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 이라는 조선의 화가가 있습니다.
조선의 반 고흐 라고 평가하는 분도 있는 특이한 분이신데
그림 한 장 그려주고 아침을 먹고 그림 한 장을 그려 저녁과 술 한 잔을 해결하는
그런 삶을 사시다가 고난한 삶으로 인해 단명한 화가입니다.
코스모스가 이 곳에 계신 선생님들과 주주님들에게 약소하지만 도움을 드리려는 마음은,
생계문제를 걱정하시지 않고 하고 싶은 좋은 일들을 통해 행복해지실 수 있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의 도움과 치료가 절실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현명한 사람은 의사를 찾아서 예방과 조기치료를 청하겠지요.
힘없고 의지할 곳 없는 분들에게 코스모스가 경제적인 피난처가 되겠습니다.

최북, [추순탁속도]
종이에 먹과 엷은 색, 27.5 x 17.7 cm, 간송미술관
이하는 옮긴 글입니다.

최북은 본명 이외에도 호생관(毫生館), 거기재(居其齋), 삼기재(三奇齋), 기암(箕庵), 성재(星齋), 좌은(坐隱), 반월(半月), 기옹(奇翁), 유용(有用), 성기(盛器), 칠칠(七七) 등 다양한 이름을 사용했다. 이는 각각 세 가지 기이한 재주가 있는 사람(삼기재), 만물의 밑뿌리 암자(기암), 별처럼 빛나는 집(성재), 앉아서 은둔하기(좌은), 반쪽 달(반월), 기이한 늙은이(기옹), 쓸모 있는 사람(유용) 등 해학적이고 의미심장한 뜻을 간직한 별호이다.

이중에서 최북이 가장 많이 사용한 호는 ‘호생관’이다.
[운산촌사도]에 석농 김광국(金光國, 1685-?)이 쓴 발문에는 호생관의 뜻이 적혀 있다.
사람들이 ‘호생’의 연유를 묻자, “내가 붓끝으로 생계를 꾸리기 때문”이라고 대꾸했다는 것이다.
호생관은 중국 명대 화가였던 정운붕(丁雲鵬, 1547-1621)의 호이기도 하다.
당시 최고의 비평가이자 미술사가였던 동기창(董其昌, 1555-1636)이 정운붕의 불화를 보면서
“보살이 붓 끝에서 태어난다.”고 찬사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후대 학자들은 최북이 스스로 호생관이라 했던 까닭을 여러 각도로 해석한다.
불합리한 신분적 제약에 대한 항거나 화업을 천시하던 시대의 자기 비하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는 중인이라는 사회 계급의 열등감이 아니라, 서화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작가가 보여주는 자긍심이다.

칠칠’이란 이름도 무척 재미있다. 그의 이름인 北의 좌우 획을 분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칠칠은 중국 당나라 은천상(殷天祥)이라는 신선의 호이다.
은천상은 날마다 술에 취해 “경각 사이에 술을 빚고, 제철 아닌 꽃을 피우리.”라는 노래를 부르곤 했다.
현실 생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인생을 즐겼던 은천상은 어딘지 최북과 닮았다.
이용휴(李用休, 1708-1782)는 최북의 금강산 그림에 “은칠칠은 때도 아닌데 꽃을 피우고,
최칠칠은 흙이 아닌데 산을 일으켰다. 모두 경각 사이에 한 일이니 기이하도다.”라고 두 사람을 비교했다.
최북은 메추라기를 잘 그려서 ‘최메추라기’라고 불렸다.
간송미술관 소장 [추순탁속도(가을날 메추라기가 조를 쪼다)]를 감상하면,
그에게 왜 이러한 별호가 붙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살이 올라 통통한 메추라기 중 한 마리는 영근 이삭이 탐나는지 고개를 들어 쳐다보고 있고,
한 마리는 떨어진 조 알갱이를 먹느라 정신이 없다. 풍요로운 가을날의 정경이다.
최북은 메추라기의 털과 동세까지 꼼꼼하게 표현하였다. 과연 ‘최메추라기’다운 관찰법이다.

칼날 같고 불꽃같은 성미

조선 시대 화가 중에서 최북만큼 다양한 일화를 남긴 화가도 드물다.
상상을 초월한 그의 별호처럼, 최북의 삶은 기이한 행동의 연속이었다.
그의 성품은 매우 올차고 매서웠으며, 칼끝이나 불꽃같아서 조금이라도 자기 뜻에 거슬리면 꼭 욕을 보이곤 했다.
또한 사람됨이 팔팔하고 남의 비위를 맞추지 않았으며, 남들이 탓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소한 예절은커녕, 자기 기분대로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세간에는 최북이 오만하고 고집이 세며
사나운 데다 성급하여 화를 잘 낸다는 소문이 자자했고, 이 같은 못된 성미는 ‘망령된 독’과 같아서
 고칠 수 없다는 한탄도 흘러나왔다. 남에게 지기 싫어했던 최북의 성격은 다음의 일화에서 알 수 있다.

