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治心 ::
선물 코스모스펀드
08-19 12:45

아래 기사는 이곳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이기섭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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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고 가슴이 탄다"…완치 후 진짜 고통이 찾아왔다

입력
2020.08.24 04:40
수정
2020.08.24 09:03 한국일보

대구시에 거주하는 김정순(가명ㆍ60)씨는 지난 3월 몸살 증세를 느끼던 중 갑자기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 병원으로 달려갔다. 검진결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비교적 경증을 보인 김씨는 확진 후 1주일간 집에서 약물치료를 받았고, 이후 병원으로 격리되면서 총 42일간 치료 후 완치됐다. 중환자실에 가지 않았고, 호흡기치료도 받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이었다. 완치 후 김씨의 진짜 고통이 시작된 것이다. “다 나은 줄 알았습니다. 한번 걸린 사람은 면역이 생겨 아프지 않다는 말만 믿었죠. 그런데 퇴원하면서 새로운 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김씨의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기 시작한 건 퇴원 후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심해서라고 생각했다. 두 달이 지나 탈모는 다행히 회복되는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김씨에겐 당뇨가 찾아왔다. 공복혈당수치가 389까지 치솟았다. 병원에서도 갑작스러운 당뇨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여름을 보내던 중 김씨에겐 새로운 진단이 내려졌다. 만성피로와 고지혈증. 이 모든 병증은 신종 코로나의 후유증일까.

                                         

김씨처럼 신종 코로나 완치 판정 이후에 새로운 병증이 확인되는 사례가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의료계는 신종 코로나가 염증을 유발하는 만큼 각종 장기의 손상이 완치 후에 발현할 수 있다는 정도만 동의할 뿐, 이른바 ‘신종 코로나 후유증’의 실체를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차 대유행으로 23일까지 불과 1주일 새 누적 확진자(1만7,399명)의 8분의 1에 달하는 2,081명이 새로 확진될 만큼 확산세가 빠른 가운데, 정체를 알 수 없는 후유증 사례가 잇따라 들려오면서 국민 불안은 더욱 치솟고 있다.

신종 코로나의 후유증에 대해서는 그나마 해외에서 진행된 연구를 통해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미국ㆍ유럽 등에서 단기간에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관련 사례도 많아 국내 연구보다 실적이 먼저 나타나고 있어서다. 지난달 초 이탈리아의 아고스티노 게멜리 대학병원 의료진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에서 회복된 143명의 중증환자를 연구한 결과 87.4%가 최소 1개 이상의 지속적인 후유증을 겪었다. 피로감(53.1%), 호흡곤란(43.4%), 관절 통증(27.3%) 흉통(21.7%) 등이 주요 증상이었으며, 후각ㆍ미각이상, 비염, 두통, 현기증, 설사 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코로나를 심하게 앓지 않아도 후유증이 남는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경증ㆍ무증상 상태로 회복한 274명을 설문한 결과 35%가 미열ㆍ피로ㆍ호흡곤란ㆍ기억력 감퇴ㆍ수면장애 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국내는 상대적으로 확진자 수가 적어 아직 의료계나 정부가 파악하는 후유증 환자가 많지 않고, 관련 연구도 드물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현재(21일)까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 사례가 (공식적으로)보고된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인터뷰] 부산 47번 환자의 ‘충고’…

“완치돼도 고통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19 후유증 기록 남기는 박현 교수 인터뷰


부산 47번 환자 박현 교수 박현 교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당시에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기 위해 올린 사진 박현 교수 페이스북

▲ 부산 47번 환자 박현 교수
박현 교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당시에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기 위해 올린 사진
박현 교수 페이스북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과 겸임교수는 부산의 47번 확진자였다. 지난 3월 완치판정을 받았지만, 이내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꼈다. 그는 “코로나는 감기나 몸살과는 전혀 다르다. 완치 판정 이후에도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아팠다가 다시 좋아졌다가를 반복한다”면서 “가슴통증과 두통, 단기기억상실 등 여러 증상이 예측하지 못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완치자라는 명칭 때문인지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해서는 심지어 의사들도 관심과 정보가 없었다”면서 “‘좀 심하게 아픈 감기 같은 건데, 한 번 걸리고 말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은 코로나19가 박 교수의 삶을 바꾼 지 177일째 되는 날이었다.


