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유가에 미칠 영향은 김연희 06-28 09:21
유럽연합(EU)이 오는 7월 1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송선에 대한 재보험 제공을 중단키로 결정했지만, 국내 정유업체들은 원유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유가 흐름에도 당분간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정부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수입 물량은 지난해 8718만4000배럴로 전체 수입물량의 약 9.4%를 차지했다. 국내 정유사 중에서는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이란산 두바이유 원유를 수입해 판매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전체 원유 수입물량 중에서 15%가, SK에너지는 10%가 이란산 원유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는 가능한 한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원유 수급 확보를 위해 다른 산유국들로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아예 대체 원유를 고려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양사 모두 대응책이 많아 원유 수급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정유업체 중 가장 많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 중인 현대오일뱅크는 이란을 제외한 카타르와 쿠웨이트 등 다른 산유국의 수입물량을 늘리거나 아예 북해산 브렌트유의 수입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1월부터 5월까지 원유를 수입한 실적을 보면 쿠웨이트가 30.8%로 가장 많고 이어 이란이 19%, 카타르 17.6%, UAE 12.3%, 사우디 8.6% 정도다. 브렌트유 수입 비중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운송비가 많이 들어 현재 전체 물량에서 거의 한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브렌트유 수입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 것도 브렌트유 수입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 현물시장 등 다른 국제 석유거래 시장에서 원유를 사는 스폿(spot·현물거래) 물량을 늘리는 것도 대응책으로 고려되고 있다.   SK에너지도 현대오일뱅크와 비슷한 입장이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가 다루는 원유 유종이 한 40~50개 된다”면서 “이들을 적절히 섞어서 원하는 제품을 또 뽑아낼 수 있고 일부 스팟 물량도 수입해 올 수 있어 원유 수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원유 수급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재정 위기 등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며 원유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공급은 여전히 충분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 역시 이와 관련해 “올 들어 국내 정유사들이 이란 원유 수입 물량을 줄여왔고, 카타르 등 다른 산유국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국내 석유 수급에는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유업계가 대응책을 마련, 시행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고 이런 상황에서 이란 제재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수급 차질 문제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론 당장 국내 원유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산유국을 대체하거나 브렌트유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그 가운데 이란산 수입 제한이 장기화하면 국가별로 안정적인 산유국을 찾기 위해 경쟁이 심화하고 원유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유국간의 원유 공급 경쟁이 붙으면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유가는 당분간 계속 완만하게 하락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정부에 따르면 3월말 기준 국내 석유비축량은 정부가 8960만배럴, 민간이 9160만배럴로 총 1억8120만배럴 수준이다. 소비량 기준으로 75일 지속할 정도다. 2010년 1일 소비량은 217만6000배럴로 1일 순수입량은 10만3630톤으로 집계됐다.  우고운 기자 woon@chosun.com 조선비즈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