하루는 어떤 귀인의 집을 찾아갔을 때 문지기가 칠칠의 이름을 부르기 계면쩍어, “최직장이 왔노라”고 했다.
이를 들은 최북이 버럭 화를 내며 어째서 정승이라 부르지 않느냐고 따져 묻자,
문지기가 “언제 정승이 되셨소이까”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최북은
“그렇다면 내가 언제 직장이 된 적 있느냐? 직함을 빌려서 나를 높여 부를 것이면
정승이라고 할 것이지.”라고 화를 내며 돌아가 버렸다.

또한 어느 고관이 최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 앉은 자의 성이 무언가”라고 묻자,
최북이 얼굴을 치켜들고 “먼저 묻겠는데 그대는 성이 무언가”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중인 처지이면서 고관대작을 대할 때도 전혀 기죽지 않았던 것이다.



최북, [호취응토도] 종이에 먹과 엷은 색, 38.3 x 32.1 cm, 국립중앙박물관

별난 성품만큼 그의 외모도 특이했다. 키가 작고 애꾸눈이었던 것이다.
그의 과격한 행동이 스스로 눈을 멀게 했다. 한 사람이 최북에게 그림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그를 위협하려 했다. 이에 분노한 최북은 “남이 나를 저버린 것이 아니라 내 눈이 나를 저버렸구나”라고 하면서
자신의 한 눈을 찔러버렸다. 이에 조희룡(趙熙龍, 1789-1866)은 “최북의 풍모가 무섭구나,
왕공 귀족의 노리개 감이 되지 않으면 그만이지 어찌하여 스스로를 이처럼 괴롭힌단 말인가”라며 안타까워했다.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최북은 근세의 이름난 화가인데, 만년에 한눈이 멀었다.
게다가 옛날에 끼던 안경을 착용할 때 알 하나도 없앴다. 그의 성격을 얼추 엿볼 수 있다“ 고 부언했다.
예의와 법도를 목숨보다 중요시하고, 성인군자를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간주했던 조선 사회에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인물이었던 셈이다. 

주광의 쓸쓸한 말년

최북은 다혈질이고 거만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 최고의 문인이자 관료였던 남공철(南公轍, 1760-1840), 이규상(李圭象, 1727-1799),
조희룡은 그를 높이 평가했다.
화가로서의 재능과 엉뚱한 행동에 대한 명성, 그리고 폭 넓은 인간관계를 알려주는 단서이다.
괴팍하고 독선적인 최북의 성격에는 술을 지나치게 좋아했던 주광으로서의 기질도 한몫했다.
하루에 언제나 5-6되의 술을 마셨고, 술 석 잔이 들어가면 두려울 것도 거칠 것도 없었다.
며칠씩 밥을 굶은 상황에서도 술장사 아이가 술독을 들고 오면, 집안의 책과 종이,
그림 그릴 천 조각을 전부 털어주고 술을 사곤 했다.

영의정까지 지냈던 명문가 출신 남공철은 [최칠칠전(崔七七傳)]에서 만취한 그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언제나 남공철의 집안을 드나들었던 최북은 술 취한 상태로 남공철의 책을 흩트리고
미친 듯이 소리치며 갑자기 토하려 하여 머슴아이가 겨우 진정시켰다.
어느 날 최북은 금강산 구룡연에 갔다가 절경에 마음이 즐거워 술을 마시고 잔뜩 취해서
울고 웃다 하더니 큰 소리로 “천하 명인 최북은 마땅히 천하 명산에서 죽어야 한다”고 외치면서
몸을 날려 못으로 뛰어내렸다. 마침 곁에 구해주는 사람이 있어 죽음은 겨우 면했다.
사람들이 그를 산 아래 넓은 바위 위에 내려놓자 숨이 가빠 헐떡거리며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최북이 30대 중반에 벌인 자살 소동은 꽤 유명했던 듯 여러 문집에서 반복 기록되어 있다.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던 만큼 그의 말년도 평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방탕한 생활의 연속으로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정범조(鄭範朝, 1833-1898)는 그의 말년을 “가난이 뼈에 사무쳐 머리가 허옇도록 장안에서
기예를 팔아 연명했다”고 증언했다.
그의 죽음도 여전히 수수께끼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운명했는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남공철은 그가 서울의 한 여관에서 죽었는데, 언제인지 기억할 수 없다고 진술했고,
이규상은 늘그막에 남의 집에서 죽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조희룡만 최북은 49세에 죽었으니
사람들이 이것이 칠칠의 징조(7×7=49)라는 소문을 전했다.
1786년 신광하는 최북의 죽음을 아쉬워하며 지은 [최북가]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그대는 보지 못했나, 최북이 눈 속에서 죽은 모습을.
술을 찾고 미친 듯 부르짖다 붓을 휘두르니
큰 집 대청마루에서 대낮에 강호가 생겨나네.
열흘을 굶다가 그림 한 폭 팔아
크게 취해 밤에 가다 성 모퉁이에 드러누웠지.
묻노라! 북망산 흙 속의 수만 개 귀신들아
세길 눈 속에 파묻힌 최북과 어떠한지
최북은 얼어 죽었으나 이름은 사라지지 않으리.




최북, [답설방우도] 종이에 먹과 엷은 색, 25.5 x 31.5 cm, 간송미술관 



  Because -Billy Vaug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