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97·2007년은 `뭔가 비슷한게 있다` 코스모스펀드 09-24 06:57
[매일경제 2007-09-23 09:50:04] ◇ 미국발 후폭풍 87년과 닮은 꼴 ◇2007년은 마(魔)의 ‘7자릿수’로 꼽힌다. 실제로 80년대는 87년 미국 증시가 블랙먼데이라는 초유의 급락사태를 경험했고, 90년대에는 97년 아시아의 위기를 경험했다. 요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킨다. 지난 8월 연방준비위원회의 재할인율 50bp(0.5%) 인하에도 불구,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는 미국 부동산시장 문제에서 금융위기 가능성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지인들에 따르면, 미국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이런 금융 리스크 때문에 여름휴가를 가지 못한 것은 97년 이후 처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또는 98년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사태 당시보다도 더욱 심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87년과 97년에 있었던 금융위기 당시를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 입장에서 비교해볼 때,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살펴보자.■ 문제발단은 ■- 87년은 미국, 97년은 아시아97~98년 당시 아시아 외환위기, 러시아 모라토리움에 이은 미국 최대 헤지펀드였던 LTCM의 도산이 금융위기의 발단이 됐다. 당시 문제의 진원지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가였고, 신흥시장 국가 통화와 채권에 상당한 레버리지를 동원해 투자했던 LTCM이 몰락하게 된다. 주식시장 입장에서 주목할 점은 당시 문제의 진원지였던 신흥국들의 피해가 막대해 그 피해를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미국 증시의 하락폭은 미미했다. 미국 S&P500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 증시는 러시아 모라토리움이 발생했던 당시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97년 8월 15일 -2.6% 급락한 정도였다. 그러나 LTCM 위기설이 퍼지기 시작한 97년 10월 초 이후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급기야 97년 10월 27일에는 S&P500지수가 6.9% 급락했다. 그러나 9~11월 석 달에 걸쳐 당시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었던 그리스펀에 의해 전격적으로 금리가 인하되자, 세 번째 금리 인하가 이뤄졌던 시점을 전후로 미국 주식시장은 본격적인 반등이 시작됐다. 반대로 97~98년 한국 증시는 문제의 진원지로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 증시는 미국의 금리 인하와 미국 증시 반등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반등하기도 했으나, 결국 98년 6월 16일 코스피지수 280포인트까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 증시는 코스피지수를 기준으로 97년 6월 17일 792에서 97년 12월 12일 350.68까지 하락했고, 일시적으로 98년 3월 14일까지 반등하다가 98년 6월에는 300의 전 저점이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아시아 외환위기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한 것이 99년 4월이라는 점에서 주가 회복에 거의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87년 블랙먼데이 당시엔 상황이 반대였다. 문제의 진원지는 미국이었다. 87년 10월 19일 월요일 뉴욕증권시장은 개장 초부터 매도 주문이 쏟아져 뉴욕 주가는 그날 하루 동안 폭으로는 508포인트, 비율로는 전일 대비 22.6%가 폭락했다. 블랙먼데이란 세계 대공황의 계기가 된 29년 10월 24일의 뉴욕증권시장의 대폭락을 넘어서는 폭락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태가 벌어진 주요인으로는 포트폴리오 보험의 대량 팔자 주문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그때까지 명확하지 않았던 증권시장의 문제점이 표면화돼 대폭락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당시 미국 주식시장은 급락했고, 회사채시장과 단기 머니 마켓은 마비됐으며 극단적인 리스크 회피 현상이 발생해 단기 국채 수요가 폭증했지만 한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반면, 당시 코스피지수는 미국의 블랙먼데이가 발생한 이후 그 다음날 2.4% 하락하는 데 그쳤다. 물론 87년 10월 초를 고점으로 저점과 비교하면 12% 이상 조정 양상이었지만 87년 11월 26일을 기점으로 주가 반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블랙먼데이 발생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하는 데, 두 달 정도가 소요된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이 블랙먼데이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하는 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데 비하면 아주 짧은 기간이다. 97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가의 증시가 일시 회복 이후 재차 급락세를 경험했던 것처럼, 미국 증시도 87년 12월 4일 이전 저점 아래로 하락하면서 새로운 바닥을 형성했다. ■ 어떤점을 주목해야하나 ■- 원인 지역과 역사적 유사성87년과 97~98년의 금융위기 당시 주가 흐름을 통해 현재 시장을 진단하는 데 있어 두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첫 번째로 문제의 진원지가 어디인가와 기존 사건과 어디까지 유사한가 하는 점이다. 현재 금융위기설 배경은 진원지 측면에선 87년, 역사적 유사성 문제에선 98년과 비슷해 혼동을 일으킨다. 문제의 진원지가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점에선, 87년처럼 미국 증시는 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국 증시는 수개월간의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97~98년 미국과 시간적인 측면이나 문제 해결 방법 측면, 주가 흐름 등에서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은 한편으로 심리적인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처음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불거진 것은 올해 2월 말이었으나, 위기까지 이어진 것은 올해 7~8월이다. 97년 당시 아시아 외환위기가 6~7월에 걸쳐 문제가 됐고, 러시아 모라토리움이 발생한 것이 97년 8월 17일이었다. 이후 9월 2일경 LTCM 파산 가능성이 대두됐고, 그달 9월 29일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5bp 금리를 인하했다. 미국 주가는 두 번째 금리 인하 이후 한 번 더 급락했고, 세 번째 금리 인하 시점을 전후로 의미 있는 바닥을 형성했다. 9월 FOMC를 앞두고 있는 현재 금리 인하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고, 9월뿐 아니라 올해 연말까지 추가적으로 두번 이상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상당히 유사하다. ■ 앞으로 주시할 변수는 ■- 미국 금리인하 추세 잘 봐야 그렇다면 이번 사태는 두 번의 금융위기에 비추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현재 상황이 90년대 말 금융위기와는 일부 차이가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고 있고, 중국의 추가적인 긴축 우려가 높아지는 등 미국의 금리 인하가 악재의 본질적인 해소라는 공감대를 얻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점진적으로 미국 고용지표가 둔화되고 있지만, 97년 당시에 비해 인플레이션 수준을 감안할 때 두세 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를 용인하기가 만만치는 않다. 결론적으로, 지난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볼 때 한국 증시는 문제의 진원지에서 다소 벗어나 있고 정황상 기존 금융위기와 차이가 있기에 97~98년처럼 급락에 이은 장기간 증시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87년같이 단기 조정 이후 주가가 회복하는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미국 부동산시장 냉각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증시 측면에 상당한 부담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미국 당국의 금리 인하 여부는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 모두에 있어서 주가 바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국 부동산경기 회복이 쉽지 않다는 데 공감하는 만큼 국내 증시의 본격적인 반등 시점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가시화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동수 동양종합 금융증권 글로벌 리서치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