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전성무 기자 = 2013.6.24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대학생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학생들과 시민들이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2013.6.21/뉴스1 © News1 정회성

주말인 23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진보와 보수 진영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각 집회를 개최하며 일촉즉발의 신경전을 벌였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시민 등 300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중구 태평로1가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한대련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등 박정희, 전두환 정권과 똑같은 독재가 재현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100여명도 이날 같은 시각 청계광장을 건너 맞은편에 위치한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논란과 관련한 규탄 구호를 외치며 한대련 측을 비난했다.

이들은 "국정원은 진실로 드러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전문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며 "국정원 사건을 꼬투리 잡는 종북정치를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음향 장비를 동원해 트로트 음악을 크게 틀어 놓으며 한대련 측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4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보수 진영으로 수차례 난입하며 욕설을 퍼 붇다 경찰에 제지 당하기도 했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인근에서 '22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 추모제' 개최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6.8/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경찰은 양측이 연신 구호를 제창하자 이날 행사를 문화제가 아닌 미신고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수차례 자진해산을 권고했다.

경찰의 해산명령에 어버이연합 측은 자진해산했지만 한대련측은 오후 8시50분께 촛불문화제를 마친 뒤 구호를 외치며 서울시청 방향으로 거리행진을 시도해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한대련측이 해산명령에 거듭 응하지 않자 최루액을 발사했고 격분한 시위대는 경찰에 모래 등 이물질을 투척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다시 방향을 틀어 청계광장으로 진입해 연좌시위를 벌이고 밤 9시25분께 자진해산했다.

현장에서 시위행렬에 동참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대학생들의 촛불문화제를 (당 차원에서) 확대시킬 것"이라며 "그러나 이들의 시위가 자발적으로 일어난 만큼 당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 사건이 미국에서 CIA에 의해 벌어졌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버틸 수 있겠냐"면서 "전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 18개 중대 경찰력 1500여명을 배치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앞서 한대련 관계자 29명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정원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다 참가자 전원이 도로교통법, 집회 및 시위에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