선물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일부 승소해 8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얻어낸 사건입니다.

증권사 직원들은 "언론 보도만 보면 그 직원의 개인적 비리인데, 회사가 책임지라는 판결이 나와 놀랐다"며 "앞으로 회사가 우리를 얼마나 달달 볶을 지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에게 있어 가장 찝찝한 상품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주가연계증권(ELS)이라고 합니다. ELS는 안전성이 높은 상품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장기업이나 코스피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40~50% 이상 떨어지지만 않으면 원금이 보전된다고 설명하는 탓입니다.

하지만 ELS는 금융위기 당시 90%의 상품이 손실을 냈던 전력이 있습니다. 70~80% 손해가 난 상품이 수두룩했고, 원금이 전액 날아간 일도 있었습니다. 수억원을 투자한 노인 고객도 많았는데, 이를 둘러싼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ELS 기초자산으로 많이 이용된 LG화학은 최근 반토막이 난 상태라 고점에서 발행된 ELS는 손실을 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창구 직원들은 "불안한 마음에 자주 주가를 들여다본다"고 얘기합니다.

어찌됐든 투자자 보호는 이제 대세입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는 분쟁조정 세미나를 열었는데, 여기 참석한 한 부장판사는 "LIG건설 기업어음(CP)를 판매한 증권사도 배상 판결을 받았다"며 "판매사들의 설명이 더 꼼꼼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고객들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수수료를 따져보고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스스로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고수익을 주면서 안전성이 높은 상품은 세상에 없다는 것도 잊으면 곤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