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아야 할 일을 노 대통령이 했다” 코스모스펀드 12-05 10:40
검찰 조사를 받는 김용철 변호사를 돕는 이덕우 변호사는 노 대통령을 ‘참 나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사실상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며 여기에는 곡절이 있다고 말했다. 시사인[12호] 2007년 12월 03일 (월) 13:30:12 장영희 전문기자 cool@sisain.co.kr ⓒ시사IN 백승기 김용철 변호사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돕는 정의구현사제단 이덕우 고문 변호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 변호사인 이덕우 변호사는 김용철 변호사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돕는 법률가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그와 진술 내용을 상의하고 조율을 거친다고 한다. 이른바 김 변호사 진영인 사제단과 민변·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 쪽에서 삼성 대응 전략을 짜는 핵심 브레인인 셈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신랄히 비난했다.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거친 표현도 썼다. “일선 검사와 수사관들은 열정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 검찰 수뇌부도 이들을 격려해달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는 그를 11월30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창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국회를 성토하던 대통령이 왜 이렇게 빨리 마음을 정했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대통령이 12월10일까지 끌다가 재의를 요구하며 국회로 돌려보냈다고 생각해보자. 대선까지 불과 2주일도 남지 않는다. 대선 막바지 국면에서 특검 법안 하나 때문에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연히 재의결은 대선 후로 미루어진다. 생각해보라. 정치권이 삼성 특검을 원해서 받은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통합신당도 마찬가지다. 차떼기당 부패 원조 소리 듣기 싫어 특검 찬성으로 선회한 한나라당은 내심 대통령이 어차피 거부권 행사할 것이니까 그때 가서 보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진정으로 원한 것은 민노당뿐이다. 결국 국민 여론에 떠밀려, 정치 역학 구도상 마지 못해 받은 것이다. 그런데 대선 후가 되면 누가 이기든 결판이 나 있다. 대선 후 국회 일정이 잡힌 것은 12월26일 예산 심의 일정밖에 없다. 그렇다면 연내는 안 된다는 것이고 결국 특검은 물건너간다. 어찌되었건 대통령이 그쪽에서도 원하던 특검을 받았는데 왜 이리도 비판적인가? 11월27일 오전 변호인단(최병모·이덕우·김영희 변호사)은 특별수사본부 본부장과 차장검사, 2팀장을 만나 수사 의지가 있는지, 언제까지 어느 정도로 수사할 계획인지를 따져 물었다. 수사 의지가 확실하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랬더니 박한철 본부장이 이건희 부자 등 10여 명을 출국 금지시켰으며 경제는 고려하지 않겠다면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들과 헤어져 차를 타고 오는데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했고 특검을 수용한다고 하더라. 어리둥절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곧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대통령이 특검 받겠다고 해놓고 법무부 장관에게 2중 3중 수사받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거였다. 사실상 수사를 중단하라는 말과 같다. 대통령이 특검을 반대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가 보충성 아니냐. 자기 말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다. 참 나쁜 사람이다. 대통령은 일단 검찰을 무력화시켜놓고 대한변협이 적당한 인물을 추천하면 임명하고 그 적당한 인물이 적당하게 수사하게 해 꼬리를 자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2주일 가까운 시간이 남았는데 서둘러 발표한 것은 그렇게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대통령과 삼성은 나름으로 묘수를 찾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소장 검사들이 열심히 수사해 특본이 이건희· 이학수· 김인주를 구속 기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을 두려워한 듯하다. ⓒ시사IN 안희태 검찰 조사를 받으려고 출두한 김용철 변호사. 요즘 검찰 기류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이게 미묘한 것, 특검이라는 카드를 내밀지 않았다면 특본도 꾸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로서는 특검이 가장 싫은 상황 아니냐. 게다가 뇌물 검사 의혹도 있는 판이다. 특본이 열심히 제대로 수사하도록 하게 해야 한다. 일선 검사나 수사관들은 정치적·경제적 고려 뭐 이런 것 모른다. 언론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압박해야 한다. 대통령은 당선 축하금 혹은 대선 잔금에 격앙된 것 같다. 당선 축하금은 몰라도 대선 잔금이 존재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지난 2004년 대선 자금 수사가 철저하게 된 게 아니다. 균형을 맞춘 것이다. 당시 안대희 중수부장은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노무현 대통령은 어떠냐’고 묻자 노무현 캠프에서 받았다고 답했고 다시 남은 돈으로 장수촌(샘물회사) 빚 갚는 데 쓴 것 아니냐고 물으니까 얼버무렸다.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니 소추할 수 없지만, 퇴임 이후 다시 수사하면 기소할 수 있는 것이냐고 다시 물으니까 안 부장은 그때는 내가 검사가 아닐 거라고 대답하며 넘어갔다. 사실상 시인한 것 아니냐. 대선 잔금 부분이 특검법에 들어 있으므로 사실 대통령은 조사 대상자 중 하나다. 혐의가 있으면 언제든지 피의자 신분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법무부 장관에게 사실상 수사 중단 지시를 할 수 있느냐. 이것은 금도를 넘어선 것이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 삼성 대선 자금과 관련해 김 변호사의 새로운 증언이 있나? 이종왕 전 삼성 법무실장이 부임 전부터 관여했다는 소문도 있다. 김 변호사는 검찰 관리만 했지 돈을 건네는 일은 하지 않아 금액은 정확히 모른다고 한다. 검사들 만나 삼성도 수사 협조하겠으니 1번 타자로는 얻어맞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더라. 액수도 40억원으로 조절하려고 했는데, 검사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잘랐다고 한다. 결국 김인주 사장에게 솔직히 인정하고 대선 자금 수사에 협조하자고 했더니 매우 불쾌해했다. 그 후부터 김 변호사는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되었다고 한다. 정확한 시점은 듣지 못했지만, 이 전 실장은 (2004년 7월) 삼성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이학수 부회장과 안가에서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