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에게 사랑하는 아이들을 맡겨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힘든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과 눈빛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어머니, 당분간만 아이들을 좀 맡아주세요."
딸이 산골 아주 깊은 곳에 있는 친정집에  세 살  네 살 정도 된 남매를 데리고 왔습니다.

산골의 겨울은 높은 산으로 인해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기 때문에 아침이 늦고 저녁이 빠릅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방안에 화로를 놓고 난방을 합니다.
겨울이 산골을 거의 다 통과하는 이른 봄, 할머니는 아이들이 추울까 봐 화로에 숯불을 담아 방안에 놓고
뒷 밭에 일을 하러 나가셨습니다.
초가집 아래 토방과 방문 앞 마루는 군불을 땔 나무와 갈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방안에서 놀다가 그만 화로를 엎지르고 불이 방안에 번집니다.
순식간에 불은 마루 쪽 갈대더미에까지 옮겨 붙고 화염은 초가집 전체를 에워쌉니다.

방안의 아이들의 울부짖음과 비명소리도 집이 타는 요란한 소리에 파묻힙니다.
가엾은 아이들은 주검이 되어, 오열하는 할머니의 품에 안겨서야
겨우 뜨거운 불꽃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