“완치 판정 받아도 후유증 남아…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삶은 달랐다”

최근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되면서, 박 교수가 후유증에 대해 자세히 적은 페이스북 글이 온라인상 화제가 됐다. 그가 말하는 후유증 증상은 크게 5가지이다. 머리에 안개가 낀 듯 멍하면서 기억이 힘들고 집중이 힘든 Brain Fog, 가슴 통증, 배의 통증, 그리고 검붉은 색이나 보라색으로 변하는 피부 문제 등이다. 그는 “여러 증상이 번갈아 가면서 나타나는데, 같은 증상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현 교수가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47’에 적은 완치 판정 이후 겪고 있는 5가지 후유증에 대해 적은 글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 47 facebook.com/Busan47

▲ 박현 교수가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47’에 적은 완치 판정 이후 겪고 있는 5가지 후유증에 대해 적은 글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 47 facebook.com/Busan47

그것은 ‘완치’가 아니었다. 코로나19가 지나간 자리에는 깊은 후유증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만 쓰는 완치자라는 표현 대신, 외국처럼 생존자·회복자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실제로도 코로나19 이전의 삶과 현재 지금의 삶은 많이 달라졌다. 여러 통증에 시달리게 됐고, 일상은 전과 달랐다.

최근 박 교수는 1년 휴직을 생각 중이다. 1학기에 온라인 강의를 해 왔지만, 후유증으로 라이브 강의가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미리 강의 녹화를 다 해두고, 그날 컨디션에 따라 라이브로 진행하거나 녹화 강의를 했다”면서 “강의를 하면서도 (기억을 잘 못해서) ‘제가 이거 설명했나요’라고 되묻는 자신을 보면서 학생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질본도, 보건소도, 병원도…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정보 없어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후유증에 대한 한국의 무관심이었다. 그는 “맨 처음 몸이 좋지 않음을 느꼈을 때, 질병관리본부 대표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돌아오는 것은 ‘감기니까 집에 있으라’는 말 뿐이었다”고 했다. 보건소에서 권유한 재확진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후에도 보건소와 병원을 찾았지만, 후유증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박 교수는 직접 나섰다. 그는 “외신을 참고하고 외국에 있는 의사 친구들에게 내 증상을 말하면서 조언을 얻었다”면서 “오히려 내가 스크랩한 외신 기사들을 본 한국 의사는 놀라면서 ‘완치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코로나19가 후유증이 있느냐’고 되묻더라”고 회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질본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중증이 아닌 경증 또는 무증으로 자연회복된 회복자 중 35%가 회복 후 수주~수개월이 지난 후 바이러스 공격으로 진행된 질병적 후유증이 발생했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외신과 인터뷰에 나선 박현 교수 인터뷰 영상 캡처 사진 페이스북페이지 부산 47  facebook.com/Busan47

▲ 외신과 인터뷰에 나선 박현 교수 인터뷰 영상 캡처 사진
페이스북페이지 부산 47
facebook.com/Busan47

후유증 기록 남기며 아픔 공유하고 완치자들에게 위로 주고 싶어

그는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부터 후유증을 겪는 지금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증상을 상세히 기록해 공유하고 있다. 박 교수는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는, 상황이 심각해 친구들에게 마지막 안부 인사라도 하고 싶어서 글을 남겼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는 “확진자 치료도 버거운 한국 상황에서 후유증 정보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외신과 외국 친구들에게 정보를 얻고 있으니, 비슷한 고통을 겪는 한국 분들도 이 정보를 얻기를 바랐다”고 했다. 그렇게 그가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가 ‘부산47’(부산 47번 확진자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는 완치 판정을 받고도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2명의 환자에게 연락을 받았다. 그는 “우울증처럼 갑자기 눈물이 나고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았을 때, 그 분들에게 연락을 받고 큰 힘이 됐다”면서 “‘나 혼자 겪는 것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에 그 자체로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영국과 이탈리아에서는 후유증에 대한 재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외국에서는 이미 후유증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완치 판정을 받은 이후의 환자들의 삶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번 걸리고 말지’하는 안일한 마음 대신 경각심 가져야”

코로나19는 삶을 바꾸어 놓았지만, 박 교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 상황들을 받아 들이려 애쓰고 있다고 했다. 한 게시물에서 그는 “상쾌한 아침이 아닌, 눈 뜨자 마자 통증을 느끼는 아침을 시작하지만 가족을 다시 볼 수 있는 하루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삶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열린 ‘2020 케이펫페어 서울’에서 관람객들이 마스크 착용 후 관람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 집단간염이 확산되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 16일부터 시행된다.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0시를 기해 서울과 경기지역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자 확산세를 잡기 위한 조치다. 2020.8.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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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열린 ‘2020 케이펫페어 서울’에서 관람객들이 마스크 착용 후 관람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 집단간염이 확산되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 16일부터 시행된다.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0시를 기해 서울과 경기지역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자 확산세를 잡기 위한 조치다. 2020.8.16/뉴스1

재확산세로 접어든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다시 경각심을 가지고, 기본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끔 산책을 하러 나가보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큰 소리로 대화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면서 “코로나19는 감기와 다르다. ‘한 번 걸리고 말지’라고 생각하기에는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신문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