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덮친 미분양의 저주 종목 08-14 16:18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M&A시장에 내놓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금호그룹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쟁 관계였던 두산그룹이 당시 총수 일가의 횡령 및 분식회계설로 비가격적 부문에서 감점을 받은 결과였다. 당시 금호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가 우리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는 독배였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뒤 나락에 빠져들었다. 때마침 금융위기가 불어닥쳤고 건설 경기가 바닥으로 치달은 때문이다. 힘들게 인수한 대우건설, 대한통운을 토해냈어야 함은 물론, 금호생명과 금호렌터카, 금호고속 등을 매각해야 했다. 오너 일가의 사재도 출연했고 금호석유화학은 계열 분리됐다. 의욕적으로 덩치를 불리던 금호그룹은 M&A 대결에서 승리하고도 자금 부담 때문에 무너지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의 대표 사례가 되고 말았다. 금호그룹 중에서도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002990)의 고통이 가장 컸다. 금호산업 주가는 2007년 11월 9만700원(감자 등 반영시 39만6575원)에서 현재 4000원대로 추락했다. 또 2010년 8월 4.5대 1의 감자(지배주주는 100대 1 감자)를 실시한 데 이어 또 다시 감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유상증자(출자전환 포함)는 8번이나 이뤄졌다. 금호산업은 박삼구 회장이 지난 5월 2200억원을 사재 출연할 때만 해도 이젠 위기가 끝날 것이란 기대감이 컸었다. 6월에는 대우건설 지분 12.28%를 4155억원에,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8.74%를 2000억원에, 금호고속 지분 100%를 331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도통 살아나지 않는 건설 경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부천에다 66층짜리 2개동의 주상복합 '부천 리첸시아 중동'을 짓고 있는데, 미분양으로 애를 먹고 있는 것. 연말쯤 공사비를 지급하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자본잠식률도 다시 50%를 넘게 될 전망이다. 감자가 검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분양 사태는 채권단의 산업은행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의 우리은행간 갈등으로 이어졌다. 양측이 자금 회수 여부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것이다. 최근의 주가 약세엔 정상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호산업이 워낙 충당금을 많이 쌓아둔만큼 이번 위기만 넘기면 회생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며 "문제는 부동산 경기인데 회복까지는 요원하더라도 분위기만 좀 개선되면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과 대주단이 다투고는 있지만 파국까지는 치닫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팔 수는 없지만 아시아나항공(020560)최대주주라는 점도 심리적으로 버팀목이 된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5868만8063주(30.08%)를 보유 중인데, 지분 가치는 4500억원에 이른다. 금호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안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금호산업은 2014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안재만 기자 hoonp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