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그리움 옮김 02-10 12:22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의 남기신 물건 중 LP판들이 있다. 예전에 인천에서 살다 서울로 오면서 다 버리고 남겨진 몇장이 있는데 그 중 '푸른 파도여 언제까지나' 란 영화의 사운드 트랙 앨범이 있어 몇 번 들으며 이 노래가 괜시리 귓가에 멤돌았는데 얼마전 식당에서 이 음악을 다시 듣게 되었다. 칸쏘네. 이 노래를 구하기 위해 참 많은 칸쏘네를 들었다. 좀 징할 정도로...나도 참..무식하지..ㅋㅋ 이삼백여곡을 하나하나 클릭해서 듣고 이게 아니네....우씨...또 아니네...하며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다. 참내... 그냥 집에 와서 엘피판의 라벨의 제목을 봤으면 될일을... 집에서는 매일 까먹고 사무실에서만 기억이 나 점심 시간을 넘어 몇시간을 헤맸으니 말이다. 쩝. 무식하면 몸은 건강해진다고 하던데 내가 그 꼴이 될듯 싶다. 건강대신 팔뚝과 손꾸락만 단련되겠지만 말이다. 도도한척 손과 팔을 들고 노래하는 미나의 모습... 좀 유치하고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나름 그 시대의 효리라고 할수있을라나? 참 인기 많았던 아티스트라고 알고있는데 말이다. 60년의 영화와 노래인데 영상은 좀 구질하겠지만 음악 자체로는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 들며 들을수록 기분 좋게 하는 것 같다. 우리 아버지도 저 영화를 20대 후반에 보셨을텐데... 나도 한번 저 영화를 본다면 아버지와 교감을 할만한 여지가 있을까? 란 생각을 불현듯 해본다. 집안 곳곳에 남겨져있는 아버지의 흔적들을 떠올려 본다. 스크랩북 가득이 붙여져있는 영화 포스터들, 탱고 엘피들, 낡은 논문사전, 아버지가 즐겨 보셨던 소설책들, 아버지의 돋보기, 영어 사전과 자전, 한글 사전, 문예춘추 몇권, 메모 용도로 쓰셨던 다이어리.... 아버지도 미나의 저 앨범을 듣고....나도 오늘 밤 그 앨범을 듣고.... 세대를 뛰어넘어 부자가 같은 음악을 듣는 이벤트를 갖는다고 생각하니 가슴 뭉클해진다. 아버지를 그리워해본다. 미나의 음악을 통해 나는 아버지와 소통하고 있는 것일까?