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클리닉 ::
썩은 이 스스로 재생, 치과 드릴 공포 끝 코스모스펀드
06-26 15:46

전기 자극으로 훼손된 무기질 정상화
통증 없이 치료…치아 미백에도 효과









건강한 치아를 재생시키는 방식의 새 충치치료 기술이 개발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치과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다. 충치를 제거하기 위해 치아를 후벼파는 드릴 소리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전 세계에서 충치로 고통받는 사람은 23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머지 않아 이 무서운 치과 드릴 공포로부터 해방될 날이 올 수 있으리란 전망이 나왔다.

영국의 킹스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에서 분사한 레미노바(Reminova)란 신생기업이 새로운 치과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이런 포부를 밝혔다. 이 기술은 충치가 생길 경우 썩은 부분 제거를 위해 구멍을 뚫은 뒤 그 구멍에 합성물질을 채워넣는 지금의 치료 대신 충치 스스로 자기 치아를 재생할 수 있게 해준다. 치아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보내 치아의 훼손된 무기질을 다시 정상화시켜주는 것이다. 레미노바 쪽은 이르면 2017년 이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비용도 비싸지 않아…3년 안 신기술 상용화 전망


단단한 치아를 구성하는 성분은 칼슘이나 인산염 같은 무기질들이다. 그런데 치아에 붙은 음식물을 먹고 사는 입 안의 박테리아가 음식물을 발효시켜 만들어내는 젖산이 이 무기질을 치아에서 걷어낸다. 그것이 바로 충치다. 박테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음식물 찌꺼기가 붙기 쉬운 어금니의 표면에 있는 홈이다.










치아의 구조. http://blog.naver.com/e8782888/80194315858


충치는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우선 맨 바깥층의 법랑질(사기질)이 우식된다. 무기질 성분이 96%를 차지하는 법랑질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다. 여기엔 지각신경이 없어 우식이 돼도 아프지 않다. 이것이 더 진행되면 그 안의 상아질이 우식된다. 이 단계가 되면 충치 진행이 빨라져 치아에 구멍이 움푹 패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는 찬 공기나 물에 닿으면 통증을 느낀다. 패인 곳을 떼우는 이것이 본래의 충치치료. 법랑질 안쪽에 있는 상아질은 무기질 성분이 약 70%로 법랑질에 비해 덜 단단하며, 자세히 보면 미세한 틈이 있다. 충치 치료는 드릴로 치아의 썩은 부분을 제거하고 그곳에 아말감이나 합성레진 같은 물질을 채워 넣는 것이다.

레미노바는 다른 방식을 취한다. 레미노바가 개발한 치료법은 미세한 전류를 이용해 칼슘, 인산염 같은 무기질 성분을 치아 속으로 밀어넣는 것이다. 그러면 벌어진 치아의 틈이 다시 무기질로 메꿔진다. 치료 과정에서 충치 환자는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한다. 구멍을 뚫을 필요도 없고 주사를 놓을 필요도 없으며, 어떤 다른 물질을 채워넣을 필요도 없다.

전류는 현재 치아 신경을 체크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지만, 새 치료법은 이것보다 훨씬 약한 전류를 사용하기 때문에 치과환자는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는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연구진은 이 기술의 이름을 ‘EAER’(Electrically Accelerated and Enhanced Remineralisation)라고 붙였다. 킹스칼리지 치과연구소의 나이젤 피츠(Nigel Pitts) 교수는 “이 기술은 훨씬 환자친화적이면서도 비용면에서 지금의 충치치료 비용이면 충분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장비가 치아 미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개발된 치아재생 기술은 치아미백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번 연구는 런던 메드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메드시티란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런던시장이 런던-옥스퍼드-캠브리지를 아우르는 이른바 ‘생명과학 황금삼각지대’ 지역에서 기업가정신 고취를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킹스칼리지 런던은 이 프로젝트의 한 멤버이다. 메드시티 의장을 맡고 있는 키트 맬투즈(Kit Malthouse) 런던 부시장은 “킹스칼리지의 창의적 연구가 연구실 밖으로 나와 충치 환자들에게 전혀 다른 치과치료 경험을 하게 해주는 장비로 변신하는 것을 보는 일은 아주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선 레이저 빛으로 치아 줄기세포 자극 기술 개발


아직 새 치과치료 장비가 제작된 상태는 아니다. 기술의 효과를 입증해주는 논문도 발표되지 않았다. 레미노바 투자자이기도 한 니겔 피츠 교수는 <비비시>에 “아직은 초기 단계이다, 하지만 기술 자체가 획기적이므로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이 상용화할 경우 현재 이뤄지고 있는 충치 치료의 다수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레미노바는 지난해 1월 출범한 킹스칼리지 런던의 치과혁신센터에서 처음으로 분사한 기업이다.

앞서 미국에서도 충치 치료의 고통을 없앨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미국 정부의 치과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충치 부위에 레이저 빔으로 강렬한 빛을 쬐면 이 빛이 치아 속의 줄기세포를 깨워 활성화시키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빛을 쬔 줄기세포가 12주만에 치아의 단단한 부분을 구성하는 상아질을 새롭게 만들어낸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레이저로 빛을 쬔 시간은 5분에 불과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치 치료를 하는 데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자기재생식 충치 치료기술 개발은 치과 드릴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지구촌 충치환자들에겐 눈이 확 뜨이는 소식이다. 정말이지 빨리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충치환자들의 소망을 과학자들은 언제쯤 들어줄 수 있을까.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 2014.06.26 10:44 수정 : 2014.06.26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