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이텍 고의상폐 의혹 - 코스모스펀드 04-09 07:48
다함이텍이 상장폐지 절차인 정리매매에 들어가면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됐다. 특히 다함이텍은 고의적으로 상폐에 들어갔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향후 소액주주들의 집단 소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함이텍은 정리매매 첫날인 5일 오전 9시45분 현재 36.90% 급락한 1만1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함이텍은 현금성자산 900억원, 부동산 4200억원을 가진 순자산 2900억원의 우량 상장사다. 주당 순자산 가치가 무려 7만5000원을 넘는다. 다함이텍은 카오디오를 생산하는 업체였으나 2009년 사업을 정리한 뒤로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상장규정 상 2년 연속 매출액 50억원에 미달할 경우 자동으로 상장이 폐지된다. 다함이텍이 이 규정에 해당돼 거래소에서 지난 1일 상장폐지가 결정됐으며 오는 5일부터 15일까지 정리매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대주주인 안흥수 회장이 고의적으로 회사를 상폐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소액주주들은 정리매매 기간 중 가격을 불문하고 싼 가격에 주식을 처분하려 할 것이고 반면 대주주는 염가에 이를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가치가 높기 때문에 상폐를 시킨 뒤 정리매매 기간에 소액주주 지분을 거둬들이면 손쉽게 회사가 보유한 막대한 자산의 주인이 되는 셈이다. 더군다나 최후의 수단으로 청산에 들어갈 경우 시가총액의 몇 배가 넘는 수천억의 현금을 회수할 수 있다. 2012년말 현재 다함이텍의 주주명부를 보면 안흥수 회장 30%, 다함레저 32%, 자기주식 5% 등 대주주 일가가 지분의 69%를 보유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로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소액주주 지분은 약 17%지만 주주수는 1200명을 넘는다. 정리매매가 진행되면서 이들 소액주주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함이텍의 한 투자자는 "유동성 부족으로 주식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주주가 거래량을 늘리기 보다는 저가에 지분을 사들여왔다"며 "이제는 고의적으로 비상장사로 만들어 헐값에 회사를 통째로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소액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주총에 참가한 한 투자자는 "지난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을 볼 때 회사가 상장을 지속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며 "재산상의 손실이 막대해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흥수 회장은 "아직 상장폐지가 결정되지 않았고 변호사를 선임해 강력히 이의 제기를 할 것인 만큼 믿고 기다려달라"며 "면목이 없다"고 대답했다. 배당이나 공개매수 등 주주보호 대책에 대해서는 "신규 부동산사업에 자금이 많이 소요될 예정이기 때문에 여력이 없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과거 과거 비슷한 이유로 상장이 폐지된 디와이홀딩스(옛 동양에레베이터)는 거래정지 직전 시가보다 24% 높은 가격에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매입해준 사례가 있어 다함이텍의 태도는 더욱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건실한 회사가 상장을 폐지할 때 대주주들은 높은 가격에 소액주주 지분을 매수해 잡음을 최소화했다"며 "대주주가 다른 목적이 없다면 공개매수를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도 도의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폐 사유나 배경에 대해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이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상폐 규정 악용을 막고 소액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주주가치에 반하는 어떤 내막(?)이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남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